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환 진안치과원장

17대 총선이 4월 15일에 있었고, 열린우리당의 과반의석 확보와 한나라당의 기대 이상의 선전, 민주노동당 최초의 국회진출과 민주당 자민련의 몰락으로 그 결과가 나타났다. 대다수 언론의 보도는 국민의 현명한 선택으로 평가하고 있다.그러나 내용을 한 번 더 살펴보면 그렇게 긍적적인 측면만 보기는 곤란하다. 무엇보다 아직도 존재하는 지역주의의 완강함을 들 수 있다. 한나라당의 ‘동고서저’현상은 더욱 뚜렷해 졌고 경남·북과 부산, 대구, 울산, 강원 등지에서는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앞섰지만, 그 외의 지역에서는 열린우리당이 앞섰다. 호남과 충청의 대표적 정당인 자민련의 몰락은 충청과 호남의 “지역주의”는 상당부분 완화된모습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을 것이며, 민주노동당의 국회진출과 비례대표선출시 13%라는 정당득표율을 획득하여 제 3당으로 인정받기에 충분한 득표를 한 것은 한국정치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해방 후 한국정치에서 조봉암의 진보당 이후 내용과 형식을 갖춘 최초의 진보정당이 국민으로부터 인정받게 된 것이다.또 한편으로는 많은 여성의 국회진출도 비례대표 여성 할당제의 결과이며 앞으로도 여성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수 있도록 제도를 연구, 개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많은 여성의원의 탄생은 과거 국회의 꼴불견 중 하나인 욕설과 폭력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이번 선거 기간 초반의 최대 정점은 ‘탄핵’이었고, 열린우리당이 압도적 우세로 시작되었으나 정동영 의장의 노인비하 발언을 기점으로 한나라 당의 박근혜 대표 당선, 거여견제론, 맹추격으로 요약할 수 있다. 조순형 대표의 탄핵 발의로 민심으로부터 외면당해 몰락하는 민주당을 다시 세우려는 추미애 선대 위원장의 호남권에서 행한 삼보일배는 약간의 지역주의 조장을 내포하였고 호남지역주민의 감성을 자극하기도 했다. 각 방송사의 TV 토론에서 단연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민주 노동당 노희찬 사무총장의 판갈이론과, 각 정당의 공약으로는 유일무이한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 이란 슬로건으로 약진을 예고하였다. 민주노동당 후보 중 수염을 길게 기른 외모로 눈길을 끌었던 전농 부의장 강기갑 당선자와 여성농민 한애자 당선자와 더불어 농민을 위한 국회활동을 기대해 본다.지난 대통령 선거 후 한차례 정치적 변화를 겪은 각 당은 새로운 대표로 새 출발을 시작하였으나 아직은 3김 시대와 같이 안정되지 못한 결과이다. 그러나 당 내 민주주의는 과거보다 한 단계 발전한 것으로 평가된다.한나라당 최병렬 전 대표는 일 년도 채 유지하지 못 하였고,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은 심한 당내 갈등을 거친 후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으로 분열되었다. 민주당 대표로 조순형을 선출해 잠시 지지도에서 상승하였으나 탄핵으로 인해 남은 생명마저 스스로 포기한 셈이 되었고 조순형대표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되었다.노무현 대통령 당선 이후 일 년 남짓한 기간 동안 어려운 갈등의 시기를 겪었으나 이제는 새로운 국회와 더불어 변명의 여지없이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된 것이다. 곧 탄핵 심판 후 결정이 있게 되고 탄핵이 기각되면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에 입당한다고 하니, 행정부와 국민 모두가 열린우리당의 책임 하에 있게 된다.의석 수에서는 차이가 많았지만 정당 득표율에서는 근소한 차이 (전국적으로 열린우리당 38.3%, 한나라당 35.8%를 얻어 약 2.5% 포인트 차이며, 이번 선거의 명암을 가른 격전지 서울에서는 열린우리당 37.7%, 한나라당 36.7%로 불과 1% 포인트 차)를 보인 한나라 당과 어떻게 경쟁하고 협조할 것인가가 중요할 것이다.이 지역에서는 열린우리당의 정세균 의원이 압도적 지지로 당선되었다. 민주당 후보와 일대 일 대결이었으나 판도는 이미 정세균의원에게 기울어진 상태였다. 다만 한나라 당과 민노당의 후보가 없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음 선거에는 각 당의 후보가 입후보하여 자당의 정책과 공약으로 경쟁하고 지역주민의 심판을 받는 선거 과정을 기대한다. 정당 득표율에서 후보도 내지 못한 민노당이 임실을 제외한 지역에서 민주당과 미세한 차이로 격전한 점도 눈여겨 볼만한 일이었다. 향후 지방자치 선거 등에서 민노당 후보를 기대케 하는 의미 있는 득표를 한 것이다. 선거구를 확정할 당시 민주당에서 무진장 지역을 나누려 했지만 임실과 함께 한 선거구로 남게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오랫동안 무진장으로 선거구를 이루어 온 전북 동북산악지대의 발전을 함께 이루어 나가야 할 것이다.지역 주민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지역구의 애경사를 찾아다니는 일보다 국정을 감시하고 정책개발과 정책을 제안해 내는 국회위원을 필요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정세균 당선자는 지난 두 번의 의정 활동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민주당에서 기획조정 위원장을 역임했고 열린우리당에서는 정책의장을 맡아오고 있다.앞으로 진안을 포함한 무진장, 임실 지역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어려운 형편에 처해있는 농민과 농촌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며, 충분히 잘 해 나갈 것으로 기대하는 바 크다. 마지막으로 17대 국회에서는 국민 소환제가 도입되어 국회의원의 무소불위의 권력을 견제하고 16대 국회 말의 탄핵 발의와 같은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할 것이다.늦게나마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원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저작권자 © 진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