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관(군상리) ☎ 433-2629

▲ 하반신 마비로 이제 더이상 애저찜을 만들 수는 없지만 애저찜에 관한 것 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고집이 있다.
원시인들은 사냥을 하고 고기를 먹기 전에 자연에 감사하며 먹었다고 한다. 진안에도 그런 관습에서 붙여진 음식이 있다. 예전에 어미 돼지의 뱃속에서 죽은 새끼돼지를 보양식으로 먹은 음식이 애저이다. 그래서 돼지 저(猪)앞에 슬플 애(哀)자를 써서 미안함과 고마움을 담은 음식이 애저찜이다. 《규합총서》에 애저찜에 관한 자세한 설명이 나온다.

'새끼 밴 어미돼지의 배를 갈라 새끼집 속에 쥐 같이 들어있는 것을 깨끗이 씻는다. 그 뱃속에 양념을 넣고 통째로 찜을 하면 맛이 그지없이 아름답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돼지새끼집은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살아있는) 어미돼지를 일부러 잡으면 숨은 덕(德)을 쌓는 것만 같지 않으니 그저 연한 돼지로 대신하라.'는 충고를 곁들이고 있다.

진안읍 군상리에 있는 진안관은 애저찜 요리로 50년이 넘게 해오고 있다.
김영춘씨(87세)가 25살부터 음식장사를 했으니 햇수로는 꼭 62년이 되었다. 17살에 전주에서 지금은 용담댐 수몰로 사라진 중터로 시집을 왔다. 25살에 읍내로 이사를 와서 국수 장사를 처음 시작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진안 중앙초등학교에 왔었어요. 그때 음식을 준비하라고 해서 무얼 할까 생각하다가 애저찜을 했었지. 그런데 대통령이 쏘가리탕도 있고, 다른 음식도 있었는데 애저찜만 드시더라구."

애저찜에 사용되는 돼지는 20일 정도 된 새끼돼지가 가장 보양이 된다고 한다. 너무 어린 것은 비린내가 나서 맛이 없으며, 이보다 더 자란 것은 중톳에 가까워서 애저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돼지를 구할 수 없어 한 달이나 40일 정도 된 돼지를 사용한다. 식당 뒤편에 있는 세 개의 가마솥에서 장작불로 세 시간 이상 푹 쪄낸다. 쪄낸 돼지에는 칼을 대지 않고 손으로 찢어 먹어야 제 맛이 난다.
또한 진안관만의 특별한 초장에 찍어먹으면 더욱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애저찜을 다 먹고 난 후에는 찜에서 남은 것에 묵은지와 콩나물 등을 넣어 매운탕으로 먹으면 개운한 맛을 더한다.

지금은 김영춘씨의 뒤를 이어 둘째 아들인 이상봉씨(65세)가 운영하고 있다. 10여 년 전에 김씨가 혈압으로 쓰러져 하반신 마비가 왔다. 처음에는 식물인간 상태였다. 병원에서는 가망이 없으니 퇴원하라고 했다. 그리고 몇 달 만에 지극한 보살핌으로 김씨는 의식을 되찾았다. 7남매 중에 막내인 이상동씨의 지극한 효행이 알려지면서 얼마 전 효부상을 받았다.

처녀 시절부터 음식을 하면 모두가 칭찬하는 손맛을 가지고 있던 김씨는 지금은 음식을 만들 수 없는 상황이 되었지만 애저찜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면 눈빛이 반짝거린다.
"옛날에는 우리가 돼지 농장도 직접 하고 그랬어요. 지금은 저그 먼 데서 가지고 와. 사료 안 먹이는 돼지로만 가져오지. 어디라고는 내가 말하면 안 되지."

이상봉씨가 어머니 김씨와 함께 일한 것은 27살에 결혼을 하면서부터이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진안읍 사거리에서 시작했다. 그러다가 1985년에 지금 자리로 이사를 와서 지금까지 하고 있다.
김씨의 딸인 이순덕씨(52세)는 "어려서부터 애저를 먹어서인지 제가 일간지 기자로 일하면서 활기 있다는 이야기를 참 많이 들었어요."라고 말한다.

요즈음 날씨가 오락가락 하면서 몸이 많이 지칠 때이다. 겨우내 움츠려들었던 몸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 봄이 되면 보약을 많이 해 먹는다. 약재로 먹는 보약도 좋지만 먹을거리로 섭취하여 먹으면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는 기분이 든다.

봄이 오는 길목에 체력이 떨어진다고 생각이 들면 진안관에 들려서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애저찜을 먹어보자. 그 고소한 맛에 봄이 오는 냄새가 가득히 담겨 한여름 무더위도 잘 견디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진안관은 오전 7시부터 8시까지 연중무휴로 운영한다. 애저찜과 비빔밥, 백반 등의 메뉴가 있다.

▲ 여러 방송에 출연하면서 찍었던 사진들이 가게 안에 가득히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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