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중·진안여중 통합에 대한 입장 모두 달라

길거리에서 만난 학부모 ㄱ씨(47)는 "진안중·진안여중 통합 건에 관해 반대다."라고 잘라 말했다. 여학생들이 남학생과 어울리면 중성화되어 여성상위시대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여자한테 치여 아들이 주눅들 수도 있다."라고 염려했다. 아이들이 많아지면 교사들도 관리하기 어렵고, 학교가 소란스러워진다는 것도 반대이유였다.

찬성하는 부모들도 있겠지만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공부해야 할 시기에 이성 때문에 골치 아파질 수도 있다는 게 대부분의 의견이다. 공부를 등한시한 채 이성에 대한 호기심만 많아지고, 얌전(!)해야 할 여학생이 남학생에게 장난을 거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남녀칠세부동석'의 여파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통합 건에 관해 교육청, 학교 교장, 학생 각자의 입장을 들어봤다.
 
교육청… "학교장·학부모 의견 들어야 결정"
송영숙 교육청 사무원은 "학교장과 학부모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조취를 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4년 전에 실시한 통합여론조사에서 교사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학생들의 생활을 지도하는데,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진안중과 진안여중이 서로 (성적으로)경쟁할만한 학교인데, 통합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라고 전했다. 아이들을 분리해놔야 서로 경쟁해서 성적이 더 오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정작 학교의 주체 중 하나인 학생들에 대한 의견은 청취하지 않은 결과다.
 
교장… "여학생 너무 명랑해져 문제될 수 있어"
진안중·진안여중 통합논의에 관해 진안중학교 백영주 교장은 별 다른 논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백 교장은 "남학생은 온순해지는 반면 여학생은 너무 명랑해져 문제다."라고 말했다. 여학생들이 남학생 못지않게 혈기왕성해 장난이 도가 지나치다는 것이다. 공학을 원하는 학생도 있겠지만, 생활에 있어 크고 작은 마찰이 예상된다고 말해 성적 차이와 관리의 어려움에 관해 이야기했다. 또 남녀공학을 실시한 학교 중 상당수의 교사들이 공학을 하지 않는 것이 나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남·여학생… "성이 다른 친구와 친하게 지낼 수 있어 찬성"
학생들의 입장은 대부분 긍정적이었다. 진안중학교에 다니는 황아무(15) 군은 "여자 아이들과 친하게 지낼 수도 있어 재미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김아무(15) 군도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그러나 황 군은 "여학생보다 남학생이 (성적면에서)평균이 더 딸리는 입장이라 두렵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인원이 많아지면 내신성적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어른들의 편견에 대해 일침을 놨다.

황 군은 "성적에 대한 고민 때문에 현실에서는 이성교제를 하기도 힘들다."라고 말했다. 이성교제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는 얘기였다.
다른 의견을 보인 여학생도 있었다. 진안여중에 다니는 최아무(16) 양은 "남학생들이 있으면 외모에 더 신경을 쓸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성적이 여학생보다 남학생이 더 우수하다는 말을 들었다."라며 "통합이 되어 서로 경쟁을 하게 되면 여학생들이 불리해질 수 있다."라고 밝혔다.
 
기타… "남녀공학 반대, 시대에 뒤떨어진 이야기"

전주참교육학부모 임혜순 지회장은 "남녀공학을 반대한다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얘기다."라고 말했다.
전주 지역은 남녀공학이 대다수이고, 남학생과 여학생이 서로의 성을 이해하기 때문에 오히려 잘못된 정보가 드물다는 것이다. 규제에 묶여 폐쇄적으로 성을 이해하는 것보다 개방해서 정확하게 성을 이해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또 성적 면에서도 여학생이 뒤떨어질 이유가 없다고 봤다. 한국의 교육 전체 분포도에서 높은 성적을 자랑하는 여성들이 있기 때문에 남학생에게 밀릴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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