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영의 잡동사니>

국회에서 극한 대치하던 미디어관련법이 100일 논의 후 표결로 처리하자는 안으로 미뤄졌다. 도대체 어떤 법이기에 정부·여당은 법안통과에 저토록 목을 매고 야당이나 언론단체들은 반대하는가.
미디어관련법의 핵심쟁점사항은 재벌의 방송참여허용과 신문의 방송진출 허용이다.

정부·여당은 재벌이 방송에 참여하면 자본력으로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따라서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신문의 방송진출을 불허하는 지금의 법은 평등권 위반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자본의 속성은 이윤창출이다. 방송에서 최대의 이윤을 올리기 위해서는 시청률 확보가 필수적이다.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저질 오락프로그램이 판을 칠 것이고, 시사 교양물은 설자리가 더욱 좁아질 것이다.

보다 더 문제는 재벌소유 언론에서는 정론직필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미 재벌이 소유한 언론이 자사의 이익을 위해서 얼마나 곡필을 일삼아왔는가를 알고 있다.

또한 재벌은 정부와 여러 가지로 이권에 얽혀있어 정부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라 재벌소유 언론이 정부를 감시한다는 것은 고양이가 생선가게를 지켜줄 것이라 믿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다. 사

실 재벌방송 허용은 비판방송을 잠재우겠다는 정부·여당의 속셈이라는 야당이나 언론단체, 시민단체들의 지적이다. 신문의 방송진출도 그렇다. 지금의 언론환경은 조중동으로 불리는 메이저신문들이 신문시장의 65%가량을 점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언론은 정파적 이해에 따라 왜곡, 날조, 고의누락 보도를 예사로 하고 있다. 이번의 미디어관련법 보도에 있어서도 핵심쟁점을 객관적으로 기사화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고, 찬성 측 칼럼 등으로 지면을 도배 해놓고는 극단대치를 하는 야당을 빗대어 '폭력국회' 어쩌고 하며 미디어관련법 통과를 부추기는 듯 하는 보도태도를 보여 왔다.

그런데 문제는 신문의 방송진출을 허용하더라도 어마어마한 창업비 때문에 현실적으로 방송에 진출할 수 있는 신문은 조중동 3개 신문뿐이라는 점이다. 이들이 방송에 진출하면 여론지배력이 훨씬 커질 것이다.

이걸 모를 리 없는 정부·여당이다. 이들 신문이 방송에도 진출하여 지금처럼 여론을 왜곡이라도 해서 정부·여당을 지원해주면 정권이 천년만년이라도 갈 것이라고 믿는 모양이다. 과연 그렇게 될까?

5공시절 1985년 12대 국회의원선거에서의 풍경이다. 정부에 완전히 장악된 KBS, MBC등 방송들은 구정치인들이 당선되면 나라는 다시 혼란에 빠진다고 선동을 해댔으나 국민들은 그런 기만에 속지만은 않았다.

선거결과 김대중, 김영삼이 지지하는 신민당이 대도시에서는 압승을 거두었다. 이때 신민당의 총득표수가 민정당을 앞섰을 것이다.

언론을 통제하면 국민들이 정부를 믿지 않게 되고 민심은 이반한다. 과거에도 그랬는데 이제 우리 국민들은 자유로운 언론환경에서 10여년을 학습한 효과가 있다. 방송이 달라지면 먼저 시청자가 안다.

지금 사장이 바뀐 KBS의 뉴스 시청율이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신뢰도 1위의 명성도 이미 다 까먹었다. 제도권언론을 통제하면 국민들은 제도권 언론의 뉴스를 믿지 않게 되고 다른 소스를 찾게 된다.

유신시대나 5공 때는 '유비통신' '카더라방송'에 의지했지만 이제는 인터넷이라는 편리한 소통기구가 있다.
물론 정부·여당은 인터넷도 '사이버모욕죄'라는 법을 만들어 족쇄를 채우려하지만 그게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제도권 언론이 숨죽이면 귓소문 유언비어 등이 가공할 파괴력을 지니게 되고 오히려 정권의 명운이 위태로워짐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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