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전파사(진안읍) ☎432-0383

▲ 제일전파사 석정기 씨
"아마 궤짝 TV는 이 근방에서는 우리 집이 제일 먼저 들여놓았을 걸요."
제일전파사 석정기 사장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진안에서 전파사를 시작한 게 70년대 중반인 것 같은데요." 라며 그에 손을 거쳐 간 전자제품의 기억을 더듬어 주었다.

그는 학원 다니면서 배운 기술로 30여 년 전 진안에 전파사를 열었다고 한다.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TV, 라디오 등 전기제품 가격이 많이 낮아졌지."라며 "그때는 라디오는 쌀 한가마니, 흑백TV 사려면 쌀 열가마니는 줘야 했으니까 구경하기 힘들었어."라고 말한다.
그때는 휴대용 LP판을 월남에 갔다 온 사람들 손에서 구경했던 시절, 개인 전화번호도 돈 주고 사야했던 시절이란다.

거기에 비싼 가전제품 한번 사거나 고치려고 전주에 나가려면 길이 험해서 하루 종일 걸렸다고 하니, 웬만한 건 진안에서 해결해야하는 상황에서 전파사는 손님들로 북적거렸다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서 "78년도 쯤 가정에서는 100W가 200W로 승합이 되면서 고장이 많았어. 어르신들은 모르니까 콘센트에 그냥 꼽은 거지."라며 점심은 오후 4시, 저녁은 10시가 넘어서 먹을 정도로 손님이 밀렸었다고 한다.

"그렇게 벌기도 많이 벌어있지만 사람들이랑 밥 나눠먹고 술 나눠 마시는 게 좋아서 쓰기도 많이 썼어."
손님도 많고 인심도 그때가 좋아서 버는 사람도 많은 만큼 쓰는 사람도 많았다는 이야기다. 그때는 넉넉지 못한 형편에 어르신들이 물건을 새로 사지도 못하고, 선물 받은 걸 귀하게 생각해서 버리지 못하면서 고치고 또 고쳐 쓰는 사람들 덕분에 골동품도 제법 봐왔다고 한다.

"지금은 물건이 싸기도 하지만 그만큼 제품 수명도 길지 않아서 오래 쓰지 못하는 것 같아."
이제는 쉴 틈 없이 제품이 새로 나오니 오래된 물건을 간직하지 못한 게 많다.
그 시절 물건을 곁에 주지 못해 아쉬운 표정이지만 그의 손은 전자제품의 시간의 흔적을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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