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사랑 1

  서정홍

자고 일어나
달리기를 하면 발목 삘까 봐
조깅을 한다.
땀이 나
찬물로 씻으면 피부병 걸릴까 봐
냉수로 샤워만 한다.
아침밥은 먹지 못하고
식사만 하고
달걀은 부쳐 먹지 않고
계란 후라이만 해 먹는다.

일옷은 입지 않고
작업복만 골라 입고
일터로 가지 않고
직장으로 가서
일거리가 쌓여 밤샘일은 하지 않고
작업량이 산적해 철야 작업을 하고
핏발 선 눈은
충혈된 눈이 되어 집으로 돌아가면
아내는 반찬을 사러
가게로 가지 않고
슈퍼에 간다.

실컷 먹고 뒤가 마려우면
뒷간으로 가지 않고
화장실에 가서
똥오줌은 누지 않고
대소변만 보고 돌아와
오랜만에 아내와 마주 앉아
얘기를 나누다 잠이 들면 될 텐데
와이프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다 잠이 든다.

우리말이 영어와 한자말에 얼마나 오염되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좋은 시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마치 영어가 우리나라 모든 교육과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는 생각이 널리 퍼져있는 현실이다. 이건 해도 해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모든 것들이 영어에 집중되어 있다. 가정에서 쓰는 말도 오염될 수밖에 없다. 부모가 쓰는 말, 아이들이 쓰는 말도 영어 투성이다. 왠지 우리말을 하면 촌스럽게 느껴지고 영어로 하면 멋있게 본다. 그렇다고 영어가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삶에서 우리말의 뿌리와 속살의 아름다움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그냥 영어 흉내만 내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2010.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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