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변에서 꽃 가꾸는 조병율 씨

▲ 안천면 괴정마을 앞, 사거리에서 만난 조병율씨가 꽃밭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다.
우리 군에는 눈을 즐겁게 하는 도로가 있다. 그곳에는 여러 가지 꽃이 만발해 운전자의 시선을 빼앗는다.
꽃이 핀 도로는 아늑함이 느껴질 정도다. 상전면과 안천면 경계에서부터 시작되는 도로에서 이 광경을 확인할 수 있다.

그 경계에는 블로치 터널이 있다. 이 터널을 나오면 색색의 꽃이 운전자를 반긴다. 여기에서부터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일상의 일탈을 맛보게 한다.

그 모습을 담기 위해 잠시 차에서 내려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보인다. 이처럼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사람이 있어 목적지를 향하는 발길이 더욱 가볍게 느껴진다.

안천면 도로변 꽃길을 조성하고 있는 사람은 장애를 갖고 있다. 삼락리 장등마을에 살고 있는 조병율 씨가 그 주인공이다. 누군가가 시켜 하는 일도 아니련만 하루도 빠짐없이 꼼꼼하게 살핀다.

비록 육체를 가누는 일이 힘들지 몰라도 꽃을 가꾸는 일은 정상인 못지않다. 맨드라미 잎을 벌레가 먹으면 보기 싫다고 소독하는 모습에서 꽃에 대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꽃이 있는 도로변에서는 이러한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조병율 씨가 타고 다니는 오토바이와 함께.

그곳에는 꽃을 가꾸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장비들이 보인다. 그리고 꽃길을 가꾸는 데 필요한 보호 장비도 실려 있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꽃길 조성에 지원이 없다는 것이다. 조금 아주 조금의 지원이라도 있으면 더 보기 좋은 꽃길이 조성될 수 있을 것 같다. 지역을 알리고, 지역을 홍보하는 일에 열심히 나서고 있는 조병율 씨를 독려하는 마음에서 필요한 부분의 지원도 뒤따랐으면 한다. 그것이 조씨를 위해서가 아닌 안천면을 위하고, 더 나아가서는 진안군을 알리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늘 지나치는 도로지만 꽃을 소독하고 있는 조병율 씨를 만나기 위해 차를 세웠다. 맨드라미와 백일홍, 천일홍, 코스모스, 칸나 등 다양한 꽃을 가리키며, 보람이 느껴진다고 말하는 조씨의 환한 웃음이 지역을 밝히는 것 같았다.

정상인도 못 하는 일을 몸이 불편한 조씨가 하고 있는 것이다.
"5월부터 데이지 꽃이 피죠. 6월에는 금계곡, 코스모스 등이 피고요. 7월에는 맨드라미, 매리골드, 천일홍, 백일홍 등이 서리가 올 때까지 피어있어요."

겨울을 제외하고는 안천면 도로변에는 늘 꽃이 피어 있다고 보면 된다. 조병율 씨에 의해서. 이렇게 꽃을 도로변에 심고 가꾸기까지 걸린 세월은 6~7년이다. 꽃씨가 비싸 구입하지 못하는 것은 무주와 금산에서 씨를 받아 심었다. 한마디로 도로변에 꽃을 심는데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심어 놓은 꽃이 10여 가지에 이르고 있다.

"몸이 건강할 때까지는 꾸준히 하고 싶어요. 비록 풀 깎을 때 꽃가루가 눈과 목에 들어가면 아프기는 하지만요."

꽃길을 조성하다 보면 끼니를 거를 때도 있고, 우유와 빵으로 끼니를 대신할 때도 있다. 이렇게 열성인 것은 잡초가 무성한 것보다 꽃이 심어져 있는 것이 좋기 때문이란다.

"꽃을 심지 않았을 때는 쓰레기를 버리는 경우가 많았어요. 꽃을 심어 놓으니까 쓰레기를 버리지 않더라고요. 그것이 어디에요. 보기 좋은 곳에는 쓰레기를 못 버리는 것 같아요."

지금도 안천면 어느 구간 도로에서는 조병율 씨의 오토바이와 함께 꽃을 돌보는 모습을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조병율 씨가 건강에 오랫동안 꽃길을 돌봐 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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