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박선진 <소설가·주천면 무릉리>

건강관리를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청결임을 강조하는 것은 살기위해서 밥을 먹어야 한다는 말처럼 싱거운 소리다.

두 번째 싱거운 소리 하나- 청결의 기본은 씻기로 정기적인 목욕은 건강의 절대적 조건이다. 이는 더 싱거운 소리가 아닌가.

우리마을 사람들 중 교인들은 교회차를 이용해서 정기적으로 목욕탕을 다니고, 다른 사람들은 버스도 타고 자기 차도 타고 목욕을 다닌다. 그런데 자기차를 가진 사람들은 주로 이웃 금산으로 목욕을 하러 간다. 거리상 가깝기도 하지만 시설이 월등히 낫기 때문이란다.

몇 년 전에 교회에서 황토벽돌로 찜질방을 만들어 교인들은 겨울이면 그곳에서 건강을 관리해서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게 지낸다.

교인들이 주민 모두에게 찜질방을 개방했지만 이용자는 대개 정해진 것 같아 아쉬움이 큰데 동향면의 지인들이 하는 이야기가 더 큰 아쉬움으로 들린다.

무슨 이야긴가 하면 동향면은 무주군과 인접한 곳인데 무주군 안성면에 면사무소에 목욕탕이 있다는 거다.
그 목욕탕은 남탕과 여탕으로 구분되어 지어진 게 아니라서 홀수와 짝수를 구별해 남자와 여자들이 이용하고 이용료는 천원을 낸다고 하는데 동향면 사람들도 곧잘 이용을 한다는 이야기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무릎을 쳤다. 바로 그거야. 생각이 바뀌면 사람이 바뀌고 사람이 바뀌면 시설도 바뀌는 거야!! 라고. 그리고 나서 우리 군을 둘러보았다.

바뀐 시설이 어디에 있는가하고 말이다.
눈에 띄는 게 진안초등학교 담장이 없어졌다. 군청 담장도 없어지고 멋진 정원이 만들어졌지. 그리고 축협 건물이 번듯하게 지어지더니 건너편 농협도 단장을 했고, 아, 몇 년 동안 외관만 웅장하게 을씨년스럽게 서있던 한방약초센터가 제법 실속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럼 시설이 바뀐 건가? 그래서 사람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게 된 건가? 그러던 차에 마령면사무소에 목욕탕이 지어진다는 아주 바람직한 소리가 들렸다.

아무리 번듯하게 잘 차려입으면 머혀. 몸뗑이는 목욕탕 가기가 거시기 혀서 자주 못 씻는디. 번듯한 건물만 디립다 지으면 머혀. 실속이 있어야지. 장날 버스 안을 가득 채우는 건 다 병원 가는 노인들이고, 그 노인들 치료라는 게 열에 아홉은 물리치료가 주인데. 아먼, 참 잘하는 일이여. 그 동네 면장 한번 잘 뽑았고만. 기실 요즘엔 면장은 뽑히는 분이 아니기는 허지만.

여하튼 그렇게 좋아라 했더니 예산 문제 때문인지 계획이 취소되었다는 안타까운 이야기가 다시 들렸다.
어마어마한 규모로 지어지는 한방타운에, 외국의 사례들을 다 뒤지고 골라서 지어진다는 스파종합세트도 우리 진안거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것이고 관광객들 것인데 그나마 면사무소 목욕탕이라니 얼마나 반가운 소리였던가. 역시 생각을 바꾸는 건 어려운 일인 모양이다.

하기사 면사무소마다 목욕탕을 지어놓으면 주민이 운영하는 개인목욕탕의 운영이 어려워진다는 애로점이 생기겠다. 그래도 노인들이 거주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실에는 꼭 필요한 것이 면마다 목욕탕 하나씩 있었으면 좋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 군에도 수영장이 생긴다는 사실이다. 따뜻한 물에 씻고 혈액순환 잘 되고, 나이 들어 물찬제비를 꿈꾸는 수영강습은 아니라도 물속에서 하는 치료프로그램이 효자손이 될 것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나중에 딴 소리 안 나오게 잘 지었으면 좋겠다.
우스갯소리 하나 더, 동향면에서 집집마다 6만원 상당의 의료상자를 받았다는데 한 젊은 엄마가 이런다.
"집집마다 이런 거 돌리지 말고 이 돈 모아서 목욕탕이나 지어주지. 엥, 이 돈으로 못짓는다고요. 그럼 몇 년치 모아가꼬는 안될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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