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이혜영 교사
선생님은 동향초등학교에서 4학년 열넷과 좌충우돌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교대 4년간 교생 실습 및 과외 경력, 그리고 임용고시 준비 기간 동안 공부한 교육학과 교육과정 지식을 가지고 나름대로 자신 있고 당당하게 교직생활을 시작한 나에게 날마다 주어지는 것은 바로 시행착오였다. 교육이라는 목표에 도달하는 확실한 방법을 모르는 학습자인 나는 본능, 습관 따위에 의해 시행과 착오를 되풀이하고 있었다. 이유는 단 하나다. 내가 생각했던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내 이상은 이러한 것들이었다. 자유분방함 속에서 예절을 배워가는 아이들, 사랑을 받으면서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도 알아가는 아이들, 실생활의 경험과 흥미 속에서 쌓여가는 의미 있는 지식들.... 첫 달, 선배들의 관심과 걱정을 뒤로하고 나의 가치관에 대한 믿음과 열정으로 우리 반을 이끌고 갔다.

자유분방하게, 사랑을 주면서, 경험과 흥미를 위주로. 그러나 한 달 후 아이들은 자유분방함과 예절 바르지 못함을 구분하지 못했고, 사랑을 주는 나를 선생님이 아닌 친구로 여기기 시작했고, 실생활의 경험과 흥미 위주 수업을 공부 안하고 노는 것으로만 여겼다.

내 시행이 착오였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좀 더 지켜보겠다고, 이제 겨우 4월밖에 되지 않았다고, 너무 성급히 단정 짓지 말자고 그렇게 혼자 되뇌었다. 그리고 이제 5월의 끝자락이다. 이제 나는 아이들에게 다른 교실에 들어설 때의 인사예절을 가르치고, 잘못을 했을 때 사랑으로 타이르지 않고 무섭게 혼내기도 하며, 비빔밥 해먹기, 뒷산 놀러가기 등의 수업은 줄이고, 최소한의 기초학력 학습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 그렇다고 처음 나의 가치관을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변화는 아이들이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그대로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시행착오의 과정임을 알게 되었다.

시행착오. 이상을 현실로 옮겨보려는 노력과 그것이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 가장 고민스럽고 괴로운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그런 순간 순간,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이러한 시행착오가 내가 교육이라는 목표를 학습하기 위해 겪고 있는 기본과정이라는 말은 학습 부진아인 나에게 크나큰 위로가 되었다. 이러한 시행과 착오를 되풀이 하다가 가끔은 성공도 하게 되고, 점차적으로 숙련되게 성공할 수 있고 그러다 보면 나는 어느새 나의 이상을 지금보다 훨씬 더 능숙하게 실현시킬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사실, 선배 선생님들께서는 내가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의 문제점이나 그로인해 초래될 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하고 계셨다. 그렇지만 백번 말하는 것보다 자신이 직접 느껴보는 것이 더 크다는 것을 알고 계셨기에, 나를 내버려 두셨다. 그로인해 나는 초임에만 느껴볼 수 있는 값진 것들을 정말 하나 하나 느껴가고 있다. 그 점에 너무 감사하다.

지금도 여전히 나는 시행착오 중이다. 반에서 일어나는 따돌림 현상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고 있고, 4학년에서 가장 어렵다는 나눗셈을 잘 하게 하기 위해 고민 중이고, 또 어떻게 하면 화내지 않고 아이들을 타이를 수 있는 지 고민 중이다.

고민 끝에 나온 시행의 결과가 성공이 될 수도 있고 착오가 될 수도 있겠지만, 비록 착오라고 하여도 그것 역시 내게는 학습의 과정이다.

어떤 실험에서 쥐가 미로를 한 번에 탈출할 수 없는 것처럼, 초임교사인 나와 또 각지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동료 초임교사들 역시 처음부터 미로를 해쳐나가는 길을 찾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완벽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움츠리고 기죽어 아무것도 도전하지 않는 것보다는 용기 있게, 가끔은 무모할 지라도 시행하고 착오를 겪는 것이 우리를 진짜 교사로 만들어 주지 않을까.

비록 오늘도 나는 나의 무모함으로 교장, 교감선생님의 속을 썩이는 겁 없는 흰 나비이지만, 이렇게 몇 번 물에 처박다 보면 언젠가 어디가 바다이고, 어디가 하늘인지 구별할 수 있는 능숙한 흰 나비가 될 거라고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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