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윤일호 교사

여름방학을 한 지 벌써 열흘이 훌쩍 지났다. 솔직히 많은 부모님들에게야 별로 신나지 않은 방학이지만 아이들에겐 생각 만해도 신나는 방학이다. 오랜만에 학교를 벗어나 물놀이를 하거나 평소에 가보지 못했던 친척 집을 찾기도 하고, 식구들과 함께 여러 가지 체험도 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신나는 방학인가.

사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어른들이 더 잘 알다시피 요즘은 아이들에게 마냥 신나는 방학은 아닌 듯싶다. 우선 방학동안 학교나 학원에 나가야 하는 날이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과학교실, 영어교실, 예절교실, 한자교실, 미술교실, 영재교실, 보충학습, 독서교실, 보육교실 말고도 여러 과정을 열어서 아이들이 과정에 참여하도록 한다.

물론 나도 한 몫을 해서 수학이 조금 부족한 아이들과 함께 일주일 동안 수학 공부를 했다. 여름방학 기간을 활용해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여러 활동 중에 희망을 받아 운영하기 때문에 나름으로 의미 있긴 하지만 예전보다 방학에 학교나 학원에 가는 날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또 다른 까닭이 있는데 학교 밖에서 하는 활동이 참 많아졌다. 여러 단체에서 운영하는 야영활동도 있지만 공부와 관련된 내용이 참 많다. 특히 영어가 눈에 띈다. 각 대학이나 단체, 방송마다 영어 교실을 열어 많은 학생들을 모으려고 한다. 외국에도 가고 대학에서 하기도 한다.

값도 만만치가 않다. 수십만 원은 오히려 적은 편이고, 백만 원을 넘는 활동도 참 많다. 워낙 영어가 대세이니 웬만한 영어 교실은 사람 채우는 데 걱정이 없다. 부모님들도 다른 것은 몰라도 영어 공부는 조금 비싸기는 해도 주저함 없이 값비싼 돈을 치르고서라도 아이를 영어교실에 보내려고 한다. 물론 공짜로 참여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겠지.

새삼스럽게 '방학'이란 낱말을 사전에 찾아봤더니 '학교에서 심한 더위나 추위를 피하려고 한동안 공부를 쉬는 것'이라고 나와 있다.

무작정 공부를 쉬자고 하면 허튼 소리가 될 것 같고, 그렇다고 여러 단체에서 하는 활동을 나쁘다고도 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식구들끼리 몇 가지 생각을 하고 방학을 보내면 더 뜻 깊은 방학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건 여러 사람에게 강요할 수 없는 내 생각일 뿐이다.

굳이 먼 곳은 아니더라고 아이들과 함께 더위도 피할 겸 책도 읽을 겸 어린이 도서관을 가보는 것은 어떨까? 전주에 잘 갖추어진 어린이 도서관(송천동 책마루 어린이 도서관에 가보니 책이 수 만 권이고 시설도 참 좋다.)이 생겼고, 잘 알고 있지만 금산(기적의 도서관)에도 잘 갖추어진 어린이 도서관이 있다. 먼 곳이 아니라면 학교 도서관이나 진안에 있는 도서관도 물론 좋다. 주마다 한 번씩이라도 집에서 간식거리 챙겨서 나들이 가듯 식구들이 함께 다녀온다면 아이들도 참 좋아하겠지.

무더운 여름, 식구끼리 함께 산을 걷거나 야영을 하는 것도 좋겠다 싶다. 용담학교에 있을 때는 학급 아이들과 함께 야영을 하고, 지리산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무엇보다 식구끼리 하는 것 이상은 없다고 본다. 야영 도구랑 음식을 챙겨서 가까운 냇가에 가서 물놀이도 좋고, 높은 산은 아니지만 산을 넘으며 아이와 함께 땀을 흘릴 수 있다면 시험과 공부에 찌든 마음을 한 방에 날려버릴 수 있겠지.

먹고 살기 힘들고 하도 경제가 어렵다고 하니 굳이 외국에 나가거나 많은 돈 들이지 않고, 가까운 곳에서 온 식구가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드는 여름방학을 아이들에게 선물해보는 것은 어떨까?(2009.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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