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마을이야기 114 진안읍 연장리 원연장마을

▲ 원연장마을 전경

진안에서 전주로 가는 26번 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분홍빛으로 물든 동산을 볼 수 있다. 진안읍 연장리 원연장마을에서 주최하는 꽃잔디 축제가 있는 곳이다. 잘 닦여진 산책로를 따라가는 내내 꽃잔디에서 뿜어 나오는 향기로 마음이 취해버린다.
정상까지 가는 길은 생각보다 가파르지만 이내 불어오는 바람에 땀은 식어버린다. 아직 산책로로 정비되지는 않았지만 마을로 내려가는 길을 따라가면 원연장마을 전경을 볼 수 있다. 마이산이 정면으로 보이는 시원스러운 길은 원연장마을 사람들의 마음과 어딘가 닮아있다.
 

▲ 신애숙 이장은 20살에 제주도에서 원연장으로 시집 와 30년째 살고 있다.

◆연꽃 같은 사람들
진안읍 연장리 원연장마을은 약400여 년 전에 형성된 마을로 김해 김씨가 정착하면서 이루어졌다.
부귀산에서 발원한 연장천을 기준으로 양지뜸과 음지뜸으로 나눈다. 마을 지세가 연화도수(蓮花倒水)형국이라 하였는데 연화도수란 연꽃이 물을 향해 고개를 숙인 형상을 말한다.

예전엔 마을 입구에 마을숲이 있었다. 멀리서 보면 무리져 있는 나무의 윗 모양이 연꽃과 닮았고, 그 밑으로는 연장천이 흐르고 있었다. 그런데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마을숲을 모두 없앴다. 마을 숲이 없어지면서 그 마을에 살던 백의관이라는 천석꾼도 망해버렸다고 한다.

이에 마을 사람들이 다시 마을숲을 복원하였다.
박병완 씨(79)는 "내가 진안 초등학교 2학년 때였는데 마을 어른들이 저기 가서 나무 가져와라 하면 가서 가져오고 그랬던 기억이 나."라고 말한다.
느티나무, 팽나무, 개서어나무, 상수리나무 등 130여종에 이르는 마을숲을 복원하고 나서 마을에 유명한 박사 등의 인재가 나오기도 했다.
 
◆옛 전통 이어가는 주민들
마을회관 뒤쪽으로 커다란 밤나무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당산제를 지냈다. 매년 정월 초이레날에 깨끗이 몸을 씻고 정성들여 음식을 준비하여 지냈는데 새마을 운동 당시에 없어졌다. 반면 탑제도 없어졌다가 노인회가 주축이 되어 1991년부터 마을숲 앞쪽에 위치한 돌탑에서 지낸다.

"산신제는 안지내도 이것만이라도 지켜나가자 하여 노인회가 다시 지내기 시작했지. 조금씩 걷어서 간단하게 하다가 올해는 풍물도 치고 좀 크게 했지."
마을회관 앞에는 세 개의 돌탑이 세워져 있다. 3월과 4월 두 달에 걸쳐 하나씩 하나씩 쌓기 시작해 완성된 돌탑은 미래탑, 대장군탑, 화합의 탑으로 이름 붙였다.

연꽃은 진흙에서 잘 자란다. 질퍽한 진흙 속에서도 자신의 깨끗함을 혼탁함에 물들이지 않으며 자신을 지켜나가는 연꽃 같은 원연장 사람들이다.

▲ 멀리서 보면 나무의 전체모양이 연꽃과 같다하여 연화도수 형국이라하여 마을 사람들이 마을숲을 보호하고 있다.
◆꽃잔디 축제에 놀러오세요
조용하던 마을이 시끌벅적하다.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이하는 연장리 꽃잔디 축제 준비로 마을 사람들이 전부 모였다. 부녀자들은 한 옆에서 음식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고, 어르신들은 이곳 저곳 다니며 바람으로 인해 피해가 있지는 않은지 부실한 곳은 없는지 살펴본다.

원연장마을 이장이면서 꽃잔디축제 추진위원장이기도 한 신애숙 이장은 "작년에는 처음이어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더구나 내가 다리를 다쳐서 다리에 기부스를 하고 다니느라 고생은 했지만 올해는 작년 경험을 살려 훨씬 수월해요."라고 말한다.

전체 면적 145,455㎡의 동산에 조성된 분홍빛 꽃잔디는 앞으로도 조금씩 늘려나갈 계획이다. 원연장마을 출신인 이기선 씨가 가지고 있던 선산을 마을을 위해 무언가 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처음 나왔을 때 정진만 씨가 꽃잔디 축제를 제의했다.

"진안에 마이산 이외에는 별다른 축제가 없잖아요. 그 때에는 꽃잔디 축제라는 것이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4년 전부터 꽃잔디를 심기 시작했죠. 조금씩 넓혀 나가면서 연장리 전체를 분홍빛으로 물들일 생각입니다."
나이가 든 사람이건 젊은 사람이건 모두가 한 뜻으로 꽃잔디를 심기 시작했다. 돌탑에 붙여진 이름처럼 단합이 잘 되는 원연장마을은 마을가꾸기 사업에도 열심이다. 그린빌리지, 참 살기 좋은 마을, 주민역량강화 사업, 으뜸마을 가꾸기, 향토 산업 마을 만들기 사업 등으로 새로운 소득을 창출하여 마을을 발전시키려는 꾸준한 노력을 하고 있다.

축제장 한편에는 허브농장도 가꾸고 있다. 판매도 하고, 허브를 이용한 음식도 판매한다. 작년에는 1만 2천여 명이 다녀갔다.
"올해도 그 정도는 올 거라고 생각해요. 행복한 우리 마을에 많이 놀러오세요."

▲ 박병완, 장귀인 씨 부부와 처제인 장분예 씨가 마을 담장에 그려진 벽화 앞에 섰다.
▲ 마을 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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