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뚤어진 교육열

지난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무진장 산골지역의 학교에 대한 존폐문제가 매우 심각하게 단행돼 결국 폐교 내지 분교의 일대 정리로 이어졌다. 자그만치 무진장에서 이루어진 폐교정리는 50여 학교에 이른다(진안군 최대). 갈수록 지역 학생들의 입학실적이 급격히 줄어들고 급기야 제2의 폐교사태 직전에 있는데다 어느 중등학교는 불과 10명 선도 안되는 신입생에 면단위 중등학교 통폐합론이 대두되고 있는 실정에 다다르고 있다. 또한 어느 초등학교는 학군을 무시한 것인지 향학열이 넘쳤던 것인지 학군의 경계를 무시한 채 특정 학교로 극성이 쇄도하여 협소한 동일 지역 내에서마저 학교 차별의 극심함을 드러내고 있다. 피폐해진 우리의 교육환경과 지역의 여건을 조금이라도 마음에 두는 주민이라면 결단코 있을 수 없는 현상이다. 교육도시도 인재양성 밀집지역도 아닌 그저 한적한 진안땅에 왜 이토록 일그러진 현상이 끊이지 않는지 그 이유는 모두가 주지하듯 자식들의 장래를 걱정하고 잘 되고 잘 살게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는 학부모들의 극히 자연스런 의욕이고 순수한 사회적 경쟁심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여 과연 어떤 학습을 터득케하여 어떠한 인간형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해서는 별개의 문제로 치고, 맹목적 향학열의 과열현상이 부지불식간에 사회적 현상을 그릇되게 조장하는 것은 아닌지 되새겨보아야 할 것이지만 그저 자율성에 맡기기에는 역부족인 것도 사실이다. 학습의 단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교육을 빌미로 배타성을 주장하는 우리사회 특히 비좁은 진안 사회에서의 바람직하지 못한 기현상은 묵과될 수 없는 지경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소위 정보화다 세계화다 해서 세상이 판이하게 틀이 바뀌고 있는데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좌정관천(坐井觀天)하는 폐쇄성은 시대착오요 무지의 소치일 수 밖에 없다. 진안읍에 초등학교가 둘 있는데 하나는 상대적으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그 무엇인가 의지할 여력이 있다고 하고 또 하나는 전통은 짧지만 최근에 현대식 첨단모델로 새로 지어져 모범학교로 지정 운영되고 있는 학교다. 학군(學群)이라는 것이 있어 엄밀히 취학해야 할 구역이 정해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버젓이 취학지 주소를 의도적으로 옮기거나 해당 학군 내에 거주하면서도 타 학군으로 취학시키는 현상도 드러나고 있다. 그 결과 어느 학교는 학생 수 과잉으로 콩나물 교실을 만들어내고 있고 다른 학교는 학급 통페합이 불가피해진 것으로 밝혀져 자못 개탄지경에 처한 지역학교의 현주소다. 고래로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 했거늘 정상적인 학교 운영에 학부모의 극성이 지장을 초래하는가 하면 오로지 이기적인 자식 키우기에만 급급한 소견이 자라나는 뭇 아동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칠까 걱정된다. 백년대계의 교육을 심각하게 생각한다면 취학 부모의 문제를 떠나 공동의 사회적인 문제로 나아가 국가적인 차원에서 심도 있게 검토하고 중지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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