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마을이야기 100 용담면 송풍리 노온마을

▲ 마을 전경.
아침 8시가 넘었을까. 저 멀리 노온마을 주위로 아침 안개가 자욱하다. 도로변에서는 앞을 가로막은 산 때문에 마을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안개 깔린 그 모습이 신비롭게만 보인다.
노온마을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그 신비로움 속으로 들어갔다.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마을 초입은 조용하기만 하다.
 
▲ 마을 이야기를 해 준 양주열 이장
고령화된 마을
노온마을은 현재 46가구 65명이 거주하고 있다. 양주열(49) 이장의 말에 따르면 혼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70%라고 한다. 그만큼 노온마을은 고령화되어 있다.

"어떻게 된 건지 우리 마을은 빈집보고 찾아오는 사람도 대부분 노인이에요."
노온. 늙을 노(老)에 따뜻할 온(溫) 자의 마을 이름 때문일까. 노온마을은 유달리 노인인구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농사 안 짓고 자녀가 보내주는 용돈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집도 10여 집이 넘는단다.

또한, 양주열 이장 말에 따르면 노온마을은 대부분이 마을 토박이다. 다른 마을은 수몰민들이 들어와 정착하거나 귀농인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지만 노온마을은 상황이 다르다. 마을에 살고 있는 외지인은 한두 명일뿐, 빈집은 많지만 마을로 들어오는 사람은 없다.

이날 양 이장은 "군청 홈페이지에 빈집 정보를 올려놨다."라며 "평온하고 살기 좋은 마을이니 귀농인들 환영."이라고 전해달라는 당부도 빼먹지 않는다.

한편, 양 이장은 이날 이야기를 하면서 "그래도 마을에 아이가 한 명 자라고 있다."라고 자랑한다. 노온마을에 아이 울음소리가 들려온 지 17여 년 만에 처음이지만 아이가 있다는 그 사실이 마을의 활력이 되는가 보다.
 

▲ 마을이야기를 해 준 이경호 할아버지
송풍리에서 으뜸이었던 마을
노온마을은 형성된 지 200여 년이 넘었다. 전해오는 이야기로는 피난 객들이 숨어 살기 위해 들어왔다고 하며 이 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마을을 이뤘다고 한다.

본래 농곡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다가 농실이라 했으며 그 후 지대가 오목하고 양지바르다 하여 농실의 음을 취해 노온이라는 한자 이름이 되었다. 또한, 마을이 배 터에 해당 되어 우물도 함부로 파지 못했고 마을 끝자락엔 수구막이 역할을 했던 돌탑이 있었지만 해방 직후 돌탑은 없어졌다.

마을에서 만난 이경호(80) 할아버지는 노온마을은 송풍리에서 가장 으뜸가는 마을이었다고 이야기했다. 가장 많았을 때는 115가구가 살았고 학구열도 어느 마을보다 높아 공부하는 아이들이 참 많았단다.

또한, 노온마을은 산신제와 기우제도 지냈다. 산신제는 마을 뒷산에서 행해졌으며 현재도 정월 초사흗날이면 제를 지내고 마을의 안녕을 기원한다.

"마을 뒷산에 오래되고 멋있는 소나무가 위, 아래에 6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 죽고 지금은 하나가 남아 있을 뿐입니다."
 

▲ 마을개발위원장 노정웅씨
마당날 전투, 공적비 세워야
'마당날 전투'라고 했다. 한국전쟁은 어느 마을이던지 피해가지는 못했다. 노온마을 역시 그 전란 속에 있었고 인민군들이 마을을 약탈하고 주민들도 끌고 갔다. 그래서 마을 주민들은 자기 스스로 지키기 위해 나섰다.

"마을 앞에 있는 산은 마산으로 그 산 위에서 마을 주민들이 굴을 파 놓고 들어가 송풍리를 지켰습니다. 그때 인민군 1명이 죽고 주민 3명이 전사했는데 하나는 방화마을사람이고 두 명이 노온사람이었죠."

그때 그 전투에 참가했던 이경호 할아버지는 공적비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매년 서울에서 공적비 건립을 위한 회의를 하고 행정에서 경비의 절반을 충당하는 등 공적비에 대한 계획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몇 년 전 사업 진행이 흐지부지됐다. 이 할아버지는 그게 참 아쉽다.

한편, 마을 앞 마산에 대한 이야기 중 마산은 멀리서 봤을 때 송장 일곱 매를 묶은 모양이라고 했다. 그래서일까, 양주열 이장은 수몰 후 마을에 200개 이상의 묘가 들어왔다고 말한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많은 이야기가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세월이 흐른 만큼 전해오는 이야기나 역사는 잊혔다. 마을에 살고 있는 노인들도 지나온 삶에 바빠서 마을 옛 역사를 잊고 살아온 것이, 들려줄 마을 역사 이야기가 없음이 안타깝기만 하다.

마을 안쪽 가을빛 닮은 코스모스가 한들한들 춤을 춘다. 한쪽에선 벌써 겨울준비일까, 연탄 나르기에 분주하다. 집 옥상에는 빨간 고추가 널려있고 마을 노인들도 바쁘게 지나다닌다. 노온마을, 젊은 층이 적고 대부분 노인만 살지만 이처럼 그곳에도 마을의 활기는 있었다.

▲ 마을에서 만난 주민 김정분씨. 알고보니 노정웅씨와 부부였다.
▲ 김옥자 부녀회장
▲ 마당날 전투가 치러진 곳, 지금은 주민들이 농사를 짓고 있다.
▲ 마을회관
▲ 행정 도움없이 이곳저곳에서 시사받아 지었다는 마을모정
▲ 마을 우물. 지금도 우물 안에는 물이 있다. 이 물은 허드렛물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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