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자식
송풍초등 5학년 민진홍
 
밤에 엄마 심부름을 가는데
학교 쪽에서 어떤 검은색
좋은 차가 찻길로 가는
얼룩진 강아지를
못 보고 쳤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를 뻔 했다.
그 아저씨는 차에서 내려
"에잇 씨발 퉷!"
하며 침을 뱉고 갔다.
'저런 개자식 짐승보다 못한 놈'
나는 밤이라 개를 묻어주지도 못하고
그냥 왔다.
강아지가 죽은 것을 보고도
안 묻어준 내가 더 나쁜 놈 같이
느껴진다.(2007.04.08)

연필 
3학년 ○○○

연필은 언제나
까만 발자국
 
내가 쓰면
까만 발자국
형이 써도
까만 발자국
 
연필은 누구나
쌍둥이지요.
옷은 달라도
마음은 같아요.

■ 함께 나누는 생각 ■

* 좋은 시는 감동이 있다.
첫 번째 시를 보면 제목이 욕이어서 '무슨 저런 시가 있나?'하는 동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를 찬찬히 읽어보면 진홍이가 겪은 일을 담담하게 쓴 좋은 시다. 우선 시를 쓴 진홍이는 크든 작든 사람이든 동물이든 살아있는 모든 것은 다 같은 목숨이며 소중함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차로 강아지를 치고 그냥 간 어른은 그렇지 않다. 동물을 차로 치었으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겠지만 욕을 하고 침을 뱉고 그냥 가는 모습은 어른으로서 썩 보기 좋은 모습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들어 옆으로 살짝 놓고 갔다면 어땠을까? 진홍이가 바라 본 모습으로 이 어른은 욕을 먹어도 싼 어른이다.

두 번째 시를 보자. 이 시는 이 아이만의 생각이 없다. 글재주를 부리고 꾸며서 연필을 까만 발자국으로 바꾸어 놓은 것뿐 아이의 삶이 전혀 없다. 대부분 아이들이 이런 시를 쓴다. 주변에 꾸며 쓸 것이 없나 찾아보고 그냥 지어서 쓴다.

시를 쓸 때는 우선 쓸거리를 찾아야 한다. 오래된 일을 떠올려 쓰려면 잘 기억이 나지 않고 대충 쓰게 되므로 최근에 있었던 일 중에 몇 가지를 찾아본 다음 그 때 그 처지가 되어 그 느낌을 몸으로 살려본다. 그리고 그 느낌을 잘 살리면 쓰면 좋은 시를 쓸 수 있다.

아이들이 흔히 하는 말 중에 시를 쓰라고 하면 "아이, 쓸 거 없어요."라고 말하는데 우리가 날마다 겪는 일도 결코 똑같은 법은 없다. 그리고 느낌도 기분도 모두 다르다. 그것을 찾을 수 있도록 주의, 관찰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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