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마을이야기 106 용담면 송풍리 옥수마을

▲ 옥수마을은 수몰된 이주민들이 모여 형성된 마을이다. 하지만 지금은 수몰민들과 타지에서 이사 온 사람들이 모여 살아간다.
흔한 말로 '개미새끼 한 마리 볼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하다'고 했던가. 서늘하고 을씨년스러운 겨울날씨만큼 마을도 조용하다. 마을 주변에 있는 밭에는 알곡을 빼앗긴 쭉정이들만 널어져 있다. 마을엔 낯선 이들을 경계하는 사나운 개들만이 '컹 컹' 짖을 뿐이다.
옥수마을은 용담면을 이루고 있는 대부분 마을이 그러하듯 용담댐 건설로 인해 수몰민들이 집단 이주해 형성된 신생마을이다. 마을이 형성된 지 이제 고작 10년 남짓일 뿐이다. 그만큼 마을의 역사는 짧고 고향을 잃은 수몰에 대한 애환은 가득하다.
 
▲ 약 5년 전 옥수마을 이장 일을 본 장영순 씨
◆옥거와 수천을 합해 옥수마을
용담댐 광장을 지나 신용담교를 지나면 용담삼거리가 나온다.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용담가든이라는 식당이 나온다. 옥수마을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면 소재지와 멀리 떨어져 있는 마을을 제외한다면 옥수마을은 용담면 초입에서 만날 수 있는 첫 번째 마을이 되는 것이다.

본래 옥수마을이 자리한 곳은 논과 밭이 있던 자리었다. 그러던 곳에 용담댐 건설로 살던 곳을 떠나야 했던 수몰민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 터를 샀다. 그리고 분양을 하고 각자 분양받은 터에서 13㎡(네 평)씩 내 놓아 길을 냈다.

그렇게 모인 사람들은 옛 용담면 옥거리, 수천리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마을 이름도 옥거의 '옥'자와 수천의 '수'자를 따 와 '옥수'마을이라고 지었다.
처음 마을이 형성될 때만해도 거의가 수몰민들이었지만 이제 마을엔 수몰민들과 함께 다른 곳에서 이사 온 사람들도 함께 섞여 살아간다. 그렇게 형성된 마을주민들은 현재 16가구 35명 남짓이다.

◆마을주민 대체로 젊은편(?)
골목길로 들어갔다. 마을은 서로 사이좋게 어깨동무하고 마주보며 자리하고 있다. 집집마다 대문 앞에는 명패가 걸려있고 빈 집도 눈에 띈다.
그러던 중 이제 막 외출을 하고 들어오던 장영순 씨(71세)를 만났다. 그녀에게 옥수마을에 대해 이야기 해 달라고 청했다.

장영순 씨는 이제 나이가 들어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며 이장도 지냈지만 정확한 년도는 기억이 안 난단다. 그래도 이장을 한 지 대략 5년 전 쯤이라고 말한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처음엔 옥거리에서 아홉 집, 수천리에서 한 집이 이사를 왔다고 한다. 지금은 같이 이사 왔던 수몰민들 중 많은 사람들이 죽고 타지에서 새로 들어왔다. 그렇게 새롭게 구성된 주민들은 대체로 젊다는 것이 장 씨의 설명이다.

이른 하나인 장영순 씨가 마을에선 나이가 많은 편이라고 하니 60대, 50대만 되어도 마을의 젊은 일꾼이란 소릴 듣기엔 충분할 터이다.
 

▲ 수몰된 옛 고향이 그립다는 조성운 이장
◆마을에 희망이 없다
장영순 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출타했던 조성운(66세) 마을 이장이 왔다는 소식에 이장을 만나기 위해 집을 방문했다.

조성운 이장은 먼저 마을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 했다.
"우리 마을은 노인과 영세민이 대부분입니다. 수몰민 보상비로 근근이 살고 있지요."

조 이장 말에 따르면 옥수마을엔 농사지을 땅도 없고 수몰되서 고향을 떠날 때 대부분의 이주민들이 나이가 든 상태에서 왔기 때문에 노동력을 잃었다고 평했다.
때문에 땅을 빌려 농사를 짓고 싶어도 체력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우리 마을은 큰 농사를 지어 소득을 올리기 보다는 현재 생활유지를 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저축은 꿈도 못 꾸죠."
옥수마을이 먼 미래를 꿈꾸기보다 현재의 먹고사는 것이 더 절박한 이유엔 어쩌면 수몰민의 아픔이 동반되어 있기 때문이리라.

"옛말에 고기도 놀던 곳이 좋다고 수몰 전 살던 곳이 항상 생각납니다."
따지고 보면 살던 곳이 산 하나차이로 바뀌었지만 조 이장이 느끼는 것은 천지차이다.
"같은 용담이라는 테두리에서 살았지만 각각 마을이 틀리고 생활방식이 달랐기 때문에 그들이 한데 어울려 살아간다는데 어려움이 따르는 것은 사실입니다."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사촌이 더 중요한데 그걸 잘 모르는 것 같아 조 이장은 아쉽기만 하다. 그리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생각이 좁아 마을 화합이 안 되는 것 또한 슬프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풍족하지 못한 환경 탓에 마을이 각박해져 가는 것이리라.
 

▲ 주민들의 공동체 공간이 되어주는 마을회관
◆마을회관을 중심으로
본래 옥수마을엔 마을회관이 없었다. 대신 대한노인회 진안군지회 용담분회가 있었다. 하지만 외곽에 위치한 까닭에 찾는 회원도 관리자도 없어 건물이 엉망이었다.
"우리집 앞에 있는 번듯한 건물이 관리가 되지 않아 지저분하고 보기가 싫었어요. 그래서 제 임의대로 건물을 관리했죠."

그러던 중 회관을 환경청에 매각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래도 용담노인회를 거쳐 간 사람들의 역사가 있는데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 같아 적당한 주인이 나타나면 매각해서 사용할 것을 권유했다.
"처음 옥수마을에서 사고 싶었지만 돈이 없었어요. 그러던 중 수자원공사에서 마을회관 부지 자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군 보조를 추가로 받아 저희 마을에서 회관을 사게 되었습니다."

현재 마을회관은 마을주민들의 공동체 공간이 되었다. 다른 마을도 으레 그러듯이 옥수마을도 농한기인 지금은 마을 할머니들이 모여 함께 식사도 해결하고 담소도 나눈다.
저마다 살기 힘들어 마을이 삭막해 졌다지만 이처럼 마을회관에 모여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해 나가는 모습에서 서로 화합하고 미래가 있는 옥수마을의 모습도 멀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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