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면 잠수교… 신기마을 주민 발 묶여

▲ 한 주민이 세월교 위로 흘러넘치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다.
부귀면 수항리 신기마을 세월교가 물이 불어 주민들이 고립됐다.
직장을 가진 사람들은 출근을 하지 못하고, 아이들도 학교에 갈 수 없어 며칠씩 결석을 했다.

운장산 밑자락에는 신기마을에 포함된 외딴집 두 채가 있다. 각 집에는 4명의 가족이 살아 모두 8명의 주민이 물에 갇혀 16일 현재 삼일째 외부와 단절된 상태였다.

너비 20미터가 넘는 황금천에 세운 이 다리는 대략 높이 2미터의 곡선형이다. 다리 중간에는 10개의 흄관이 나 있어 그 안으로 물이 흘러간다. 오른쪽으론 황금천 양옆으로 자갈을 쌓아 제방을 만들었다. 이 제방은 자갈이 물결에 흘러가지 못하도록 그물망을 덮어놓았다.

마을 주민 박장은(53) 씨는 "세월교는 15년 전에 만들었고 국가하천이라 나라에서 다리를 세워줬다. 그러나 비만 오면 진흙이 흄관에 끼여 물이 차오르고 결국엔 막힌 상태에서 물이 다리 위로 흘러넘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씨는 "진안에서 가장 물살이 센 곳이 신기마을 세월교다."라며 "만일 사람이라도 건너는 일이 발생하면 큰일이 날 수도 있다."라고 했다.

몇 년 동안 가물어 직장이나 학교도 잘 다녔지만 결국 큰비가 오는 날에는 속수무책이라는 것이다. 군에 민원을 넣었지만 국가하천이라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다고 전한다.

제방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자갈과 시멘트로 얼기설기 엮어 보기에도 빠른 물결을 감당하지 못하고 쓸려 내려갈 것만 같다. 이를 증명하듯 수중보 옆 제방은 둥그렇게 팼다. 물살을 감당하지 못하고 자갈이 빠져나가 홈이 생긴 것이다.

박 씨는 "제방이라도 터지는 날에는 개천 주변에 있는 우리 집까지, 아니 동네 전체가 물난리를 겪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군 건설교통과 오재열 기반조성담당자는 "황금천에 있는 세월교는 국가하천에 세워진 지방 2급 다리가 맞다."라고 확인했다.

그는 "2010년부터 정부는 국비예산을 통째로 지자체에 보낸다. 세월교는 현재 두 가구 주민들을 위해 만든 것인데, 문제는 이 다리를 부수고 하층부터 40미터 높이, 20미터 너비로 세워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만일 새로 다리를 놓게 되면 예산이 10억 원 이상이 든다는 설명이었다.

오 담당자의 말에 따르면 이 다리 하나 때문에 다른 사업이 후순위로 밀리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방도 새로 깔아야 하는데, 예산 문제에 걸려 다리를 놓기 어려운 문제다."라며 곤란한 듯 답변했다.

두 가구 8명의 주민 불편을 해소하기에는 너무 많은 예산이 소요돼 당장 해결점을 찾기가 어렵다는 설명이었다. 결국 똑같은 진안군민인 두 가구 8명은 비가 올 때마다 불안과 불편함을 견뎌야 한다는 얘기다.

저작권자 © 진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