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여는 사람들
새벽을 여는 사람들
  • 김옥선 기자
  • 승인 2010.04.05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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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뽀… 진안군 환경미화원 일일 동행취재

환경미화원들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를 원하지 않으셨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아직까지도 환경미화원이라는 직업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의식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비정규직이라는 불안한 직장생활에 대한 앞날의 두려움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뷰에 응해주신 환경미화원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름을 밝히지 못하고 익명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양해바랍니다. /편집자 주

▲ 새벽 3시 30분이 되면 어김없이 시작되는 쓰레기 수거작업은 분명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우리가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마음이 진안의 거리를 깨끗하게 만들고 있다.
'청소부 토끼'라는 그림책에 보면 청소 토끼들이 더러워져서 까매진 달을 청소하기 위하여 갖은 방법을 동원하여 달에 가려고 합니다. 달에 도착해보니 달이 더러웠던 것이 아니라 지구가 더러워서 그렇게 보였던 것입니다. 결국 깨끗한 달로 하나둘씩 떠난다는 이야기입니다.
토끼들이 달나라로 떠나기 전에 이 지구 환경을 지키며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새벽을 여는 사람들, 환경미화원입니다.
 
◆환경을 지키는 사람들
모두가 잠이 든 새벽 3시에 졸린 눈을 부비며 무거운 몸을 일으킵니다. 3시 30분에 읍사무소로 출근하면 하루 일과가 시작됩니다. 각자 정해진 구역을 돌며 정해진 자리에 쓰레기를 모아둡니다. 4시 20분에 압축차 두 대에 4명이 한 조가 되어 쓰레기를 수거하는 작업이 시작됩니다.
이때가 가장 위험하다고 합니다. 한겨울 눈이 많이 내린 날이면 뒤에 서서 타던 사람은 내리다가 넘어지기도 한다고 하니까요.

쓰레기봉투를 압축차에 넣으면서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해서 버리지 않은 쓰레기는 압축에 의해 오물이 터져 나와 몸에서 그 냄새가 쉬이 가시지 않습니다.
좁은 골목길을 다니다 보면 주차해 놓은 차들 때문에 조심조심 운전해야만 합니다. 뒤에 있는 사람이 다쳐서도 안 되고 사고가 나서도 안 된다는 것이 이옥남 환경담당의 얘깁니다.
"그래도 지금은 많이 나아진 것이에요. 예전에는 압축차가 없으니 리어카 끌고 다니면서 일했는데 그거에 비하면 훨씬 낫지요."

이옥남 환경담당을 제외하고 진안읍에서 근무하는 환경미화원은 총 12명입니다.
각 면 단위에서는 한 명이 근무합니다. 읍내가 가장 쓰레기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가장 많은 인원이 일합니다. 20년이 넘게 일해 온 A씨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30대에서 40대 젊은 연령층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실은 일요일도 일을 해야 하는데 일요일은 쉽니다. 대도시처럼 많은 인원이 돌아가면서 일할 수 있는 체제가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당연한 일인데도 미안한 표정으로 말하는 것에는 환경을 깨끗이 한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없다면 힘든 일입니다. 쓰레기 종량제봉투 사용을 실시한지 얼마 되지 않은 진안군에서는 아직도 분리수거에 대한 개념도 약합니다.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많은 홍보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특히 음식물 쓰레기 분리배출은 진안읍 아파트 단지를 제외하면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반 쓰레기와 같이 배출하다보면 청소하는 과정에서 환경미화원들이 오물을 뒤집어쓰게 된다고 하네요.
"저희들은 계도를 꾸준히 하고 있어요.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지 않은 쓰레기는 노란색 스티커를 부착하여 사용하도록 하지요."

올해 7월에서 8월쯤에는 읍내 마을별로 분리수거함을 설치할 계획이며, 분리수거 작업은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전환할 계획입니다. 그렇게 되면 환경미화원들의 업무도 좀 덜어질 것이고, 노인들의 일자리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일거양득일 것입니다.
 

▲ 압축차로 인해 터져나온 오물로 몸은 더러워지지만 마음 따뜻하고 성실한 환경미화원들이 있어 깨끗한 진안의 거리를 다닐 수 있다.
◆우리는 진안의 특수부대
오전 7시 30분에 청소 업무가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 아침식사를 하고, 잠깐 눈을 붙입니다. 그러나 환한 아침에 다시 잠을 청하기는 해도 숙면을 취할 수는 없습니다. 많이 자봐야 한 시간 정도 피곤한 몸을 뉘였다가 12시 50분 까지는 다시 읍사무소로 출근해야 합니다.

오후 작업 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조를 짜서 움직입니다. 오늘 환경미화원 10명은 진안읍 다른 마을로 쓰레기 작업을 하러 가고, 2명만 진안읍 청소를 하기로 했습니다.
이제 이 일을 시작한지 3개월이 된 B씨는 고향에 돌아온 지 15년 정도 되었다고 합니다. 이런저런 일을 해보다가 환경미화원 일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잠이 제일 부족하다는 B씨는 "차차 적응이 되면 나아지겠지요."라며 애써 웃어 보입니다.

주머니에는 쓰레기봉투 5~6장을 넣고 한 손에는 집게를 들고 읍사무소에서 쓰레기를 주우며 걸어가기 시작합니다. 쓰레기 중 단연 가장 비율을 보이는 것은 담배꽁초입니다. 쓰레기를 줍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창문 밖으로 쓰레기를 던지고 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우리가 버려야 당신들이 일할 것이 있지 않느냐 라고 하기도 해요. 뭐 할 말이 없죠."
이 일을 시작한 지 5년차가 된 C씨는 뒤늦게 한 결혼으로 8개월 된 아이 분유값을 대기에도 폭폭하다고 합니다. 그래도 이 일이라도 있으니 열심히 일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비정규직이라는 것에 대한 불안감까지 떨칠 수 없습니다.

▲ 한번 치우면서 가도 돌아서면 또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화를 낼 만도 하지만 "힘든 노동인데 스트레스까지 받으면 안되죠."라며 환하게 웃는 환경미화원.
길 양쪽으로 나누어서 2명이 계속 쓰레기를 주우며 가다보면 가장 위험한 요소는 교통사고입니다. 계속 땅만 보며 걸어가다 보니 뒤에서 오는 차를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점점 늘어가는 봉투의 무게로 인해 어깨와 손목은 아파옵니다.

"어깨와 손목, 허리가 제일 많이 아프죠. 그런데 어떤 일이건 육체적 노동을 하면서 이정도 안 아프겠어요."
그래도 쓰레기를 줍다가 아는 사람을 만나 커피 한 잔 마시고 하라고 그럴 때 힘든 일도 덜 느껴집니다.

"한여름에는 쓰레기 악취로 아무리 씻어도 냄새가 잘 안 없어져요. 마스크를 하면 너무 더워서 일할 수가 없어요. 비가 오는 날에는 쓰레기가 젖어있어 그 무게가 만만치 않아요. 한겨울에는 너무 추워서 힘들고."

이래저래 불편한 일이 한 둘이 아닙니다. 그러나 피곤한 얼굴위에 웃음 가득한 얼굴로 말할 때 진안의 환경을 지킨다는 자부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진안군의 툭수부대에요. 어떤 상황이 생겨도 우리가 없으면 안 되고, 어떤 곳이라도 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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