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론
구자인 <진안군청 마을만들기 지원팀장>

세상이 어수선하기는 하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돌아왔다. 모두들 올 농사는 어떻게 할지 나름대로 계획도 세웠을 것이다.

고추 모종 심고 고구마 순 내고 하는 작업은 이미 마쳤을 것이고 밭가는 작업은 한창인 것 같다. 그런데 우리 마을에 돌아왔어야 할 제비가 돌아와 있는지 궁금하다. 삼월 삼짓날도 한참 지나고 벚꽃도 지기 시작한 시점이니 돌아와 있는 것이 당연한 상황이다.

작년에 도농교류센터가 중심이 되어 처음 시도하였던 제비 관찰 프로젝트는 제보건수가 10건 정도에 불과하여 기대 이하의 결과였다. 예산이 전혀 없이 시작하여 신문 칼럼 지면이나 입소문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는 한계 탓이 크다. '쓸데없는 짓' 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그럼에도 나름대로 소기의 성과도 있었다. 예를 들어 돌아오는 제비가 실제로 그만큼 적다는 사실을 재확인하였고 백운면사무소에서 여러 개의 귀제비 집(호롱병 모양)도 발견할 수 있었다. 또 관찰자 중심으로 제비에 관한 학습효과도 적지 않았다. 더불어 사업의 의미를 높게 평가하면서 격려해주는 외부 학자들도 적지 않았고 언론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 주었다.

제비를 관찰한다는 것은 최근 유행하는 '저탄소 녹색성장', 기후변화 정책과도 연계가 깊다. 제비가 돌아오는 시점은 기후변화(온난화)에 영향을 받고 생존환경은 논의 생태나 곤충과 같은 먹이, 하천 갈대숲과 같은 서식지에 민감하다. 그래서 제비는 자연환경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지표생물이 된다. 다만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아 과학적인 자료가 미흡할 뿐이다.

또 돌아오는 제비가 급격하게 줄어든 것은 농촌의 인구감소와 주거환경 변화와도 인과관계가 높다. 제비란 새는 사람이 사는 집에 다시 되돌아오는 속성이 있는데 마을에 빈집이 늘어나면서 반겨줄 주인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또 바랑이 숭숭 들어오는 낡은 농가주택을 개선한답시고 처마 아래로 벽을 모두 만들어버려 집 지을 처마로 들어갈 틈조차 없어졌기 때문이다.

마을을 돌다보면 사람이 떠나니 제비가 돌아오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는 것을 실감한다.
제비 관찰의 의미는 진안군 정책 측면에서도 적지 않다. 우리 군은 전략사업으로 한방약초와 아토피, 마을만들기를 열심히 추진중에 있다. 최근에는 생태관광이 중요하게 부각된다. 모든 것이 진안군을 생태건강산촌으로 만들자는 신활력사업 목표로 이어져 있다. 이런 목표는 결국 진안의 자연 생태계와 전통문화를 소중하게 유지하면서 제비도 돌아올 수 있는 자연환경, 사회환경을 만들 때에만 성공할 수 있다.

제비도 돌아오지 않는 농촌이라면 분명 사람도 잘 살 수 없는 곳임에 틀림없다. 제비가 왜 돌아오지 않는지, 다음해 봄에 다시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답을 찾는 것은 결국 진안군 발전의 전략을 찾는 것이기도 한 셈이다.

조금 늦었지만 올해도 제비 관찰 프로젝트를 계속하고자 한다. 이 프로젝트에 지역주민과 단체의 많은 참여를 기대한다. 특히 아이들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청과 학교에서는 환경교육 차원에서, 또 제비를 회사 상징마크(CI)로 사용하는 우체국에서도 집배원 배달 시스템과 결합하여 조사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친환경(유기)농업을 지향하는 마을이나 작목반, 숲과 생물에 관심이 많은 단체 등도 직접 관계가 될 것이다.

더불어 올해 7월 31일부터 열흘간 진행하는 제2회 마을축제는 외부에서 참여하는 주된 고객층으로 고향을 떠난 향우회 분들을 기대하고 있다.

한여름철 시골학교(폐교) 동창회와 같은 기획사업도 그런 취지에서 제안한 것이다. 우리 군에 살았지만 이제는 살지 않는, 그렇지만 돌아와주기를 기대하는, 그런 마음은 제비 관찰 프로젝트의 취지와도 일맥상통한다.

용담댐 수몰 때문에 혹은 생계문제로, 아니면 아이들 교육문제로 떠날 수밖에 없었던 향우회 분들이 봄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던 제비처럼 언젠가 다시 고향으로 회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주변에서 제비를 보게 되면 할 일은 간단하다. 제비를 본 날과 장소를 알려주면 된다. 여기에 덧붙여 제비의 종류와 처음 집짓기 시작한 날, 날아온 마리수, 태어난 새끼수, 짓고 있는 집수 등도 계속하여 관찰해주면 금상첨화인 셈이다.

연락은 도농교류센터(432-0245)로, 자세한 내용은 귀농1번지 홈페이지(http://refarm1.com)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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