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 추원호(민주당 중앙당지방자치 부위원장, 건축사)
최근 진안신문을 읽다 보면 진안군의 여러 사업이 방대하게 진행되고 있어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걱정되기도 한다.
진안군 전체를 볼 때 발전하고 있다는 면에서 바람직한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정체되어 있기보다는 무언가 꿈틀거리고 진행되고 있다는 면에서 고무적이고 희망적인 모습으로 보이는 듯하다. 진안에 직접 살고 있지는 않지만 고향이 발전하여 가는 모습을 눈으로 읽고 피부에 와 닿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기쁘기도 하다.

그렇게 보이는 반면 또 다른 소식을 접하다 보면 많은 사업비를 들여 건설 중에 있는 사업들이 터덕거린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동안 민선 자치단체장 이후 관내 여러 곳에 이것저것 많은 사업을 벌여 놓았고 또 추진하고 있다. 수십억씩 투자하여 곳곳에 세워진 대형건축물들은 건물만 덩그렇게 세워졌지만 제대로 운영을 못 한다는 소리가 들린다.

홍삼 스파에서부터 한방약초 센터, 카누 경기장 그리고 도화동산, 약초동산, 진안 리조트, 없었던 일로 해버린 용 형상화 사업 등 굵직굵직한 대형 사업들이 외양만 번지르르하게 벌여놓고 실속이 없다고 하니 이 모든 건축물에 들어가는 비용은 군민의 세금과 정부 돈으로 쓸 것이 아닌가?

많은 돈을 들여 세워진 사업들이 무용지물로 변해 버린다면 이에 대한 감독 기능과 견제의 역할을 해야 할 군의회에도 책임이 따른다. 군의회에서 사전에 면밀히 검토하여 타당성을 조사하고 불요불급한 세금이 낭비되지 않는가 심사한 후에 승인을 해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거수기 노릇만 해서는 바람직한 지방자치를 이끌고 나가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본다.

통독 후 독일의 베를린시 지방자치를 보더라도 어떤 사안을 가지고 추진 해 나갈 때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결정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 받은 적이 있다.
이와 같이 진안군의 주요사업 정책 결정함에 있어 장래 수익성과 경제성이 있을 것인지 해당 부서에서는 심사숙고하여 제안서를 내고, 그 내용을 깊이 따지고 들어가 혹시 군 세금이 누수 되지 않는지 검토해야 할 부분은 군의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지난 9월 14일자 김정흠의원의 5분 발언에서 보듯이 사업추진 결정 당시 군민들에게 장밋빛 청사진을 보이면서, 마치 커다란 수익성이 있는 양 호도하고 엄청난 효과가 있는 듯이 홍보하다가 나중에 흐지부지한다면 수십억씩 쏟아부은 세금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재임기간 실적만 쌓기 위해 이것저것 벌여놓고 제대로 관리도 못하고 방치만 하다가 서로 책임만 떠넘겨서야 하겠는가 말이다. 한 두 푼도 아니고 거금을 들여 사업을 벌여 놓았으면 끝까지 잘 되도록 지원도 하고 아이디어를 발굴하여 군 재정과 군민들의 소득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 아닌가 싶다.

결정권자가 사업성을 내놓아 검토 지시하면 그것을 세밀히 분석하여 전문가의 의견도 듣고 폭넓은 여론을 수렴해서 과연 효율성이 있는지, 경제성이 있는지 따져 본 후 결정해야 하는데 하부조직에서 높으신 분의 뜻을 받들어 짜맞추기식 추진을 진행하니 경관 좋은 땅 위에 흉물로 남지 않을까 염려된다.

비근한 예로, 부귀면 봉암리 일대에 골프장이 들어선다고 하여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홍보와 치적으로 내세우며 자랑을 하였지만, 사업 시작한 지 몇 년 지나도록 산림은 황폐화되고 있고 공사 진척도 없는 듯하다.

필자는 그 당시 진안군 도시계획 심의위원으로 있으면서 전북도민이 식수로 먹는 용담댐 상류에 농약공장을 설치해서는 안 된다고 심의 내용을 반대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심의위원 중 거의 단체장의 의중을 따라 찬성을 하였지만 분명 전북도민이 먹는 식수원인 용담호에 제초제 성분의 고농축 농약을 섞어 먹어서야 하겠느냐 하며 반대했지만 결국 통과되어 허가까지 받았고 공사 중에 있다.

이때의 일로 인하여 심의위원 명단에서 필자의 이름을 빼어버렸고 다른 사람으로 대체한 일도 있었다.
심의위원 해임할 때도 응당 필자에게 해임통보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언반구 말도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해 버리는 오만 방자한 행정처리를 하는 것이다.

필자는 최고 결정권자의 의중만 무조건 따르는 것보다 그 사업을 진행할 때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짚어보고, 과연 그 사업이 진안군민에게 득이 될 것인지 검토 후에 추진해야만 아까운 혈세가 낭비되지 않을 것이다.

오로지 예스맨만이 있어서는 안 되고, 사업 분석이나 심의 과정에서 반대하는 사람도 있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무조건 최고 결정권자의 의견을 따라서 결정한 후에 그 사업이 잘못되어 피폐해 진다면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이고 그에 동조한 사람들도 같이 책임 소재를 물어야 할 것이다.

어떤 대형사업을 시작하는 때부터 타당성을 면밀히 분석, 검토하고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들은 후 추진해도 늦지 않을 텐데 졸속행정과 졸속추진으로 산자 수려한 청정지역 진안고원에 납골당 같은 애물단지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

단체장의 의중에 맞춰 전문가 의견 검토라는 명분으로 요식행위의 절차만 거치지 말고, 진정 진안을 사랑하고 아끼는 반대자의 의견도 청취하여 신중한 정책을 펼쳐 나가야 장차 후유증이 없어질 것이고 정금같은 세금 낭비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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