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솔대안학교 교장 임 천 호

몇 해 전 “어른들은 몰라요”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 프로의 담당자와 이야기 하면서 정말 요즘 십대들은 알 수가 없다는 푸념을 들었다. 정말이지 요즘은 아이들끼리도 한 학기만 지나면 유행이 바뀌고 일년이면 세대차이 난다는 말을 주고받는 세대를 살고 있다.


이처럼 십대를 알기가 쉽지 않게 아이들이 급변하고 있다.
얼마 전 경찰청의 한 워크숍에서 어떤 교사의 일진회 실상에 대한 발표로 나라 전체가 떠들썩한 것도 우리가 상상하는 십대의 문제를 훨씬 넘어선 모습이기 때문이다.


“맞짱 뜬다”라는 1대1의 주도권 싸움과 동료학생이나 후배들에게 소위 “삥 뜯는다” 금품갈취는 차라리 고전적이고 애교스럽기까지 할 정도이다. 일진들의 폭력의 잔인함은 그 도를 이미 넘었고 그들의 조직은 이미 학교 내의 학생들의 문제가 아닌 학교담장을 넘어선 광역화된 범죄단의 모습이다. 이들이 매체들을 통하여 더욱 광역화된 조직을 갖고 이를 운용하면서 영화에나 등장할 만한 폭력을 휘두르는데 어느 누구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흉포하고 대담해진다고 한다. 더욱이 십대 소녀들마저 일진에 광범위하게 가입되어 있어 폭력의 위험은 차치하고라도 “섹스머신”이니 “노예팅”이니 하는 듣도 보지도 못한 음란한 행각을 벌리는 이들의 행태에 대해서는 차라리 귀를 막고 싶은 심정이다.


이번 불거져 나온 일진의 사태를 보면서 이들도 선도해야할 우리의 아이들이니 잘 선도해야한다는 원칙론을 주장하는 분들도 있다고 한다. 십대는 심리적인 격동의 시기일 뿐 아니라 미숙한 자아로 인하여 모방하기를 좋아하고 영웅심으로 인하여 극단적이 되기 쉬우며, 충동적인 시기이기에 자기 행동에 대한 통제력이 약한 시기이므로 이를 이해해 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결코 틀린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몇 가지 경중을 가려 보완을 한다면 4가지로 그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


첫째는 청소년들의 특성을 고려 시급히 일진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 일진들의 비행의 심각성은 이미 교육의 정도를 넘어선 것으로 이들의 선도는 일단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공권력을 통한 정의의 확립과 사회 또는 기강의 확립의 문제라고 본다. 따라서 이의 확립이 있어야한다. 각종 매체들을 통해 일진들이 더욱 흉포화 될 뿐만 아니라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확장되는 이러한 현상을 막아 우리의 선량한 다수 십대들을 보호해야 한다. 초등학생까지도 일진으로 가입되어 중학생 고등학생으로 자연스레 연계되는 고리를 시급하고도 단호하게 차단해야만 한다. 그리하여 어떤 아이도 일진과 연결되어서는 정상적인 진로를 걷지 못하고 사회로부터 엄정한 제재를 반드시 받게 된다는 교훈을 주어 일반 예방적 차원에서 좋은 본보기가 되도록 일진들을 제거해야 한다. 또한 교사, 상담사, 성직자, 사법기관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구성 학교 교육과는 별개로 일진에 가입하여 처벌 대상인 아이들을 비행정도와 가담정도와 뉘우치는 것을 고려 계속 처벌 진로지도 및 복교 조치를 취해야 한다.


둘째는 각 학교별로 교외생활지도 교사를 두어 필요하다면 학생생활과 조사까지 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학생이 교사를 폭행했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이때 어떻게 학교가 붕괴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일부 학생에 대해 비인격적인 교사를 염두에 두고 전체 교사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이에 방조하는 듯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현장에서의 학생지도는 한계가 있다. 내 아이 챙기기에 혈안이 되어 정당한 교권행사에 제동을 거는 학부모들은 정말로 알아야 한다. 촌지 같은 추잡한 거래가 아닌 진정으로 교사를 높일 때 내 아이가 높여진다는 사실을 깨달아야한다. 교직에 대한 권위가 권한으로는 풀리지 않겠지만 이를 우선은 교사의 숭고한 사명에 맡기기로 하고 날로 조직적으로 변모하는 일진문제를 해결하도록 교사에게 조사까지 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주자.


셋째는 학교폭력에 대한 자료와 현황 실태를 공개하고 공유해야한다. 교육의 투명성이라는 말이 있다. 교육의 3주체인 학생, 교사, 학부모가 교육에 관한 정보를 공유해야만 한다는 이야기이다. 이를 지키면 교육이 대단히 효율적이 된다. 이를 확대 적용해야 한다. 일진문제를 우리 학교에는 없다고 쉬쉬하지 말고 그대로 내보여 정보를 공유한다면 한결 해결점을  찾기가 쉽게 될 것이다. 필요하다면 교육청별로 지자체별로 통일된 기구에서 이를 수집, 분석, 공유하게 하여 효율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일진(학교폭력)문제 발생의 다소를 결코 기관장의 상벌의 자료로 삼지 않는 전제하에 또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여 인권침해의 소지가 없도록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일진은 날고 교사는 기어 다닐 수 없다.


넷째는 아들은 아버지의 등을 보고 자란다는 것이다. 기성세대의 황금만능주의, 폭력문화, 음란문화를 몰아내야 한다. 현장에서 아이들과 부딪치다보면 돈이 최고의 가치가 되어 모든 수단을 정당화시키는 이야기들을 들을 때 소름이 끼친다. 조폭이면 어떠냐는 것이다. 아버지가 돈 못 버는 고물상보다 돈 많은 조폭 두목이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영화의 대사이다. 그런데 아이들 중 이런 것들에 공감을 하는 것이 문제이다. 친구, 달마야 놀자, 동갑내기 과외하기 등등 무수한 영화에 등장하는 폭력과 조폭이 얼마나 미화되어 십대들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한 넷 매체를 통해서, 노래방, 전화방, 룸싸롱 등등의 “방”들을 통해서 우리 사회에 엄청난 음란의 문화가 도사리고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이것을 쾌락이라고 생각했다간 큰 오산이다. 이러한 쾌락산업을 방치하다가 이러한 것들이 부메랑이 되어 우리의 자녀들을 음란의 제물로 희생시킬 수 있다.


일진은 기성세대들이 끌어안고 해결해야할 문제이다. 우리의 무관심과 우유부단함, 과잉보호와 과잉기대, 내 아이만 챙기는 이기주의, 우리들의 쾌락에 대한 이중성 등이 해결되지 않는 한 결코 일진을 기성세대들이 끌어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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