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김창현 <전 진안초등학교 교장>

불안하게 요동치는 경제, 한심스런 정치, 교육마저도 참말로 말이 아니다. 여러 가지 시끄러운 문제들을 보면 벼슬살이하는 이들이 제발 좀 잘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다.

벼슬살이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회사나 증권사 등에서나 일을 해주고 연봉 월급 시간급 등으로 돈을 받는 것이라면 모두다 벼슬살이다.

진안군민은 나라 안팎의 경제, 정치, 교육이야 어수선하든 진안에서 벼슬하는 분들만은 벼슬살이를 잘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벼슬하는 이들이 그 직무를 잘 수행해야 진안의 산업 경제 문화 관광 교육 등이 점진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옛 사람의 말이라 고리타분하다할지 모르겠으나 벼슬살이에 대한 글 하나를 소개한다.

"벼슬에는 천작(天爵)과 인작(人爵)이 있다. 인의충신(仁義忠信) 등 착한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 천작(天爵)이다. 공(公), 경(卿), 대부(大夫)니 하는 벼슬은 인작(人爵)이다. 옛날 사람들은 천작을 몸에 올바로 지닌 다음에 인작이 따라붙어 인작을 얻었다. 지금 사람들은 거꾸로 인작을 얻기 위해 천작을 얻으려 한다. 애써 인작을 얻은 후에는 (꼭 지니고 있어야 할) 천작을 버리는 자가 있다. (꼭 지니고 있어야 할) 천작(天爵)을 버리니 그는 결국 인작(人爵)마저 잃는다."

윗글은 '맹자'(김영수 역해, 서울: 일신서적출판사, 1991, pp.311∼312)에 나오는 글(해석을 본인이 다시 가다듬어 썼음)이다.

모든 것이 짧은 내가 감히 맹자의 말씀을 함부로 인용해서 송구스럽다. 하지만 시절이 하수상해서 죄송한 마음으로 인용하고 몇 자 덧붙인다. 맹자는 논리전개와 토론의 달인이라고 한다.

달인답게 맹자는 벼슬하는 사람이 벼슬하기 이전에 갖춰야할 인품을 천작(天爵)으로 보고 천작에 무게를 두고 실직적인 벼슬(인작)을 설명했다.

맹자의 말씀을 진안의 벼슬에 비교해 보자. 인작(人爵)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공무원과 교원, 회사원은 물론 군수, 도·군 의원, 각종 조합장, 조합이사 등 선출직을 포함하는 벼슬이다. 천작(天爵)이라는 말을 음미해보자.

천작(天爵)이라고 하는 인의충신(仁義忠信)은 벼슬하기 이전에 이미 갖추고 있어야 할 인품이면서도, 공직생활을 하면서는 더욱 갈고닦아야 할 인품이다. 인(仁)은 사람다움의 표현이며 바른 도리를 행함이다(맹자는 인을 '어질다'를 뜻에서 '사람이 되라'는 뜻으로 인을 한 단계 격상시킨 사람이다).

의(義)는 자기 직책을 바르게 행함이다. 충(忠)은 자기 일에 정성을 다함이다. 신(信)은 고객(주민이라 해두자)으로부터 받는 신뢰다.

앞으로는 벼슬하는 이들이 벼슬살이를 제대로 해서 선출직이 눈물을 머금고 도중에 사퇴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직무를 수행하다가 과오를 범했거나 윗사람을 잘못 만났거나 아랫사람을 잘못만나 사표를 내는 사람, 어쩔 수 없이 명예퇴직을 하는 공무원도 없어야겠다. 벼슬살이를 잘못하면 자신은 물론이고 어떤 모양으로든 진안에 손실을 끼친다.

아름답게도 작년 말에 국민권익위원회가 진안군을 외부청렴도 전국 1위의 지방자치단체로 선정하였다. 이것은 벼슬하는 모든 이들의 천작의 발휘 결과로 볼 수 있다. 경제가 요동치고 나라 안팎이 시끄럽고 어수선하다.

밖이야 그럴망정 진안에서 근무하는 모든 공무원, 교원, 선출직들은 천작(天爵)을 바탕으로 직무를 수행하여 군민으로부터 신뢰 받기를 바란다. 그래야 진안이 변하고 발전한다.
 
지금이야말로 모든 인작인(人爵人)들이 천작인(天爵人)의 시대를 열어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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