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김순용 간사

일주일동안 대학생들이 농촌봉사활동을 하겠다고 우리 마을에 머물다가 갔다. 학생들이 있던 일주일 내내 거의 비가 왔다.

처음에는 의욕이 넘쳐 비가 오는데도 비옷을 입고 일을 했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성이 차지 않았겠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하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다들 집에서는 공주나 왕자처럼 귀하게 살다가 참 불편하고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학생들이 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참지 못하고 나흘째 되는 날 한마디 하고 말았다.
밤새 비가 와서 옆 계곡물이 넘치려 하고 전기도 들어왔다 나갔다 해서 밥 해먹을 물이 부족 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는데 일어나자마자 기름보일러 틀어 놓고 샤워하고 머리 감고 내내 드라이기로 머리 말리느라 정신들이 없다. 내가 마을회관 방 한 칸에서 지내고 있으니 마을회관 전체를 쓰고 있는 여학생들의 그런 모습이 다 보이는 것이다.

바닥은 물이 흘러 넘쳐도 누구하나 걸레로 닦는 사람이 없고 머리카락이 뭉텅이가 되어 굴러 다녀도 청소하는 사람이 없다.

나는 "너희들, 밖에 저렇게 물이 많아 곧 여기까지 넘칠 지도 모르는데 샴푸만 하고 드라이만 하고 있을래. 너희들 여기 온 지 나흘 째 인데 청소 한번 했니?" 했더니 나를 빤히 쳐다본다. "내가 이렇게 말하니 기분 나쁘니?" 했더니 "아니요."한다. 그 소리를 듣고 대표 학생이 와서 무슨 일인가 묻는다. "너희들 다 마찬가지야.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해놓고 살 수가 있니?" 했더니 그제서야 빗자루를 들고 청소를 시작한다.

나는 학생들에게 그렇게 말하고 마음이 편치 않아 비옷을 입고 골짜기 끝까지 걸어가면서 마음을 달랬다.
언젠가 일본 학생 수학여행단이 묵었다는 호텔의 직원이 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 학생들은 욕실을 쓰고 자기가 쓴 수건으로 세면대 물기까지 깨끗하게 닦아내고 나와서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일본 사람들의 생활신조 중 하나가 '남에게 폐 끼치지 않기'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지만 그 정도로 철저한지는 몰랐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어릴 적부터 오로지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공부만 하라고 하니 남을 배려하거나 생활하면서 최소한으로 해야 할 청소 정도도 할 줄 모르거나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곧 청소 가르치는 학원, 빨래 가르치는 학원이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더러운 것을 보면 치워야하고 다른 사람이 있으면 폐가 되지 않게 행동해야 하는 것, 남이 자고 있는 깊은 밤이면 그들의 잠을 깨우지 않아야 하는 것이 사람으로서 가져야하는 기본의 마음이 아닌가. 대학생이라는 사람들이 밤이거나 누가 있거나 어른이 있으니 좀 조심해야한다거나 그런 것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또 술은 왜 그렇게 죽기 살기로 마시는지. 마지막 날 새벽에 화장실 문을 두드려도 대답이 없고 문이 잠겨 있어 열쇠로 열어보니 여학생 하나가 거기 엎어져 자고 있었다.

음식은 또 얼마나 버리는지, 이렇게라도 와서 내가 먹는 쌀나무가 어떻게 생겼나 알고 가는 걸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까. 돌아가면 제발 농사짓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보았으니 밥이라도 함부로 버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200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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