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현 <전 진안초등학교 교장>

"찍!"
개구리가 오줌 내깔기며 뛰던 논두렁이 그립다. 어린 시절과 개구리, 추억을 더듬어 본다. 여름철 논두렁 위를 걷다보면 개구리를 많이 볼 수 있다. 논두렁에 앉아 있던 개구리가 사람이 다가가면 논물 속으로 뛰어든다. 논물 속으로 뛰어들 때는 한 줄기 오줌을 싼다. 그 오줌이 검정 고무신과 발등에 묻기도 한다.

'저 놈의 개구리가 내 발등에 오줌 싸고 도망갔잖아. 에이, 재수 없어!'

오줌을 내깔기고 도망가는 개구리를 혼내주는 데는 싸리나무 회초리가 최고다. 회초리를 들고 다시 논두렁으로 간다. 개구리가 있다. 천천히 다가가 갑자기 회초리로 친다. 깜짝 놀란 개구리는 오줌을 싸며 논물 속으로 뛰어든다. 열 번 중에 한 번쯤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회초리에 얻어맞는 개구리가 있다.

하얀 배를 하늘로 향하고 큰 대(大)자로 뻗어버린 개구리! 혼내주어 속이 후련하면서도 파르르 온몸을 떠는 개구리를 보면 불쌍하다. 살리는 방법이 있다. 풀잎 십자가다. 풀잎 2개를 열십(十)자가 되게 개구리 배위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입안에서 침을 모아 풀잎 십자가 복판에 잘 떨어뜨린다. 한참 기다리면 개구리는 살아나 앉는다. 살아난 개구리를 뒤로 하고 논두렁 위를 뛰어간다. 뜀박질에 따라 논두렁에 앉아 있던 개구리들이 차례차례 찍! 찍! 오줌을 내깔기며 논물 속으로 뛰어든다.

머잖아 모내기가 시작된다. 예전에는 모내기 전에 논두렁 풀을 낫으로 깨끗이 깎았다. 깨끗이 단장된 초록빛 논두렁! 이런 논두렁을 어느 시인은 가르마 같은 논둑길이라 했던가? 지금은 모내기 때부터 논두렁에까지 농약을 뿌려 풀을 죽이기도 한다. 논두렁은 빨간 논두렁이 된다. 논두렁에는 지렁이가 산다. 거미도 산다. 수많은 곤충과 이름 모를 생명체들이 산다.

논은 죽어도 논두렁만이라도 살리는 방법은 없을까? 농약을 뿌리지 않으면 된다. 그러나 농촌의 현실로 보아 논두렁 풀 깎기가 어려운 농가가 많다. 작년에 우리나라가 OECD(경제협력 개발 기구) 국가 중에서 농가당 농약 사용량이 1위라는 보도를 본 일이 있다. 농가에서는 농약을 덜 쓰는 농법을 이용해야 한다.

올챙이가 헤엄치고 개구리가 뛰는 논을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할 수는 없을까? 마을마다 한 농가 3,000여㎡씩만이라도 농약을 전혀 쓰지 않는 논농사 지원하기로 올챙이가 개구리로 되도록 하는 논 말이다. 아니면 1개 읍면에 1농가라도, 아니면 군에 조그만 산골짜기 논 1농가라도 말이다. 응모와 계약을 통해서 할 수 있을 법하다.

한두 살 어린애들이 즐겨듣고 우쭐대는 동요가 있다.
"개울가에 올챙이 한 마리 꼬물꼬물 헤엄치다가 뒷다리가 쭉- 앞다리가 쭉- 팔딱팔딱 개구리 됐네."

우리 아이들이 올챙이가 개구리로 변하는 모습을 손쉽게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보자. 전주시 같은 도시도 시내에 맹꽁이 서식 습지를 가지고 있다. 진안은 여건이 좋다. 골짜기 논에 개구리가 뛰고 메뚜기가 뛰는 태고의 환경을 복원할 수 있다. 논두렁에서 개구리가 뛰는 논농사도 그린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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