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윤일호 교사

지금 진안에는 마을마다 축제가 한창이다. 부귀 신덕마을에서도 8월 5일(수)에서 6일(목)까지 글쓰기 연수가 있었다.

글쓰기라고 하면 무조건 부담부터 가지는 어른들이 많아서 그런지 전북글쓰기회 식구와 그 마을에서 단식에 참여하셨던 분들 중 글쓰기에 관심을 가진 분들, 신덕마을사람까지 모두 합쳐도 스무 사람 남짓, 예상보다 적은 사람이 참가했다.

사실 누구에게나 글을 쓰는 일은 힘들고 고된 작업이다. 태백산맥의 저자인 작가 조정래씨 조차도 20여 년 간 하루도 빠짐없이 날마다 30여 쪽의 원고를 쓰는 작업은 정말 고통스럽고 힘든 나날이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하니 글쓰기의 고통은 모두에게 힘든 일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번 연수에서는 보통 글쓰기 연수와는 다르게 특별한 자리를 마련하였다. 신덕마을에 살고 계시는 마을 이장님과 발전위원장님 그리고 김연심 할머니를 모셔서 살아오신 이야기와 농사짓는 이야기를 들었다.

글쓰기 연수와 그런 이야기 듣는 것이 무슨 관계가 있냐고 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관계가 있다. 마을 어르신들이 말씀을 하시면 그 순간 바로 컴퓨터로 쳐서 눈으로 볼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곧 말이 글이 되게 한 것이다.

어르신들마다 오셔서 하는 말씀이 "나는 글도 잘 못쓰고 말도 잘 못혀."하고 말씀하셨지만 어르신들이 하신 말씀이 곧 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니 깜짝 놀라셨다. 한 시간 정도씩 하신 말씀이 A4 종이로 다섯 쪽이 넘는 분도 계셨다.

사실 말이 있고부터 한참 후에 글이 생겼으니 말을 보통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글도 잘 써야 마땅하다. 하지만 학교교육을 많이 받으면서 입말이 곧 글말이라는 사실은 어느새 잊어버리고 어려운 한자말을 써가며 글말을 쓰려고 하니 문장이 어색하기도 하고, 글쓰기를 어려워하게 되는 것이다. 말하듯이 자연스럽게 글로 옮기기만 하면 누구나 내 생각을 담아 멋진 글을 쓸 수 있다.

하지만 어찌된 것이 많이 배운 사람이나 높은 직책에 있는 사람만이 글을 쓰는 것처럼 되어 버렸다. 우리 문화에서는 이상하리만치 어려운 말을 써서 유식함을 뽐내는 것이 마치 자신이 똑똑함을 자랑하기라도 하듯 그 글을 읽는 사람은 생각하지 않고, 이해하든 이해하지 못하든 어려운 말을 써가며 글을 쓰는 사람들이 참 많다.

하지만 할머니 할아버지가 하시는 입말 그대로 그리고 아이들이 하는 입말 그대로가 좋은 글이 될 수 있다.
아이들이 글쓰기를 싫어하는 까닭도 마찬가지다. 입말을 살려 쓰게 하지는 않고 오로지 글말로 글을 쓰게 하니 글이 쓰기 귀찮아지고, 어려운 것이다. 쓰기 어렵도록 남의 말을 흉내내거나 내 생각보다는 다른 사람의 말을 빌리려고 하니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밝은 표정과 재미나고 구성진 말솜씨로 한 시간이나 우리를 즐겁게 해주신 신덕마을 김연심 할머니가 떠올라 마음이 절로 따뜻해지고 웃음이 난다.(2009.8.6)

저작권자 © 진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