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천슈퍼(마령면) ☎433-6326

▲ 마령면 덕천리 안방마을회관 앞에 위치한 '덕천슈퍼'. 이름없는 구멍가게
그동안은 가게에 이름표가 없어서 그랬는지 여기에 가게가 있는 줄도 모르고 길을 지나쳤었다. 이날은 건물 앞에 모인 공병이 유난히 반짝였던 것 같다.

콘테이너 건물이 헝클어진 '슈퍼마켓' 분위기를 풍기는데 그냥 갈 수가 없어서 가게 문을 두드렸다.
가게를 지키고 있던 주인 이복우(68)씨가 문을 열어주었다.
마령면 덕천리 안방마을회관 맞은편에 있는 이 가게는 이름표가 없어도 마을 사람들에게는 '덕천슈퍼'라고 불린다고 한다.

6년 전 가게를 시작하기 전에는 남편과 농사를 지었지만 남편 몸이 불편해진 이후로 별다른 일이 없어지자 먹고 살길을 찾던 중에 가게 일을 하게 된 것이다.
자식들이 도와주고는 있지만 다들 넉넉지 않다 보니 어머니가 가게를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엊그제 담배 시키는데 삼십만 원 썼어, 오늘부터 맥주는 더 오른다고 하는데 진짜 힘들어서 못해."
가게가 보기에는 허름하지만 가게 유지비가 만만치 않는 듯 했다.
아이스크림, 음료수냉장고를 돌려야 하니 전기세가 한 달에 십만 원 정도가 나오고 여기에 물건을 한 번씩 시킬 때마다 몇 십만 원은 보통이라고 한다.

손님 대부분은 한 갑씩 사가지만 가끔 담배 한 포(10갑)를 찾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어머니도 어느 정도 물건을 채워 놓다 보니 재고가 쌓여있다고 한다.
"주변에 공사라도 있으면 모를까, 노인들만 있으니 손님이 없어. 노인들이야 자식들이 사다주는 것이나 먹지 돈 아까워서 사먹을 수 있까니."

이렇게 손님이 뜸하니 저녁 12시가 넘어서 가게 문을 두드려도 손님을 그냥 보내기가 어렵다고 한다.
"촌 장사 자다가도 오면 팔고 하는 거지. 안 그러면 못해."
일을 하기 힘든 나이에도 가게라도 해서 살림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힘에 겨워 보였다.

"바랄 것이 뭐가 있겠어. 전기세나 깎아주면 좋겠는데… 호롱불 키고 살 때는 전기세는 안 들어갔는데…."
적장 편하게 살아야 할 사람들은 늙고 힘없는 사람인데, 어쩌면 그들에게는 세상이 갈수록 불편해 지는 건 아닌지….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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