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영의 잡동사니>

요즘 연쇄살인범 때문에 사형집행이 새삼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극악무도한 연쇄살인범들을 살려 두는 것이 국민들의 법 감정에는 맞지 않는 모양이다. 우리나라는 사형폐지국가는 아니다. 다만 10여 년간 사형집행을 미루었을 뿐이다.

사형을 집행하려면 대통령의 재가가 필요하다. 다만 김대중, 노무현대통령은 그 사형집행을 재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형수들은 미결도 기결도 아닌 사형수의 신분으로 생명을 이어온 것이다.

대통령만 사형재가를 미루는 것은 아니었다. 예전 임금들도 사형재가가 올라오면 국사범이나 흉악범이 아니라면 호생(好生, 살리는 것을 좋아함)의 덕이라 해서 감1등하여 귀양을 보내는 등 사형집행을 꺼리는 관행이 있었다.

형벌의 목적은 응보, 예방, 교화의 세 가지다.
응보형이란 범죄행위의 피해에 상응하여 형을 과하는 것이다. 예컨대 '살인자는 사형에 처한다' 같은 고대 형벌제도 같은 것이다.

안락사란 고통스런 삶을 이어가느니 차라리 목숨을 끊는 것이 낫다는 뜻이다. 사형수에게 사형집행은 차라리 안락사이다. 사형대신 종신형으로 감옥에서 썩게 하는 것이 더 고통스러울 테니 응보형의 의미에서라면 사형보다 종신형이 더 적당할 것이다.

예방형이란 범죄에 대하여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사람들이 형벌을 두려워하여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범의(犯意)를 억제시키고, 또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격리시켜 사회를 보호하자는 뜻이다.

교화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교화시켜 사회에 복귀시킨다는 제도로 우리나라도 교화형 제도를 지향한다는 뜻으로 형무소를 교도소(矯導所)라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그럼 사형제도가 있으면 사형이 무서워 범죄가 줄어들까?

그러나 각국의 예로 보면 사형제도가 있어 흉악범죄가 줄어든다는 근거는 없다고 한다.
사형제도의 문제점은 개인의 폭력을 국가적 폭력으로 대응한다는 점에 있다. 사형도 엄연히 살인행위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형은 만일 오심이 있어도 되돌릴 수가 없다.

살인에 해당하는 범죄는 대부분 살인사건인데 죽은 자는 말이 없으므로 오심을 할 가능성이 그만큼 많아지지만 무고한 사람에게 사형을 집행해 버리면 국가권력이 살인범죄를 저지르는 셈이다.

한편 정치권력이 반대파를 제거하려고 사형을 활용하려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도 자유당 때 진보당사건을 조작하여 조봉암을 사형시킨 일이라든지, 5.16후 용공세력이라고 혁신계열을 사형시킨 일이라든지, 유신시절 인혁당에 연루된 사람들을 무더기로 사형시킨 일들은 사법살인에 다름 아니다.

천자문에 금생여수(金生麗水) 옥출곤강(玉出崑崗)이라는 글귀가 있다. 풀이하면 '금은 여수(麗水)라는 강에서 나고 옥은 곤륜산에서 난다'는 뜻이다. 여수는 예로부터 금의 산지로 유명했다.

그래서 역대 왕조는 여수에서의 금 채굴권을 독점하고 만일 사인(私人)이 잠채(潛採)를 하다 잡히면 사형에 처하였다. 그러나 잠채는 끊이지 아니하였다고 한다.

이에 한비자(韓非子)는 말한다.
"누구에게 천자(天子)를 시켜준다고 하자. 그러나 다음날 목을 벤다고 하면 아무도 천자를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여수에서의 잠채는 극형으로 금지시켰는데도 잠채꾼이 근절이 안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법이 잘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잠채를 할 경우 꼭 잡힌다면 하나뿐인 목숨을 걸고 그런 행위를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안 잡힐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요행을 믿고 범법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 사형제도가 있어도 잡히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범죄는 줄어들지 않는다. 사형을 집행하자고 열을 올릴 게 아니라 치안을 확립하고 철저한 과학수사로 범인은 반드시 잡힌다는 믿음을 줄 때 흉악범죄는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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