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순 용 간사

달마다 여러 가지 공과금을 내야하는 때가 돌아오면 한숨이 푹푹 나온다. 마치 한 달을 이 세금을 내기 위해 사는 듯 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특히 식구 넷이 모두 하나씩 가지고 있는 손전화 요금이 한 달 생활비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만만치 않다. 거기다가 인터넷 요금에 집 전화요금까지 먹고 입는 것보다 이렇게 기계를 사용하는데 쓰는 돈이 결코 적지 않다. 그 기계들 덕분에 누리는 문화혜택 때문에 치러야하는 댓가가 너무나 가혹하다는 생각을 늘 하게 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것들이 없다고 사람의 목숨이 당장 어찌되는 것은 아니다. 구드룬 파우제방의 『핵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에 보면 핵폭발이 일어 난 뒤 사람들이 가장 먼저 버린 것이 온갖 전기제품들이었다.

전기제품의 수명이 얼마나 짧아졌는지 우리 집에도 지금 못 쓰는 손전화가 두어 개 굴러다니고 있다. 이 손전화에 들어가는 부속품 때문에 아프리카에서는 고릴라들이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박경화 선생님의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를 읽은 뒤에는 양심이 심하게 찔린다.

손전화, 노트북, 제트엔진 따위의 중요한 부품원료에 탄탈이란 것이 있는데 이것은 콜탄에 섞인 불순물을 없애고 그 물질을 더 순수하게 해서 만든다. 콜탄 생산량이 가장 많은 곳이 아프리카 중부의 콩고인데 콩고는 지금 자기네들끼리 전쟁 중이다.

정부군과 반군이 몇 년째 전쟁 중인데 반정부군인 투티족은 콜탄을 캐서 내다 팔아 전쟁자금을 조달하고 있다고 한다. 콜탄이 비싼 값에 팔리는 것을 목격한 농부들은 일확천금을 꿈꾸며 농사짓던 땅을 버리고 콜탄 광산으로 몰려가 콜탄을 캐고 있다고 한다. 콜탄의 최대 산지인 콩고의 <카후지 비에가> 국립공원은 고릴라의 마지막 서식지라는데 콜탄에 미친 사람들 때문에 이리 저리 쫒기는 신세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들이 함부로 쓰고 하찮게 버리는 전자제품들이 지구반대편에 있는 동물의 생존에까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면 그냥 쓸 수 있는 물건을 새 것으로 무작정 바꾸는 것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자신들의 오랜 터전을 개발하려고 사겠다는 미국인들에게 인디언 원주민이 보낸 편지가 생각난다.

마지막 나무가 사라진 뒤에야,
마지막 강물이 더럽혀진 뒤에야
마지막 물고기가 잡힌 뒤에야
그대들은 깨닫게 되리라.
사람이 돈을 먹고 살 수는 없다는 것을.

선생님은 글쓰기로 아이들을 만나고 있으며 얼마 전부터 시골살이가 좋아 부귀면 신덕마을 간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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