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프랑스의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는 그가 쓴 <무지한 스승>이란 책에서 "모든 아이들은 지적으로 평등하다."라고 말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학업성적이 좋지 않아도 지적으로 떨어지는 아이는 존재할 수 없다.

단지, 학습에 흥미와 호기심을 보이는 아이가 있을 뿐 공부를 잘 하고, 잘 하지 못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즉 '모든 아이가 지적으로 평등하다.'라는 요지가 <무지한 스승>의 핵심적인 주장이다.

지난 2일, 최규호 도교육청 교육감은 진안교육설명회에 참석해 격려사를 진행했다. 연설 도중 그는 '내가'라는 어휘를 자주 사용했다. 행위주체를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내가 예산을 편성하겠다.", "내가 기숙사를 만들겠다." 등등. 그가 사비를 털어 교육에 투자할리도 없거니와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소중한 예산을 자기마음대로 집행하는 듯 해 듣는 귀가 불편했다. 선거철, 정치인들이 자신을 미화하기 위해 자주 쓰던 말을 그가 언급하고 있었던 셈이다.

또 이날 최 교육감이 떠난 행사장은 뒤죽박죽이었다. 서두르는 최 교육감의 모양새도 보기 좋지 않았지만 잘 차려 입은 학부모들도 관변행사 들러리처럼 보였다. 곧 지루한 교육설명회가 이어졌는데, 일부 학부모들은 "졸리다."라며 아우성이었다. 초청한 코미디언을 빨리 보고 싶다고 야단이었다. 행사진행요원들도 문을 닫지 않은 채 떠들었고, 제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교육설명회는 중요한 자리다. 예산이 진안교육에 어떻게 쓰이는지 학부모와 교육공무원이 머리를 맞대고 확인하고, 토론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장내는 어수선했고, 학부모는 수동적이었다. 교육환경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도 없었다.

일제고사 관련 중징계를 이끌었던 사람이 교육예산분배에 힘쓰는 청렴한 교육공무원 같은 이미지만 풍기고 떠났다. '어떤 사회가 어떤 인간을 만드는가?'최 교육감이나 자리를 마련한 진안교육청, 교육의 한 주체인 학부모 모두가 스스로 질문해봐야 할 말이다.

진안교육설명회를 이야기하다보니 최 교육감이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는 떠나기 전, "꿈과 사랑이 넘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꿈과 사랑이 넘치는 학교, 참 좋은 얘기다. 누군들 그런 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왜 그의 말이 소리만 요란한 속 빈 강정처럼 들릴까. 학교에 꿈과 사랑은커녕 '폭력'만 난무하고 있다는 것을 최 교육감 본인이 더 잘 알 것이다.

일제고사는 성과가 아닌 폐해만을 불러왔다. 학부모들에 게 질문지를 돌렸다는 이유만으로 교사들이 강제로 학교에서 쫓겨났다. 장수중학교 김인봉 교장은 체험학습을 결심한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했고, 결국 '3개월 정직'이란 비상식적인 처벌을 받았다.

그러나 최 교육감은 중징계에 앞장섰고, 문제를 더욱 부채질했다. 일제고사는 아이들에 대한 직접적인 '차별'이다. 학교를 서열화할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두 종류의 인간으로 갈라놓는다.
일등 하는 아이와 꼴찌 하는 아이 혹은 부자 아이와 가난한 아이. 그런 그가 학부모들 앞에서 '꿈과 사랑'을 언급했다. 아이러니다.

저작권자 © 진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