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식당(진안읍 군상리) ☎433-2246

▲ 김순애 사장이 손님 상에 나가기 전 뚝배기에 양념을 넣어 한소큼 끓여내고 있다.
시장에 가면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는 많은 먹을거리들이 있다.
그중 비닐에 당면을 꽉꽉 넣은 순대는 그 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이라면 꼭 먹어봐야 할 먹을 거리 중 하나다. 토종순대라고 하는 일명 피순대가 그것이다.

터미널 바로 옆 골목에는 이 토종순대를 50년 넘게 팔고 있는 제일식당이 있다.
제일식당을 운영하는 김순애(57세)씨가 식당을 운영한 것은 30여 년 전이다. 시어머니가 하시던 것을 시어머니의 건강이 안 좋아지자 26살에 일을 배우고 운영하게 되었으니 그 세월은 족히 50년이 넘는다. 예전에는 식당 앞 골목에서 시작했다가 지금 자리로 온 것은 10년 정도 된다.

새벽 5시부터 시작되는 작업은 고되다. 들어온 내장을 씻고 삶아내고, 피를 깔대기를 꽂아 내장 안에 넣고 다시 20여분동안 은은하게 삶아내고 다시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내는 과정을 단 하루도 쉬어 본적이 없다.
"명절 때에도 쉬지 못해요. 일부러 고향에 와서 피순대를 먹으러 들리는 분들이 많아서 문을 닫지 못하겠더라구요. 서울, 부산, 대전 등에서도 일부러 먹으려고 들리시는 분들이 많아요"라고 말하는 김씨의 얼굴은 고단함 보다는 전통 방식 그대로 순대를 만든다는 고집이 들어 있다.

"옛날에는 이곳에 순대집이 너댓집 되었어요. 그때는 혼자 일을 했고 그래서 화장실도 못가고 밥도 그냥 국물에 몇 숟가락 말아 허기만 면하면 다시 또 일하구 그랬지요."
세월을 함께 한 장사가 그렇듯 어려운 시절은 늘 있게 마련이다. 그 시간들을 잘 견디어 왔기에 지금의 제일식당이 존재한 것이다.

"시어머니가 할 때만 해도 그냥 내장만 삶아서 그 국물에 밥을 말아주면 그게 국밥이었고 사람들도 맛있게 먹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주면 아무도 안 먹어요. 국물 하나 만드는 데에도 온갖 여러 가지 재료로 정성껏 만들어야 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더 연구를 하게 되고 그래요."
음식을 배우는 일은 끝이 없다고 말하는 김씨는 부산 등지에서 일을 배우겠다고 오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데 며칠을 못하고 힘들다고 그만 둔다고 한다.

예전에는 진안우시장이 있어서 그곳에서 돼지 내장을 사서 일했는데 20여 년 전에 없어졌다. 그래서 지금은 장수에서 50마리 분의 돼지 내장이 매일 들어온다. 반찬은 김치, 깍두기, 새우젓, 정구지(부추)가 전부이다. 그래도 순대국밥 한 그릇을 먹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김치 하나를 만들어도 내 가족이 먹는다는 마음으로 만든다. 순대국밥 한 그릇에 깍두기 한 입 베어 물면 뱃속은 따뜻해지고 속은 편해진다. 거기에 반주로 소주 한 잔 곁들이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예전에 그런 손님도 있었어요. 어렸을 때 아버지 따라 와서 먹었던 술국의 맛을 잊지 못해 서른을 훌쩍 넘어 다시 와 봤는데 아주머니가 아직도 하시는군요 하면서 맛나게 드시고 가더라구요."

그 사람에게 순대국은 그냥 국밥이 아니라 추억의 국물을 한 숟가락 떠서 자신의 마음에 다시 넣는 일일 것이다. 자신의 자리를 꾸준히 지키면서 식당을 찾는 이에게 따뜻한 국물만 먹게 하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기억을 뚝배기 한가득 퍼주는 곳, 제일식당이 그런 곳이고 앞으로도 그런 장소로 기억 될 것이다.

"그런 손님들이 있어 지금의 제일식당이 있는 것이고, 그래서 이제 조금씩 나눠드리며 살려고 해요. 혼자 사시는 분들에게 김치도 갖다 드리고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조금씩 할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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