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장님(5)·
35년, 우리군 최장기 집권 이장
동향면 성산리 장전마을 전기홍 이장

▲ 전기홍 이장
동향면 성산리 장전마을 전기홍 이장을 만났다. 올해 69세인 전 이장은 우리 군 현 이장들 중 최장기 이장직을 맡고 있다. 무려 35년간 이장님으로 불리고 있다. 오랜 세월만큼이나 스쳐가는 단상도 많다는 전 이장.

전체를 위해 소수의 의견은 무시되던 새마을운동 당시 행정에서 기존 담을 헐고 새로 담을 쌓으라는 명령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에도 22가구에 불과했던 장전마을 주민들은 이번 기회에 아예 담을 없애고 살자는데 뜻을 모았다고 한다.

당연히 담을 쌓으라는 행정의 압력이 있었지만 전 이장을 비롯한 마을 주민들은 뜻을 굽히지 않아 현재도 장전마을은 담 없이 12가구, 27명의 주민들이 오순도순 살고 있다.

진안과 동향을 잇는 49번 지방도가 없던 시절, 동향 면소재지를 가기 위해 위험한 산길로 다녀야 했었다. 마을 앞을 지나는 도로가 건설돼야 한다고 생각했던 전 이장은 지방도 건설을 주장하며 예비 작업 성격인 농로 건설에 앞장섰었다. 우선 농로가 생겨야 행정에 지방도 건설을 요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시 마을 젊은이들은 이런 첩첩 산골에 버스가 다니는 도로가 생긴다면 열 손가락에 장을 지지겠다며 코웃음을 치더란다. 주민들의 단합을 이끌어낸 전 이장은 각고의 노력 끝에 지방도 건설을 이끌어냈다. 지금도 '열 손가락에 장' 운운했던 사람들을 만나면 빨리 손가락 장 지지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는 전 이장.

한때는 이장일이 너무나 힘들어 이장 선거 시기를 피해 가족 모두를 데리고 부산으로 도망 아닌 도망을 친 적이 있다고 한다. 8개월을 머물고 마을로 돌아오니 주민들이 다시 자신을 이장으로 억지 추대하는 통에 울며 겨자 먹기로 이장을 맡았다고.

전 이장은 요즘 마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농과 고령화로 빈집은 점점 느는데 귀농하고자 문의를 해오는 사람들을 받을 수 없어서란다.

용담댐 건설 당시 이 마을에도 투기 열풍이 잠시 불어 외지인들이 빈집을 마구잡이로 매입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귀농을 위해 마을을 찾는 사람들에게 터무니없는 집값을 요구한다니 마을이 좋아 들어오고 싶어도 집값 때문에 못 오겠다는 푸념을 들을 때마다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전 이장은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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