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홍 주천면 무릉리//

동네(주천면 대불리)에 골프장이 들어선다 해서 안 그래도 대구리가 복잡한판에 이건 또 무슨 날벼락 같은 일인지. 자다가 맥없이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원래 이번 호에 골프장 얘기를 하려던 참이었는데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털어내야겠기에 오지랖 넓다고 핀잔을 받더라도 또 참견 좀 해야겠다.
운일암반일암이 어떤 곳인지는 새삼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 같다. 가히 진안을 대표할만한 절경이며, 민물생태계의 보고로 널리 알려져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감돌고기는 진안, 무주와 충북 영동과 옥천 등 금강상류와 만경강 상류인 고산천, 충남 보령의 웅천천 등 3곳에서만 서식하는 희귀종이다. 지난 10여년 사이 댐 건설과 하천정비, 수질오염 등으로 파괴돼 이제는 금강 최상류의 작은 지류에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운일암·반일암계곡은 깎아지른 절벽과 울창한 산림 사이 4㎞의 협곡에 인근 명덕봉(845m)에서 쓸려 내려온 크고 작은 바위들이 늘어서 수많은 여울과 소를 이뤄 감돌고기처럼 맑은 계류의 바위나 자갈 위에서 무리지어 사는 민물고기에게 이상적인 보금자리 조건을 제공하고 있다. 학술적으로 의미 있는 집단 서식지로는 거의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김익수 전북대 생물학과 어류생태학)

전북대 생물다양성연구소의 최승호 박사(어류행동생태학)는 최근 전북 진안군 금강 상류의 운일암·반일암 계곡에서 잉어과인 감돌고기가 전혀 다른 종인 꺽지의 알에 자신의 알을 붙여 부화시키는 ‘탁란현상’을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고 8일 밝혔다. 또 같은 잉어과인 돌고기도 같은 방식으로 꺽지에게 기생산란을 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국내에서는 뻐꾸기가 붉은머리오목눈이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아 새끼를 키우는 탁란 장면(<한겨레> 1995년 12월15일치 1면)이 촬영된 적은 있지만 물고기 탁란 현상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세계적으로도 매우 희귀한 사례다. (2003-07-9 농림수산 / 한겨레신문)

자, 이제부터 우리 진안군 공무원들의 깜짝쇼를 감상해보자. 빼어난 절경과 민물생태계의 보고인 운일암반일암상류에 담수보 2곳을 설치해 여름철 물놀이 온 아이들의 수영장을 건설하시겠단다. 참 놀라운 발상이다. 내 생각엔 감돌고기 하나만 보더라도 진안군에겐 마이산에 못지않은 소중한 자원으로써의 가치가 있다고 본다. 생태계가 살아 숨쉬는 청정한 진안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담아내는 역할 하나로도 감돌고기는 진안사람들에게 보호받고 사랑받을 권리가 있을 것이다.
군의 관계자는 흙탕물을 정화해서 내려 보내는 장치가 있다고 했지만 공사장에서 한참이나 내려간 하류에서도 바닥을 보기 힘들 정도의 흙탕물은 계속되고 있었다. 도대체 이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앞뒤 잴 것 없는 개발 말고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듯 하다.
이 산과 강의 주인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만이 아니다. 물려주신 조상도 주인이요, 돌려받을 후대 또한 엄연한 이 땅의 주인임에 틀림없다.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 필요한 것이 이른바 통시적(通時的)개념이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관통하는 시대를 초월한 인식을 바탕으로 삽을 들어야 할 것이다. 후대들에게도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말이다. 하물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조차 동의를 얻지 못하는 파괴적인 개발행위는 지금이라도 그만두어야 마땅하다
보존할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는 소중한 현재의 자원을 없애고 굳이 개발을 해야만 할 이유가 있다면 군민모두에게 의사를 물어야 할 것이다. 수해예방을 위해서도 아니고 불가피한 하천정비도 아닌, 단지 아이들의 물놀이 시설을 위해 파헤쳐져야할 만큼 값어치 없는 운일암반일암이 아니다.
이제 4월이면 물고기들의 산란철이 시작된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흙탕물속에서 감돌고기, 쉬리, 어름치들은 망연자실해 다른 산란장소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다 어느 돌 틈바구니 속에선가 죽어갈 것이다.
진안군은 입으로만 청정진안, 녹수청산을 떠벌일 것이 아니다. 진정 이 땅을 사랑하고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고 모두가 살 수 있는 지속가능한 개발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아! 정말 짜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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