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에서 만난 사람-내 이름은 석점례
진안읍에서 꽃을 가꾸며 여생을 보내는 석점례 할머니의 삶
진안읍에서 꽃을 가꾸며 여생을 보내는 석점례 할머니의 삶

그녀의 이름은 석점례(89). 허리가 아파죽겠다며 몸빼를 추켜세우고 나무 대문 안으로 총총 사라진다.
"뭐할라고 내. 그거 내서 뭐할라고." 연신 인터뷰를 거절할 듯하다 또 배시시 웃는다. 아흔이 다 된 나이지만 눈에 총명함이 담겨있다.
15살에 단양리에서 시집 와 내내 진안읍에서 살았다. 시집이 뭔지도 몰랐다. 젊은 남편은 농사를 짓는 사람이었다. 늘 지게를 지고 다녔다. 시댁 사람들 모두 착한 이들이었다. 할머니는 그 작은 몸에 자식 열둘을 낳았다.
하나는 이레도 안 지나서, 다른 하나는 다 커서 사고를 당했다. 모두 제비 새끼처럼 귀여운 순둥이들이었는데, 먼저 간 아들 때문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인생이 고목처럼 변해가는 느낌. 할머니는 갑절 늙어버렸다. 며느리와 아들이 효자, 효부다.
얼마나 잘 대해주면 '징그럽게' 잘 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모두 '아바이' 덕분이란다. 아바이의 피가 순해, 아들 피도 착하다는 것이다. 일제강점기, 초가지붕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진안읍은 이제 많이 변했다. 그이는 계속 "기억이 안 나, 아무것도 몰라."라고 말을 한다.
기억이, 시간이 사그라지는 느낌은 어떤 것일까. 그이는 소원이란 것이 없단다. 젊은 시절엔 바람도 많았지만 늘그막한 지금, 오로지 꽃에만 매달리고 있다. 꽃은 석 할머니의 어린 시절 모습이다. 이름도 모르는 꽃을 볼 때마다 석 할머니는 고향을, 자신을 생각한다. 그는 말한다. "사람들이 나보고 그래. 저 냥반이 죽으면 꽃밭에 묻어줘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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