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쓰림 없는 특별한 막걸리 만드는 '성수 주조장' 황현규 씨

▲ 황현규 씨가 만드는 막걸리는 먹고 난 뒤 속쓰림이 없단다.
막걸리는 시대 고금을 막론하고 즐기던 우리의 전통주로 통하고 있다. 그만큼 막걸리는 추억이 많은 술이다.
어릴 적 혹은 학창시절에 막걸리를 접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처럼 막걸리는 우리 삶을 대변하고, 우리의 삶과 함께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고픈 시절 한 끼 식사대용으로 좋은 것도 막걸리였다. 막걸리는 서민과 함께 동고동락했던 상징물이며 우리의 정서와 너무도 잘 맞았다. 지금도 그 정서가 통하고 있다. 젊은이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막걸리는 한결같은 사랑을 받고 있다. 소주에 치여 잠시나마 소외를 받았을지 몰라도 그 밑바닥 정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처럼 예나 지금이나 사랑받고 있는 막걸리. 현재 우리지역에도 막걸리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주조장이 있어 찾았다. 성수면에 있는 성수 주조장.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막걸리는 아무리 먹어도 다음날 머리가 아프지 않단다. '진안 성수 주조장'에서 만든 막걸리의 특별함을 들여다보았다.
 
◆뒤끝 없는 막걸리?
황현규(48) 씨가 만드는 막걸리는 뒤끝이 없다고들 한다. 오늘 아무리 많은 막걸리를 먹어도 다음날 머리도 아프지 않고, 속 쓰림도 없단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술을 먹고 머리 아프지 않다는 것이 말이다. 그러나 황씨가 만든 술을 마신 사람들의 경험담은 대다수가 그렇다고 한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 그 특별함을 알 수가 없다. 막걸리를 마셔보지 않았으니 머리가 아픈지 속이 쓰린지 알 길이 없다. 그저 막걸리를 마셔본 사람들의 증언을 들었을 뿐이다. 그리고 황현규 씨의 말에 의하면 그렇다.
"저희 막걸리를 드시고 난 후에는 숙취해소 할 필요가 없어요. 머리도 아프지 않아요. 저희 막걸리는 타 막걸리와 특별히 차이가 없어요. 다만, 타 막걸리와 만드는 방법에서 큰 차이는 없지만 아주 조금 변화를 주었죠. 그뿐이에요. 저희 막걸리를 드셔본 사람들은 저희 것만 찾아요."

그의 말이 정확히 어떤 것을 뜻하는 지 알 수 없었지만 요점은 속 쓰림과 머리 아픔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먹어본 사람들은 또다시 찾는다는 사실이다. 특별함을 알기 위해 노하우를 가르쳐 달라고 해도 가르쳐 줄 것 같지 않았다. 아주 조금 변화를 주었다고 하는데 무슨 변화를 주었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가르쳐 줄 리 없다. 자신만의 노하우니까. 설령 노하우를 가르쳐 준다고 해도 글로 옮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5개월 만에 터득한 막걸리
황현규 씨는 사업을 했던 사람이다. 남들처럼 IMF 영향으로 사업이 힘들어지자 생계형 막걸리 영업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황씨는 완주 고산에서 막걸리 영업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성수에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막걸리 만드는 기술을 배웠다.

황현규 씨가 막걸리 만드는 기술을 배운 것은 불과 5개월에 지나지 않는다. 5개월 동안 성수 주조장에서 배달하며 막걸리 만드는 법을 배웠다. 황씨는 5개월 만에 막걸리 만드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막걸리를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이제는 막걸리 만든 지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렇게 만든 막걸리는 전주로 판매된다. 그래서 상표도 '전라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살아있는 청정수 생 막걸리'로 된 상표가 황현규 씨가 만든 막걸리다.

"5개월 경력으로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죠. 물론 시행착오를 겪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전국에서 찾아와요. 택배로 보내달라는 분들도 계시고요. 직접 찾아와 사가는 분들도 계시죠. 술 맛도 있지만 물이 좋아서 저의 막걸리를 찾는 것 같아요."
황현규 씨가 만든 막걸리는 소문에 소문으로 찾는다. 그 소문이 더 많아 졌으면 좋겠다.
 
◆숙성 잘된 막걸리 향이 좋아
막걸리는 재료도 중요하지만 숙성이 잘되었는지가 더 중요하다. 숙성 잘된 막걸리는 향도 좋다. 그래서 술이 숙성될 때 향만으로도 막걸리가 잘되었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가늠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황현규 씨는 제대로 된 막걸리를 구별하고 있다.

"똑같은 재료를 사용해도 술 맛이 다르죠. 숙성이 제대로 안 되었기 때문입니다. 숙성만 잘되어도 막걸리 맛은 좋습니다. 숙성이 잘되기 위해서는 온도가 중요합니다. 적정 온도를 맞혀주면 그만큼 막걸리 맛도 좋아지죠."

막걸리처럼 많은 손이 필요로 하는 것도 없는 것 같다. 술밥을 찌고, 술 담고, 항아리 독에 넣고, 술을 거르고, 막걸리 병에 넣고, 배달해야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모두가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 모든 과정은 황현규 씨 혼자 담당한다. 그래도 매일 막걸리를 생산한다. 그렇게 생산된 막걸리는 일주일 동안 긴 과정을 거쳐 하루도 빠짐없이 판매처에 배달된다. 그만큼 신뢰도는 쌓여간다.

이렇게 어려운 환경에서도 맛 좋고, 머리 아프지 않고, 속 쓰림 없는 막걸리를 만들기 위해 황현규 씨는 하루도 게으름을 피울 수 없다. 어딘가에 그의 막걸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기왕 시작한 것 끝장 보아야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약속은 꼭 지켜야 하죠. 막걸리를 기다리는 판매처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저희 막걸리를 찾는 손님들이 있으니까요. 하루만 납품을 하지 않으면 판매처는 문을 닫으라는 이야기나 마찬가지죠. 그리고 막걸리 시장에서의 경쟁이 심해 살아남을 수 없어요. 쉴 수가 없어요. 아무리 막걸리가 맛이 좋다고 해도요."

황현규 씨가 막걸리를 배달하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곳이 많다. 마찬가지로 황씨도 밑진다. 막걸리 시장은 대부분 큰 업체에서 장악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쉬고 싶어도 쉴 수가 없다. 언제 어느 때 판매처를 잃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렵지만 오늘보다 내일이 낳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하고 있죠. 그러나 조그마한 주조장은 사라지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기왕 시작한 것 끝장을 본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어요. 이제는 무엇을 해도 자신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지역에서 생산되는 막걸리. 우리 지역에서 소비도 되어야 할 것이다. 여건이 힘들고 어려워도 자신감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황현규 씨의 모습에서 진실함이 느껴졌다.
기왕 마실 막걸리라면 다음날 뒤 끝없는 막걸리를 마셔보는 것은 어떨까?
양은그릇에 가득 따라 새끼손가락으로 휘익~ 저어 먹는 막걸리. 그 막걸리 한잔의 추억을 만들어 보자.

▲ 성수면에 있는 성수 주조장. 주조장 건물 벽에 예쁜 벽화가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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