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면 운교리 주천마을 유승열 씨

"나는 하늘을 훨훨 날고 싶습니다 /그러나 날개가 있어도 날개를 펴야 하는데/나는 그 날개를 펼 수가 없습니다/그것은 바로 나는 눈먼 새이기 때문입니다/비록 하늘을 날지는 못하지만/언젠가는 날 수 있는 시대가 오리라 확신합니다"
 

▲ 유승열씨

유승열(37. 백운면 운교리 주천마을)씨는 1급 시각장애인이다. 선천적으로 눈이 잘 보이지 않아 고생했던 그는 맹아학교를 졸업하던 해 빛을 잃었다.

오른쪽 눈으로 희미하게나마 색깔을 구별하고, 풍경을 바라보던 그는 어둠 속에 갇혔다. 세상은 암흑이었다. 절망은 그를 괴롭혔다.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고립'을 의미했다.

그러던 어느 날, 뜻하지 않게 구원이 찾아왔다. '시'가 날아들었다. 학교 다닐 때부터 교과서에서 시를 접할 때마다 그 속으로 빠져들었다.

나도 시인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는 아름다웠다. 박인희 씨(라디오 진행자)의 낭독은 우아했다.

라디오는 그를 세상으로 안내했다. 라디오를 동무 삼아 방송을 듣고 점자 편지를 썼다. 방송에 보냈다. 시를 썼다. 출판에 대한 강렬한 욕망도 커졌다. 시집을 책으로 묶고 싶었다. 일주일에 세 번 집으로 방문하는 자원봉사자에게 부탁했다. 봉사자는 시를 받아 공책에 빽빽이 적었다.

시가, 그가, 슬픔이 공책에 담겼다. 시는 눈멀지 않았다. 세상을 똑바로 바라봤다. 진안읍에 나오면서 시각 장애인에 대한 복지정책까지 간절한 바람으로 써냈다.
"시를 통해 비장애인과 소통하고 싶었습니다."그는 말했다. "시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더불어 사는 삶을 꿈꿉니다."

동해바다
"티끌만한 잘못이 맷방석만하게/동산만하게 커 보이는 때가 많다/그래서 세상이 어지러울수록/남에게는 엄격해지고 내게는 너그러워지나보다/돌처럼 작아지고 굳어지나보다/멀리동해바다를 내려다보며 생각한다/널따란 바다처럼 너그러워질 수는 없을까/깊고 짙푸른 바다처럼/감싸고 끌어안고 작아질 수는 없을까/스스로는 억센 파도로 다스리면서/제 몸을 맵고 모진 매로 채찍질하면서 - 유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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