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 2009 신춘방담(新春放談) ①
윤 영 신(서울타임스회장)

◆외로운 나그네를 위하여
서산대사는 삶과 죽음에 대하여 이렇게 적고 있다.
生也一片 浮雲起 死也一片 浮雲滅 (생야일편 부운기, 사야일편 부운멸-삶이라는 것은 한조각의 뜬 구름이 일어나는 것이요, 죽음이라는 것은 한조각의 뜬 구름이 흩어지는 것이다.)

인간이 삶과 죽음에 대하여 초연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그는 그것에 관하여 그 만큼 달관(達觀) 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지나 온 그 길을 뒤 돌아 보니 참으로 먼 길을 그렇게 왔다.

영욕(榮辱)이 뒤집어지는 어느 도회지 아스팔트 거리의 그 뜨거운 여름도 지나왔고, 자연 속에서 아름답게 만들어지는 그 야생초의 군무(群舞) 속에서도 외로워지는 가을갈이 한창이던 그 들녘도 지나 왔다. 그 거리에는 근하신년(謹賀新年)의 아우성이 있었고, 굉음(轟音)속에 얼어가던 동토(凍土)의 산하(山河)도 있었다.

창조주는 그랬다. 생육하고 번식하라.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생물을 다스리라. 거기 선과 악을 구별하는 지식의 나무열매를 먹지 말라. 사악(邪惡)한 무리의 간교(奸巧)한 충동과 인간의 우매(愚昧)한 교만이 저지른 그들 불순종의 고통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뱀이 여자에게 충동인다. 나무열매를 따 신랑에게도 먹이고 너도 먹으라. 먹으면 너희도 그의 반열에 이르리라.

원시불교(原始佛敎)의 경전(經典) 「수타니파타」경구에 이런 구절이 있다.
"근심은 애욕에서 생기고, 재앙은 물욕에서 생기며, 허물은 경망함에서 생기고, 죄는 참지 못하는데서 생긴다."

지금은 인간의 배반(또는 배신)에 관하여 기록하고 있다.
"신의를 버리고 등지고 돌아서다." "신의를 지키지 않고 저버리다." 사전적 해석이다.

「부루투스, 너 마저!!」 이 부르짖음은 아나톨리아 전투에서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를 외치면서 이기고 개선한 카이사르 장군이 팔사로스의 회전이후 사면하고, 용서하고, 믿고, 사랑했던 부루투스의 칼에 찔려 죽어가면서 부르짖은 배신에 관한 특별한 고통을 표현한 언어였다. 배반(또는 배신)은 이렇게 항상 가까운 곳으로부터 이루어진다.

유신시절 우리에게도 비슷한 이야기는 있다. 박정희 장군은 그가 임명하고 뒤를 돌봐주며 형제처럼 지냈던 김재규 장군의 계획된 조직에 의하여 그가 쏜 총탄에 쓰러진다. 과연 그도 숨을 거두면서 「김재규 네가?」 그렇게 외쳤을까. 그들에게도 각각 합당한 변명과 타당한 이유는 있었을 것이다.

단종이 양위하던 그 날 수양은 단종 앞에 엎드려 울면서 굳게 사양하였다.
겉과 속이 다른 이런 배신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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