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에 교사로 산다는 것은?
이 시대에 교사로 산다는 것은?
  • 디지털 진안일보
  • 승인 2004.06.0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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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본지 편집위원장
초임 발령을 부안 고등학교로 받았던 때가 벌써 15년이 넘어선다. 줄 곧 진안고(현 진안공고), 진안제일고, 장수고 등 읍내 고등학교를 전전하다가 작년부터 진안여중에서 생활하고 있다. 5월이 다 지나가는 때이지만 하루하루가 부담으로 다가서는 게 우리 교사들의 생활이다. 특히 5월은 그렇다. 실제 큰일도 아니지만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언론에서부터 시끄럽다. 그러면 스승의 날을 없애자는 이야기부터 학교에 학부모의 출입을 통제하는 일까지 나타난다. 이러면 우리교사들은 마치 죄인이라도 된 듯 숨을 죽여가며 생활하여야하는 모습에서 때로 자괴심을 갖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식사를 초대해도 정중히 거절을 해야 하는 때도 스승의 날 무렵이다. 교직생활 15년을 하면서 눈시울 뜨겁게, 마음으로 반갑게 받은 몇 번의 촌지(?)가 기억난다. 초임지 부안 고에서 3학년을 맡고 대학원서를 쓸 때였다. 무척 성실하고 착실한 녀석이었는데, 충남대 공업교육과에 원서를 써달라는 것이었다. 점수가 되지 않아 그곳은 힘들다고 하니 제 소원이니 써 달라고 한다. 그러면 어머니를 모시고 오라고 했다. 다음날 오신 어머니는 종태 소원이니 써 달라고 부탁한다. 자식에 대한 애틋한 애정 표현이었으리라. 교무실 밖으로 부르더니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접혀진 몇 장의 천 원 짜리 지폐를 펴더니 내 손에 줘 주었다. 한사코 받지 않는다는 말에 서운함이 얼마나 컸던지 눈시울을 붉힌다.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졸업 후 종태는 취직을 하고 뒤늦게 대학을 다녔고 언제가 사계절 출판사에서 나온 《역사 신문》을 보내왔다. 그 책 속 쪽지에 “세속적인 빛에 가리어 소중하고 귀한 것들을 잃어가고 있는 지금. 잠시나마 선생님을 생각합니다. 형식적으로 선생님을 생각하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드네요. 작년 12월 만남 이후 반년이 흘러가고 있죠. 만남을 기약하며 건강하시고요. 앞으로 할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바른 사람으로 계속 살아가겠습니다. 늘 가정에 평온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제자가 바랄게요. 1996. 5.15. 제자 김종태” 스승의 날에 받은 최고의 선물이었다. 이래서 교사로서 사는 것이 아닐까? 진안에서 근무하면서였다. 책읽기를 좋아하는 녀석이었다. 조금은 엉뚱한 구석이 있었고 순진한 녀석이었다. 지금은 전자제품 대리점에서 열심히 근무하면서 가끔씩 전화를 하면서 안부를 묻는 녀석이다. 담임을 하고 있을 때 나를 부르더니 종례 끝나고 사거리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그곳으로 오라는 것이었다. 사거리로 가자 그 애는 가방 속에서 비닐 주머니를 꺼낸다. 그 속에는 이쁘게 익은 살구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의 마음도 읽을 수 있었다. 선생님만 먹으라는 소박한 그의 마음이었으리라. 올해도 스승의 날 무렵에 전화가 왔다. 교사는 이런 보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진안에서 교직생활을 하면서 가르친 몇 명의 제자 주례를 보면서 한편 가슴 뿌듯함도 있었지만 보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다짐도 하게 만든 계기를 주기도 했다.올 스승의 날에 진안여중에서는 지역의 여러분이 오셔서 1일 교사를 해주셨고 교사들은 학생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우리 반 아이들은 멋진 반소매 티를 선물해 주었다. 티켓보다도 훨씬 값진 반소매 티였다. 그래 교사는 승진하여 학생들과 멀어져서 사는 아니다. 아이들과 부딪기며 희망을 주고 보람을 먹고사는 존재가 아닌가?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이들이 사준 반소매 티를 입고 자전거를 타고 힘차게 출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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