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용 간사

그 분이 돌아가셨다. 언제라도 말을 걸 수 있을 것 같고 함께 막걸리 한 사발 나눌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가난한 사람 누구라도 손을 잡아 위로 해줄 것 같았는데……. 그 분이 살아계실 때는 어떻게 하면 흠집을 낼 수 있을까 경쟁하는 듯하던 언론들이 이제는 그분을 드높이기에 바쁘다.

이젠 경쟁자가 아니니 무슨 말인들 못해주랴, 하는 심보인가. 쓸쓸하고, 허망하고, 서글프고, 안타깝다. 그토록 좋았던 사람이라면 그동안 왜 그렇게 모질게 굴어야 했던가.

진안터미널 2층에 초라하게 마련된 빈소에 찾아가 그 분의 영정을 보니 절로 울음이 터져 나왔다. '아~ 정말이구나. 정말 그분이 가셨구나.'하는 절망감이 가슴을 후빈다.

그 분이 돌아가신 것에 대해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분노가 두렵다. 르네상스시대 위대한 의학자 파라켈수스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이 하나도 사라지지 않고 인류 상에 그대로 다 쌓인다고 했다.

'엘리멘터리(상념체, 감정체)'라고 부르는 이것은 자동차에서 내뿜는 아황산가스가 그대로 계기바늘에 측정되듯이 누구를 미워하거나 욕심을 내거나 화를 내거나 하는 감정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우리 의식의 오염 농도를 높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들이 집단으로 모여지면 그것이 집단의식이 되어 지구 에너지 장에 독성이 증가되고 그러면 도덕성과 생명력이 낮아지고 인류전체의 건강과 밝은 에너지가 무너져서 사람들은 질병에 시달리고 자연도 병들게 된다는 게 파라켈수스 이론이다.

가난한 백성 수백만 명이 지난 한 주일간 흘린 눈물과 한숨이 얼마나 많은 독성이 되어 우리의 의식에 부정의 기운으로 흐르게 될까.

지금 전 세계 사람들이 이름도 이상한 신종플루 때문에 몸에서 조금만 열이 나도 공포감에 사로잡히는 이 비극은 우리들이 날마다 겪어야 하는 이 비극의 사건들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그 분이 마지막 남긴 말처럼 책을 읽을 수도 없고, 글을 쓸 수도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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