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책속에 글자를 보지는 못하지만 책을 읽을 수 있다. 음성인 아닌 손끝의 촉각으로 글을 읽고 있다.
김춘심씨의 나이는 마흔여덟, 스물다섯에 중도 실명하는 위기를 맞았다.
시골에 사는 그녀를 밖으로 이끌고 나갈 여력을 지닌 사람이 없었다.

시력을 잃고 20여 년을 글을 읽지 못하면서 문자에 소외되고 세상에 대한 관심은 멀어졌다.
작년 8월, 교회 목사님의 도움으로 점자를 서울에서 배울 기회를 얻으면서 처음 점자를 접하고 지금은 진안에 있는 시각장애인협회(진안 지회장 엄재봉)에서 한 달에 두 번 점자교육을 받고 있다.

점자판에 점자 종이를 놓고 송곳 모양의 점필로 점을 찍는다. 한 칸에는 세로줄 3점 가로줄 2점으로 총12점을 찍을 수 있다.
이 점을 오래 보존하기 위해서 점자를 찍는 점자지는 두꺼운 종이를 사용한는데 자음과 모음·약자·약어(그래서 그러나 등)·숫자·문장부호 등 하나 씩 점자를 찍으면서 힘이 만만치 않게 든다.

이렇게 찍은 점자 종이를 뒤집어보면 볼록하게 나오는데 이 부분을 손끝으로 읽는다.
"점자를 외우고 기억하려는 자신의 노력만큼 점자를 읽을 수 있어요."
"시골에서 농사만 짓느라 글도 배우지 못하고 집안에만 방치되어 있는 장애인분들이 안타까워요.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배우면서 약한 내가 강해지는 걸 느꼈어요."

나이가 들면 손도 닳고 기억력도 약해져서 점자를 배우기가 힘들기 때문에 그녀의 목소리는 조급했다.
"손을 아껴야 해요. 농사를 지으면 촉각이 둔감해져서 점자가 읽기가 힘들어요."
다시 누군가에 글을 쓰고 그 글을 읽게 되는 기쁨을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는 그녀다.
"점자를 알고 글을 읽으면서 이제 세상으로 날아 갈 수 있구나 생각했어요."

진안에는 264여 명이 시각 장애를 안고 있는데 그 중 1급~3급의 장애 판정을 받은 57명은 눈이 보이지 않거나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하다.
"본인들이 세상과 단절된 벽을 깰 수 있도록 가족들이 독려하면서 그들이 세상에 나 갈수 있는 용기를 줘야합니다."

이런 교육을 통해 한두 차례 사람들을 만나면서 세상에 대한 거부감이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경험이 장애인들을 집 안에서 발을 뗄 용기를 내는 데 도움이 되기를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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