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김순용 간사
선생님은 부귀 신덕마을 간사로 일하며 살고 있습니다.


지난 8월 1일부터 5일까지 우리 마을에서 평마 단식(일부러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 진행되었다. 대전에서 오랫동안 사회사업을 하시던 권술룡 관장님이 운영하던 시설이름이 평화의 마을인데 그 이름을 따서 아마추어 단식운동을 시작 한 것이 벌써 스무 해이다. 단식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제 평마 단식이라는 말은 익숙하다.

이 단식은 겨울과 여름 두 차례 꼭 장소를 정해 놓지 않고 전국을 돌며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 분은 나이 70이 되는 해에 현직에서 물러날 것을 선포하고는 백 일 동안 한반도를 두루 살피겠다고 미리 말씀하셨다. 그 길에 진안 우리 마을에 들르셨다. 우리 마을에 도착하고 골짜기 가득 퍼진 햇살아래 옹기종기 모여 앉은 낮은 집들을 둘러보며 "천국인들 이렇게 아름다울까?"하고 감탄하셨다. 하룻밤 우리 황토방에서 주무시고 곧 떠났다가 또 오셔서는 올 여름 단식을 여기서 하겠다고 말씀하셨다.

단식이 진행되는 동안 진안의 각 마을에서는 축제가 한창이었다. 나는 이번 단식 프로그램에 축제가 이루어지는 각 마을을 둘러보는 것을 중심에 둘 것을 제안했다. 평마 단식을 전국 각지를 돌며 하는 것은 그 지역의 공동체를 알고 둘러보고 거기 사는 사람들을 만나보는 것에 큰 뜻을 둔 것이다.

사람들은 축제 전체를 살피는 귀농센터에서 축제 전반에 관한 설명도 듣고 서상진 선생님의 잡지 전시회도 보고 용담의 감동마을과 새마을, 그리고 백운의 계남정미소도 둘러보았다. 소박하고 마을공동체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축제를 보며 사람들은 놀라워했다. 어떤 사람은 일반적인 축제의 형태에서 벗어나 보다 전문적인 축제의 형태를 띠고 있다고 했다. 소박하면서 수준 높고 품새 있다는 평도 한다. 바깥사람이 객관의 눈으로 본 모습이라서 정확한 평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단식에 참가한 사람들의 날마다 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맑고 고요한 기운이 흐르는 것이 보였다. 몸에서 독과 함께 헛된 힘도 다 빠지고 거기에 새로운 영의 기운이 차오르는 것 같은 모습이 보였다. 무엇보다 쉰 사람이 모여서 함께 지내는데 정말 조용하고 차분했다. 그리고 정말 놀라운 것은 쓰레기가 거의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그 전 주에 대학생 농활단이 머무를 때, 날마다 쓰레기가 발에 밟히고 이루 말할 수 없이 시끄럽고, 끼니 때마다 음식물 쓰레기가 양동이로 하나씩 나오던 모습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나는 단식이야말로 가장 환경에 도움이 되는 운동이 아닌가 생각했다. 단식을 한다니까 농촌에서 쌀을 많이 먹어야지 왜 단식을 하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며칠 동안 굶고 난 사람이 먹는 첫 번째 밥의 그 단 맛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먹을 것을 얼마나 귀하게 여겨야 하는지도 생각하게 된다. 쌀 한 톨, 채소 한 잎 함부로 버리지 않게 된다.

먹을 것이 넘쳐 나고 TV에서는 날마다 한 끼라도 굶으면 큰 일 날것처럼 이야기하니 사람들은 그것만 따르면 되는 것처럼 살고 있다. 하지만 며칠 굶으며 내 몸의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 또 내가 평소에 얼마나 많은 것을 먹으며 살았는지, 사람이 본능을 극복하며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또 그것을 극복하고 나면 내 자신이 얼마나 성장하는지, 한 번 경험해 보는 것 또한 살아 있는 동안 겪어 보아야 할 아주 좋은 경험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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