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마을이야기 107 용담면 월계리 와정마을

▲ 맞은편에서 바라 본 와정마을 모습
얼핏 보면 한 동네로 보인다. 몇 가구 되지도 않는데 설마하니 두 개 마을로 분리되어 있을까 싶다. 하지만 알고 보면 엄연히 다르다.
한쪽은 용담면 송풍리, 바로 옆은 용담면 월계리다.
송풍리 왕두골 마을과 인접해 있는 마을은 월계리 와정마을이다. 와정마을 역시 왕두골 마을과 함께 용담댐을 바라보고 있다.

본래 왕두골마을과 와정마을은 왕두골 이름으로 묶인 한 마을이었다. 하지만 5년 전 행정구역 개편을 하면서 두 개의 마을로 분리되었고 현재 10세대 15명 남짓한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다.
"15명 정도 산다고 해도 실제로 생활하는 집은 몇 집 없어요. 여름엔 와서 농사짓고 겨울이면 비어있는 집들이 많거든요."
와정마을에서 슈퍼를 운영하고 마을 일을 보고 있는 이용구(74) 이장의 말이다.
 

▲ 와정마을에서 슈퍼를 운영하고 있는 이용구 이장(2009년)
처음과 지금은 많이 달라
이용구 이장에 따르면 처음 마을로 이사 올 때만 해도 그곳엔 비전과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1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난 지금, 폭폭하기만 하다.
"용담댐이 바로 보이는 곳에 집을 짓고 경치 좋은 곳으로 이사 왔다고 해서 좋았죠. 처음엔 용담댐으로 인해 관광객이 늘고 민박 등 살아갈 방도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댐 물도 많이 빠지고 고기도 못 잡아 낚시꾼도 없습니다. 주민 대부분이 다 나가려고 하는 상황이에요."

용담댐이 처음 건설되고 이용구 이장이 슈퍼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장사가 참으로 잘 됐다. 관광객 뿐 아니라 낚시꾼들로 인해 커피 자판기 한 대만 있어도 돈이 되던 때였다. 그때가 수몰된 후 1~2년이다. 그 후 댐 물도 마르고 고기 자원도 없어 낚시꾼도 없어졌다.
현재는 하루 종일 담배만 세 갑, 네 갑 팔리는 게 전부다.

또한 마을주민 대부분은 환경청에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이사 가려는 사람들만 남았다. 이용구 이장은 모두들 이사 가고 결국엔 몇 집 안 남는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마을의 현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살기 힘들다. 살수가 없다.'

마을이야기를 하면서 이 이장의 입에서 한숨처럼 나온 외침, 그냥 단순한 외침이 아닌 것이다. 용담댐 건설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생사를 움켜쥐고 세워졌다.
"현재 수몰민들을 위한 이런저런 지원을 하고는 있지만 저희한테는 도움이 되지 않는 엉터리 지원일 뿐입니다. 우리마을은 농토나 사람이 없어 소득사업을 하려고 해도 못 해요. 차라리 돈을 가치 있게 쓸 수 있도록 직접지원을 해 주었으면 합니다."
이용구 이장과 함께 만난 서태석(2010년 이장) 씨의 공통된 의견이다.
 

▲ 마을 입구 증가를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있는 서태석 신임 이장(2010년)
"그린빌리지 사업, 속상해"
와정마을엔 월계소공원이 있다. 하지만 무용지물일 뿐이다. 이용구 이장과 서태석씨가 관리만 할 뿐이다. 이용구 이장은 "본래 마을 앞 언덕을 밀어 그 위에 99,174㎡(3만평) 규모로 공원을 만들고 주차장도 조성하기로 했었다. 그렇게 해 놓으면 관광객들이 많이 찾았을 것이다."며 "신년 초 군정보고할 때도 이야기했지만 용담면이 인구가 적어서 그런지 인구 많은 타 면만 사업을 할 뿐 용담은 소외되는 것 같다."라며 아쉬워 했다.

또한 와정마을은 1년 전 그린빌리지 사업 일환으로 마을 앞, 도로변 길가에 장미꽃을 심었다. 인구도 없고 규모도 작은 마을이기에 마을을 지나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끔 했다.
"몇년 후를 생각하며 장미꽃을 심었지만 땅이 안 좋아 잘 자라지 못했어요. 거름도 넣고 잘 가꿨는데 꽃이 잘 안 피더라고요."

서태석 씨는 그때의 그린빌리지 사업을 생각하면 속상하기만 하다. 함께 경쟁한 마을은 마을회관 앞 꽃가꾸기로 사업 완료를 못 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상을 했지만 와정마을은 외부인들을 위한 장미꽃 심기로 그린빌리지 사업에 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탈락했기 때문이다.
 
사람이 경쟁력, 인구 증가가 가장 시급
서태석 씨 그는 '사람이 경쟁력'이라고 말한다. 현재 용담 귀농인모임의 대표를 맡고 있는 서 씨는 진안군이 귀농인을 위한 정책을 많이 펴지만 정작 진짜 살고자 하는 귀농인들은 살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제는 도시민들이 전원생활을 하는 방법으로 가야할 것 같아요. 주말농장 등 도시민들을 위한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서 씨는 또한 귀농인들이 살고자 하면 토지가 없기 때문에 군 유지를 개발해 도시민들에게 공급해 주는 것도 인구 증가의 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단다.
2010년 월계리 와정마을 신임이장 서태석 씨, 그에게 '어떻게 하면 마을에 인구가 증가할까' 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임은 분명하다.
 

▲ 이용구 이장과 함께 슈퍼를 하고 있는 부인 조순이 씨
불평보단 우리가 만들어야
"이제는 댐 주변이 발전한다는 기대는 버려야 합니다. 저는 사람들이 불평하기 보단 직접 만들어 내야 한다고 봅니다. 아무 요청도 안하고 행정에서 주는 것만 받는 것은 그만큼 관에 길들어져 있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서태석 씨는 활기 있고 희망 있는 마을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전 주민이 모여 토론하고 하나의 안을 도출해 내고 그렇게 만들어진 것은 적극적으로 행정에 요청해 마을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만큼 적극성을 갖고 생활한다면 와정마을 뿐만 아니라 용담면 전체에 희망이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서태석 씨는 앞으로 마을 앞 용담댐 물이 차지 않는 곳에 공원화를 만들어 계절별 다양한 꽃을 볼 수 있는 꽃 단지를 계획하고 있었다. 또한 깜도야 전문 바비큐 단지도 만들어 보고 싶다며 앞으로의 이장으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모든 게 마을 인구증가와 연결되는 것이었다. 서태석 씨처럼 다양한 아이디어로 끊임없이 구상한다면 몇 년 안 가서 다른 마을과 비교되는 특색 있는 하나의 마을이 탄생할 것이다.

한편 서 씨는 공무원들이 갖고 있는 부정적 마인드에 대해 꼬집었다. 주민이 무언가를 상의하러 갔을 때 안 되는 것을 말하기보다 긍정적인 방법을 모색해 주길 그는 바랬다.

▲ 마을에 있는 월계소공원 입구
▲ 마을 앞에서 바라다 본 용담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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