살아가는 이야기

▲ 홍은영 교사
2009년 새해가 밝았다. 12월 31일이나 1월 1일이면 새해를 맞이한 문자가 손전화로 오곤 한다.
"선생님! 떡국 드셨나요? 맛난 거 많이 드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샘! 이제 달걀 한 판 되신 거 축하드려요~ ㅋ ㅋ"(참고로 내 나이 올해로 서른이다.) "한 살 더 드신 거 축하드려요. 근데 이런 거 축하해도 되나? 올 해는 꼭 시집가세요."처럼 우리 반 이이들이 나에게 보낸 문자들도 있다.

고학년 아이들의 필수품이 된 손전화처럼 요즘 아이들은 문자로 새해 인사는 물론이요, 평소에는 숙제에, 아이들 전화번호까지 물어 본다. 어디 손전화로만 선생님과 소통하는가?

"선생님. 우리 일촌해요. 저한테 도토리 주세요." 싸이월드의 미니 누리집(홈피)을 오고 가며, 방명록에 글 남기고, 사진 구경하며 담임과의 친분을 자랑한다. 내가 어렸을 때만해도 감히 무서워 담임선생님과 이렇게 쉽게 대화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그 땐 알림장도 있지 않았고 내 기억력에 의존하여 숙제를 하였다. 그냥 받은 숙제는 '○○곡 20번 공책에 쓰기'였다. 음악 공책에 콩나물 대가리를 그리며 너무나 힘들어했던 엄마와 나는 엄마께서 "선생님이 이렇게 큰 숙제를 내실 리 없다."는 의심 섞인 말투에도 밤늦게까지 그 숙제를 다 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선생님께서는 「2번 불러오기」가 숙제였는데 언제 이걸 언제 다했냐며 깜짝 놀라셨다. 그 때 시절에도 전화기가 있었을 텐데 전화 한 통이면 해결될 일을 엄마와 나는 곧이곧대로 숙제를 하며 힘들어했다. 그 때는 선생님께 전화해 숙제를 물어보는 일은 감히 생각도 못했다. 그만큼 무섭고 그래서는 안 될 존재였기 때문이다.

오늘날 선생님은 옆 반 선생님과 비교 당하며, 인기 관리도 해야 하고, 아이들과 격이 없고 많이 친해진 편이다. 그래서 인지 요새는 너무나 선생님을 쉽게 아는 경향도 곳곳에서 보인다. 학무모님들은 내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따져 묻고, 아이들도 선생님을 '좋다, 나쁘다.'로 평가하는 경향이 강하다.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 수업 잘하기? 재미있는 것? 생일파티? 등등 하나하나 꼽으면 많겠지만 무엇보다도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참되게" 대하는 태도가 먼저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참되게 대하는 태도가 첫째가 아닌가 싶다. 선생님을 비교, 평가하지 말고 진심으로 대해보자. 그러면 선생님도 아이들도 학부모도 마음이 통할 수 있지 않을까?

홍은영 교사 (한국 글쓰기교육연구회 회원으로 전주 풍남초등학교에서 5학년 아이들과 글쓰기로 만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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