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론>
이규홍 <새진안포럼·주천면 무릉리>

최근 진안군 내에서 치러진 단위농협 이사선거가 가히 목불인견이다. 지금의 정권이 들어선 이래 민주주의가 똥친 막대기 취급을 받더니 급기야 정치는 물론 국민들의 의식까지 이삼십년 뒤로 후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우리 진안도 예외가 아닌듯하다.

전체 투표권자의 권리를 강탈하는, 후보 간 사전조율이라는 해괴한 짓이 공공연히 자행된 일이 있었다고 한다. 참 한심한 작태라고밖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욕하면서 배운다고 하더니 중앙정치의 못된 습성을 비난하던 사람들이 어느덧 민주주의의 기본을 깡그리 무시하는 이런 행태를 충실히 모방하고 있는 게 아닌가싶어 입맛이 쓰기도 하고 우리 진안의 미래가 걱정되기도 한다.

초등학생도 잘 알고 있는 선거권과 피선거권, 그리고 그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으로 성립되는 민주주의의 기본요건에 대해 새삼 언급할 필요는 없겠다. 우리가 생각 없이 저지르는 대개의 비민주적인 행위들은 잘 몰라서 그렇게 하는 게 아닌 경우가 의외로 많다.

알긴 알되 '대의를 위해 약간의 과정의 오류쯤은' 이라고 무시하거나,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대의와 명분을 서슴없이 짓밟는다. 아무 거리낌 없이……. 그리고 남의 사소한 실수에는 사냥개처럼 달려들어 물어뜯는다. 싸가지 없이…….
 
조합원 제명의 건을 처리하기 위한 총회가 열린 날 황평주 임시 총회 위원장은 대의원 A씨 제명의 건을 안건으로 상정하고, A대의원이 진안농협의 신용을 잃게 했다는 요지의 내용을 설명했다. 황 위원장은 A대의원이 군청 브리핑 실을 찾아 이사 선거를 놓고 사전 조율 등과 조합장이 자기 사람을 이사에 당선시키기 위해 임직원들에게 사전 조율을 종용했다는 내용이 기사화된 점 등을 꼬집어 설명했다. 또 근거 없는 내용이 신문에 기사화된 부분과 이사선거 과정에 대한 명예실추 그리고 제37기 총회 분위기를 흐린 점을 재차 강조했다. /진안신문

진안농협이 새삼 뭐 잃어버릴만한 신용이 남아있는지 묻고 싶다. 이사선거를 앞두고 입후보자들끼리의 사전조율이 없었노라고 주장하는 건가? 아니면 사전조율을 하긴 했는데 조합장이 자기 사람을 심기위해 사전 조율을 종용했다는 건 아니라는 건가?

동네 계모임에서 회장을 사전 조율해 뽑는 건 있을 수 있다. "올해는 아무개가 욕봤으니 내년엔 네가 고생 좀 해라." 그래서 등 떠밀려 돈도 안 되는 '먹자계' 회장도 되고 조기축구회 회장도 뽑는다. 그런데 농협은 공적인 기관이다.

모든 조합원의 뜻을 존중해 공명정대하게 치러져야할 선거의 절차와 형식이 조합장이나 몇몇 임원과 대의원의 입김에 따라 무시되었다면, 또 그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면 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보가 부족한 나로서는 무슨 동기로 사전조율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다. 다만 정황으로 보건데 어떤 형태로건 사전조율이 있었던 건 사실로 보인다.

그도 아니라면 진안농협은 힘없는 내부고발자만 제명할 게 아니라 진안신문을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으로 고발해야 한다. 금융회사에서 신용은 생명이 아닌가. 그 신용이 개털이 됐는데 조합원 한 명 모가지 날리는 것으로 회복이 되겠나싶다.

어쩌다 한 번 실수로 민주주의의 원칙이 뭉개질 수도 있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게 늘 허점투성이니 한번쯤 그럴 수도 있다. 문제는 그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데 있다. 이명박처럼 말이다. 인정하지 않고 잘했다고 자꾸 우기니까 욕을 먹는 거다. 두고두고.

조합원 제명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진(무기명 투표가 아니라 거수로 표결을 했다니 이것도 우스운 일이다.) 대의원들도 희한한 사람들이다. 어째서 자기의 정당한 투표권을 강탈해 간 사전조율에 공분하지 않는가. 성가시게 투표 같은 거 하지 않게 해주어 고마워 그런가?

투표는 민주주의에서 정말 중요한 절차이자 민주주의를 완성시켜주는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런 권리가 훼손당하는 건 아주 심각한 사건임을 알고 공분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 아닌가?

공동체가 바르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전체 구성원이 연대의식을 갖고 모든 사안에 공동의 책임을 지려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 일, 네 일을 가릴 필요도 없고 내 책임과 네 책임을 따질 필요도 없다. 그 공동체가 옳지 못한 행위를 하면 그 구성원 모두가 옳지 못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누구도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진안농협이 옳지 못한 일을 한 게 맞는다면 조합원 모두가 옳지 못한 사람이 되는 거다. 우리 마누라도 조합원이니까 옳지 못한 사람이 된 건데…… 이참에 확……^^
 
▶사족 … 분명 '내 마누라' 라고 해야 함에도 우리는 '우리' 라는 말을 즐겨 쓴다. 우리 아들, 우리 남편, 우리 논, 등의 말투 속에 우리의 공동체 의식이 깃들어 있다. 우리의 공동체는 스스로 길을 열기도 하고, 스스로 정화를 하기도 하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 짓기도 한다. 곧 공동체의 힘이다. 모든 크고 작은 공동체들이 잃어가는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스스로 바르게 설수 있었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진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