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마당 담당 윤일호 선생님

겨울
송풍초등학교 3학년 허순호
 
날씨가 쌀쌀해졌다.
바람이 불고 눈이 온다.
뒷집 할머니가 "으미~ 춥네."하고
방으로 들어가셨다.
나는 빨리 눈이 와서
썰매장에서
썰매를 타고 싶다.(2006.11.29.)

가을 밤
○○초등학교 5학년 ○○○
 
귀뚜라미 떼지어
합창하듯 울고
 
허수아비 외로운 듯
논밭에 홀로 서 있네.
 
나무에는 나뭇잎이
하나 둘 떨어지고
 
바람 스쳐 지나가
이삭들의 스승이 되네.



■ 함께 나누는 생각 ■

◆계절은 또렷하게 잡아서

아이들과 시를 쓰다보면 많은 아이들이 무엇을 써야 할지 한참 고민을 한다. 그러다가 결국은 마음에 전혀 감동도 없는 이야기 중에 하나를 골라 머리로 꾸며서 글을 쓰고 만다.

그런 시들은 대체로 그림이 그려지지 않고, 장면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니 읽어도 감동이 없고, 누구든지 쓸 것 같은 말을 썼구나 하는 느낌밖에 오지 않는다.

순호는 바람 불고 눈이 오는 날에 뒷집 할머니가 하는 말을 잡아서 시를 썼다. 순호의 시를 읽다보면 그림이 그려지고 장면이 떠오른다. 할머니 사투리가 구수하게 느껴지고 말을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해보면 웃음도 나온다.

더 좋은 점은 사투리를 잘 살려 썼다는 점이다. 어떤 글이든 꼭 표준어로만 써야 좋은 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구수한 우리 지역의 사투리를 살려 쓰면 오히려 글맛이 더 난다. 겨울이 오면 제일 먼저 눈썰매를 타고 싶은 마음도 잘 나타나 있다.

두 번째 시를 보자. 어느 한 연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가을 밤을 정말 마음으로 느끼고 썼다면 이런 글이 나오지 않는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글일 뿐이다.

밤에 정말 허수아비를 보고 쓰지도, 귀뚜라미가 우는 모습도 그냥 머리로 지어낸 것이어서 또렷하게 마음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특히 마지막 연은 말장난이지 결코 아이다운 생각이 아니다.
시는 나만의 생각, 개성이 또렷하게 드러나는 시가 좋은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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