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윤일호 교사

시험(송풍초등학교 6학년 김하겸)
시험이 십 일 정도 남았다./벌써 걱정이 되고/긴장도 된다./시험이 왜 있어서/힘들게 하는지.../난 시험 기간이 싫다./정말 하루 종일 일하는 것보다/더 싫다. (2008.10.4)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보니 우리 아이들뿐만 아니라 전국의 많은 아이들이 시험 보느라 참 애썼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나 어른 할 것 없이 시험이 싫은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이니 공부를 해야 하고, 평가를 받아야 마땅하다고 하는 어른이 있다면 구차하게 내가 아이들을 변명할 생각은 없다.

 마땅히 학생은 공부를 해야 하고, 시험을 봐서 진단도 해야 하니까. 그런데 문제는 진단으로 끝나지 않는 데 있다. 어떤 부모든 아이들이 시험을 보고 난 후 그 결과에 따라 아이를 혼내기도 하고, 칭찬도 하니까. 부모님은 쌔빠지게(?) 돈 벌어서 뒷바라지하는데 너희는 이것밖에 못 하느냐고 하면 아이들은 고개를 들 수 없다.

스스로를 원망하고, 자포자기에 빠지기도 한다. 시험 결과에 따라 아이들이 짊어져야 할 학원 수와 공부의 양은 더욱 늘어나고, 아이들 어깨는 더 쳐질 수밖에 없으니까.
내 생각만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아이들이 시험에 대해 느끼는 부담은 더 커진 것이 사실이다.

그 까닭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아이들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서가 아닌가 싶다. 초등학교(도시는 유치원)부터 아이들이 경쟁하는 것을 마치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수준과 서열로 나누어 아이들을 교육시켜야 된다고 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누구나 잘 아는 소설가 이외수씨는 시골에 살면서 다른 아이들이 도시로 나가고 자신의 아들도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도시로 나간다고 하자 "왜 경쟁하는 선수가 되려고 하느냐? 그 경쟁 속에 들어가지 말고, 지켜보는 심판이 되라."고 했다고 한다.

우리 진안만 해도 시골에서 자라는 것이 아무리 좋다고 입으로 떠들어본들 자본주의 시장 논리에 따라 당장 돈을 벌지 않으면 먹고 사는 문제에 쪼들리는 사회에서 어떤 부모든 아이들이 공부를 잘 하기를 바라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본다.

다만 자녀를 둔 모든 부모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잊지 말아야 할 사실 한 가지! 공부는 억지로 시켜서 되지 않는다는 것, 부모나 선생님 욕심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 최대한 아이들이 공부에 재미를 붙이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분위기와 용기 그리고 힘을 주는 것 그리고 공부보다 착하고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을 아이들이 커가면서 잊고 산다는 것.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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