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함께…
윤일호 교사

아마도 제목을 보는 분들 중에 어떤 분들은 '아니 아무리 할 공부가 없다고 욕을 공부하나?'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설명을 좀 하자면 욕을 공부한다는 것은 요즘 세상이 거칠어지면서 아이들 말이 거칠어지고 어떤 뜻인지도 모르는 우리 아이들에게 욕이 어떤 뜻인지를 알게 하고 줄여보고자 하는 마음을 담은 공부다.

아이들과 함께 욕 공부를 하겠다고 했지만 학년 초라 바쁘기도 하고 좀 더 시간을 두고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언제 욕 공부를 하느냐고 기다리기도 하고 도대체 무슨 욕 공부가 있느냐며 신기해하기도 해서 하려면 일찍 하는 것도 뜻이 있겠다 싶어 일찍 하게 된 것이다.

요즘 아이들 문화가 그렇겠지만 우리 반 아이들도 욕을 참 많이 한다. 용담 아이들만 해도 시골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욕을 별로 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읍내 아이들은 도시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하기야 요즘 아이들에게 욕은 생활이 된 지 오래다. 누리집(인터넷)이나 아이들 대화에서 욕이 빠지고는 대화가 잘 되지 않는다. '씨발', '졸라', '호로자식'은 말할 것도 없고, 듣도 보도 못한 별 희한한 욕도 많이 한다.

아이들 문화이겠거니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어찌 보면 우리 사회를 반영한다고 생각해보면 씁쓸한 기분이 든다. 삭막하고 이해관계를 먼저 따지는 어른들 문화에서 말은 어른의 문화를 반영해 거칠어질 수밖에 없고, 아이들은 고스란히 어른들의 문화를 받아 거친 말을 쓸 수밖에 없다. 따져보면 내가 어렸을 때도 욕을 했었고 나도 가끔 욕을 하니까. 하지만 그 시절엔 동무들과의 대화에서 욕이 빠진다고 이야기가 안 되고 그러지는 않았다.

지난번 모 방송에 나온 것처럼 요즘 아이들 문화에선 이야기 한 마디 한 마디가 시비조로 시작해서 욕을 곁들어 말이 이어진다. 그래서 '졸라'같은 말은 아이들 대화에서 추임새가 된 지 오래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부모들은 우리 아이만은 욕을 쓰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다른 자식들은 몰라도 내 자식은 결코 욕하지 않고 상냥한 아이라고 믿으며,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굳게 믿는다. 하지만 아이가 집에 가서 부모님 앞에서 욕하는 아이가 어디 있나? 학교에서건 노는 곳에서건 또래 집단 끼리 욕을 하는 것이지. 자기 아이에 대한 기대와 믿음은 어떤 부모건 절대적이다.

첫 시간은 A4용지 한 장씩을 주고 "너희들이 알고 있는 욕을 전부 적어봐라. 눈치 보지 말고 들은 말이든 쓰는 말이든 어떤 말이든 좋으니 적어봐. 그리고 우리가 지금 하는 것은 욕을 배우기 위한 게 아니라 이런 욕도 있구나 하고 살피고 뜻을 알아서 쓰지 말자는 것이라는 거 알지? 그럼 한 번 적어보자."하니 아이들이 하나 둘씩 종이에 적기 시작한다.

한 쪽을 넘겨 뒷장에 쓰는 아이들도 있다. 주로 쓰는 말들이야 비슷하지만 예전과 달라진 점이라면 문장으로 긴 욕이 많이 생겼다는 점이다. 한 사람씩 다 적은 종이를 실물 화상기에 놓고 함께 살펴보았다.

아이들도 나도 깜짝깜짝 놀랄 욕들이 참 많다. 듣기에 참 살벌한 말들도 많다. 욕으로 사람 죽이는 건 기본이고 성(性)에 관한 욕들이 대부분이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어른들 흉내 내고 자기들끼리 쓰는 말들이다. 아마도 아이들이 쓴 욕을 내가 이 곳에 적는다면 설마 그럴 리가 하고 믿고 싶지 않은 어른들도 참 많을 것이다.

그래도 궁금한 분이 계시다면 아이들이 쓴 욕을 보여드릴 뜻은 있다. 부디 다시 말씀드리지만 아이들이 하는 살벌한 욕을 듣고 놀라지 말기를 바란다. 이게 지금을 살고 있는 아이들의 현실이니까.

아까도 말했지만 예전 우리 때와 달라진 특징은 긴 욕이 참 많다는 점이다. 아이들이 쓴 욕을 한 장 한 장 쓰고 살펴보고 나니 한 시간이 끝났다. 아이들은 마냥 재미있다고 웃고 난리가 났다. 재밌기도 하겠지. 자기가 알고 있는 욕도 있지만 별 희한한 욕을 들으니 우습기도 하고 욕 공부라는 것을 처음 해보니 신기하기도 하겠지.

첫째 날은 이렇게 한 시간만 하고 둘째 날에 두 시간을 하기로 했다. 쓴 욕들을 하나 하나 살펴보니 참 많은 욕이 있구나 싶기도 하고 너무 살벌한 말들이 많아서 오싹하기도 하다. 그리고 혹시 아이들이 이런 욕을 배워서 쓰면 어쩌나 걱정이 되기도 했다.

둘째 날 첫 시간은 아이들이 쓴 욕을 가지고 하나 하나 뜻을 살폈다. 우선 육두문자의 뜻부터 시작해서'씨발'은 무슨 뜻이고, '지랄', '염병', '호로자식' 따위의 말들이 무슨 뜻인지를 살피니 아이들이 '저게 저런 뜻이었어.'한다. 어른들도 너무 쉽게 쓰는 그 말들이 따지고 보면 얼굴을 들고 이야기를 나눌 수 없을 정도로 심한 뜻을 가진 말도 있다.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썼던 말들이 그런 뜻이 있구나 하는 사실에 놀라는 아이들도 있고 '그렇구나.' 하며 공감하는 아이들도 있다. 셋째 시간에는 욕 공부를 하고난 느낌을 글쓰기 공책으로 나누었다.

내가 욕 공부로 아이들에게 심어주고자 하는 마음과 아이들 나름의 생각들이 잘 어우러져 뜻 깊은 시간이 되었기를 바래본다.
또 뜻을 알고 나면 전에 함부로 썼던 말도 좀 더 생각하고 나를 다스리며 말을 함부로 하지 않겠나.

선생님은 진안중앙초등학교에서 6학년 담임으로 아이들을 만나며 글쓰기로 삶을 가꾸려고 노력하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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