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마을이야기 103 용담면 송풍리 문화마을

▲ 마을 입구에 있는 경모정은 쉼터이자 마을 어른들을 위한 놀이공간이다.
어느새 가을도 깊어졌다. 누렇게 익은 벼를 수확하는 모습은 이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문화마을도 예외는 아니다. 집 앞 도로마다 고추며, 나락이 널어져 있다.
용담면 송풍리 문화마을. 용담댐 건설로 인해 생긴 수몰민 이주단지 마을로 10여 년의 짧은 역사를 지닌 마을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모정에서 하루를
오전 10시가 안 됐을까. 마을 입구에 세워진 모정엔 마을 할아버지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잠깐 들렸다 일하러 가는 사람, 지나가다 인사하고 가는 사람, 모정은 마을 사랑방이었다. 이날도 할아버지 네 분이 모여서 담소를 나누거나 화투로 놀이삼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술 한 잔을 기울이기도 하면서...

2008년에 세워진 모정이 마을 입구에 있는 탓에 모정엔 먹을거리가 떨어지지 않는단다. 이날 마을이야기를 듣기 위해 만난 김광성(69) 씨는 "노인들이 아침 먹고 모정에 나와서 화투 패 띠기도 하면서 무료한 시간을 달래는데 입구에 있어서 지나가는 마을 주민들이 먹을거리를 주고 가기도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처럼 날씨 따뜻하면 모정에서 시간을 보내고 겨울이면 노인들은 마을회관에 모여 점심, 저녁을 함께 해 먹으며 지낸다.

"지금까지 겨울이면 항상 같이 모여 점심이랑 저녁을 해 먹었어요. 김치도 담그고, 가끔씩 마을 젊은 사람들이 반찬도 해 오고요."
하지만 올해는 어떻게 될지 아직 모르겠다고 김광성 씨는 이야기한다. 마을에 몸이 아픈 노인들이 있다며…

▲ 마을이야기를 해 준 김광성 씨
노인 거주자 많아
현재 문화마을은 29가구로 실 거주자는 38명 정도가 된다. 용담댐이 건설되고 95년도에 조성된 마을은 97년도부터 입주가 시작되었고 98년도에 가장 많이 이사를 왔다.
처음에는 100% 수몰민들이었지만 이제는 수몰민이 아닌 집도 다섯 집이나 있다. 그리고 마을 대부분이 노인들로 혼자 거주하는 집도 10여 가구가 된다.

그렇기 때문일까. 작년부터 올해까지 이장을 맡아 하고 있는 박옥희(51) 씨는 마을 일을 보면서 가장 큰 걱정이 노인들의 건강이란다.

"요즘은 좀 뜸했는데 그동안은 아침이 되면 마을 한 바퀴를 돌면서 노인 분들을 찾아봤어요. 혼자 사는 분들도 있고 하니까 밤새 안녕히 주무셨는지, 건강은 어떠신지요. 그리고 아픈 노인들 병원에 태워다 드리는 것도 하나의 일이 됐지요."
 
활기찬 마을만들기
문화마을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마을 주민들은 자기 소유의 토지가 없다. 마을에도 특별한 농경지가 없어 농사를 짓기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그래도 제 작년에는 300평의 밭을 얻어 마을 주민들이 함께 고구마를 심었었단다.
김광성씨는 "고구마 팔아서 한 100여 만원 수입을 올렸다."며 "그 돈으로 마을 주민들 여행 다녀왔다."고 말했다.

마을에 토지가 없는 것과 관련 박옥희 이장은 놀이터를 대안으로 내 놓았다.
"마을에 놀이터가 있지만 무용지물입니다. 차라리 놀이터를 없애고 그곳에 밭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마을 노인들 공동작업장이라도 만들게요."

▲ 활기찬 마을을 꿈꾸는 박옥희 이장
박 이장은 노인들이 무료하지 않게 뭔가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움직여야 살아있다는 걸 느끼는 만큼 움직이면 우울증도 없고 활기찬 마을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꽃길 조성사업을 신청했어요. 마을 양쪽으로 인도가 있는데 사실 인도 사용을 잘 하지 않아요. 그래서 한쪽 보도블록을 걷어내고 꽃을 심었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다른 마을을 돌아볼 때 꽃길조성사업으로 마을 입구가 예쁘게 조성되어 있는 것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단다. 그래서 사업 신청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노인들이 많아 사업을 한다는 게 어렵지만 그래도 마을사업을 하면 단합도 되고 마을 소득도 올리고 좋을것 같아요."

박옥희 이장, 그녀는 노인 거주자가 많다고 해서 조용하고 심심한 마을이 아닌 활기 있고 건강한 마을이 되는 것이 소망이고 가장 큰 바람이란다.
역사는 짧고, 수몰의 애환을 가진 문화마을, 하지만 몇 년의 시간이 더 지나면 어느 마을 못지않게 예쁘고 활기찬 마을로 변모해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 문화마을 전경
▲ 마을회관
▲ 마을 경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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