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람

▲ 임수환 씨
임 수 환 씨
백운면 덕현리 동산마을 출신
백운중 제6회 동창회장
경희대 치대 의학박사
경희대 치대 외래교수
임수환치과 원장
재경백운면향우회 운영위원

만사(萬事)에 미혹(迷惑)되지 않는다고 한 불혹(不惑)의 그 나이에 문득 임수환씨가 그의 고향 백운면 덕현리 동산부락이 기억에도 가물가물 한 어린 시절 소설같이 아름다운 자연의 꿈속에서 그렇게 뛰어 놀던 한 시절을 기억 하는 것은 그의 고향에 대한 뇌리 속에 간직되어 있는 한 폭의 서정적 풍경화 같은 그림 있는 추억 때문 일 것이다.

이른 봄 만물이 채 소생하기 그 이전 내동산 골짜기 마다 멀리 나무 사이사이로 보이는 옹골찬 바위틈을 뚫고 수줍은 듯 피어나는 진달래 꽃 망울들이 터트려질 때의 설익은 새 봄의 춘설과 함께 그의 기억에 남아 있는 고향의 이야기였다. 지금은 겨우 흔적만 유지하고 빈터처럼 남아 있지만 약수암은 고향의 아직도 남아있는 전설이다. 정월초 하룻날이면 마을 사람들이 함께 올라가 이곳에서 해맞이로 한해의 풍년을 빌었다. 절벽 아래로 뚝뚝 떨어지는 약수물은 '장군수'라 그랬던 것 같다. 만병통치약으로 앉은뱅이가 일어났고 문둥이들이 여기서 물을 맞고 나은 곳이라고 전해 온다. 거기서 뒤로 돌아보면 내동산 자락으로 노랗게 익어가는 백운평야와 덕태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후두둑 소리에 뒤를 돌아보면 낙엽으로 가득 찬 고향의 가을이 거기 있었다. 새벽녘이면 산봉우리 위로 깔려가는 안개가 솜이불을 깔아놓은 듯 포근하게 다가오는 여름의 아침도 거기 있었다. 겨울의 내동폭포는 물결이 겹겹이 얼음을 만들고 바위 결 마다 고드름으로 겨울을 만든다. 이것이 그의 고향 동산마을의 사계(四季)의 산수도(山水圖)로 그의 기억에 숨어있었다.

우리의 고향사람 임수환씨 그가 백운초등학교와 백운중학교를 졸업하고 전주완산고등학교를 거쳐 경희대학교치과대학에 진학하고자 청운의 꿈을 안고 고향을 떠난 것은 1984년 초였다. 생전 처음으로 고향과 부모형제를 떠나 정신적 시행착오와 잠 못 이루는 향수의 번뇌 속에서 삶에 대한 이해와 꿈에 관한 환상과 인간에 대한 믿음과 자신의 가치에 관한 확인으로 조금씩 조금씩 세상을 익혀갔다. 금년 106세의 장수(長壽)할머니의 산처럼 살고 싶어 하시는 그 인생을 배우고 싶어 했단다. 석양의 노을처럼 아름답게 살아가시는 아버지의 인생과 바다처럼 그렇게 적극적으로 살아가시는 어머니의 삶에서 그는 세월과 시공 속에서 낙천적이고 긍정적으로 함께 가는 자유인이 되고 싶어 했단다. 그것이 설혹 사차원의 삶이라 하드래도 그것이 보이지 않는 우리 인간의 생각과 이해, 꿈과 환상, 믿음, 입술의 고백들, 그것들은 있으나 형체가 보이지 않는 행복과 기쁨과 성공과 승리 같은 안 보여도 존재하는 긍정적인 것들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울에서의 그의 생활은 그 시절을 살아가는 여느 학생들과 다를 바 없었다. 시간제 과외수업이라든가 입주과외 등 산골 농군의 아들답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忍耐苦而其實甘也(인내고이기실감야)라 했다던가?
인내는 쓰나 그 열매는 달다고 그랬다.
그는 경희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가톨릭의대 치과대학에서「자가부식형 접착제 단강도 실험」논문으로 석사과정을 이수하고, 경희대학교 치과대학교에서「산수유 추출물의 항 산화작용에 관한 연구」논문으로 치의학박사과정을 이수한다. 이 후 서울대 치대에서 임플란트 과정을 수료하고, 14년 전 동작구 대방동에 『임 치과』를 개원하였으며 모교인 경희대학교 치과대학에서 외래교수로 후학을 지도하고 있다.

영국의 소설가 아치볼드 크로닌의 자전적 소설 성채(城砦, The citadel)를 읽으면서 그는 그가 공중보건의 시절을 생각한다고 그랬다. 신참 의사로서 인도주의적 포부를 갖고 진료소에 부임한 애드류 맨슨의 앞에 바빌론의 성채와 같은 현실적 벽을 느끼는 주인공, 이상과 현실의 불일치 속에서 방황하던 주인공은 애인의 사랑을 통해 현실을 헤쳐 나갈 힘을 얻으나 점차 자신이 성채의 벽으로 느껴졌던 그 탐욕과 메커니즘에 빠져든다. 아내의 죽음과 환자의 죽음을 거치면서 자신의 절망과 추악했었던 예전의 모습에서 성숙해진 모습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다는 내용이다.
 
우리의 고향사람 임수환씨
성채(城砦)에서 주인공 작가가 체험을 살려 고발한 문제점은 무엇이며 휴머니즘에 입각한 의사정신이란 무엇인가. 개업 14년차 우리의 고향사람 임수환씨는 그것을 곰곰이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고향을 위한 의료봉사단을 말한다. 문명이 가까이 다가왔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멀리 있는 고향의 어려운 의료시설에 대하여는 그는 깊은 연민의 과제로 생각한다고 그랬다. 그것은 그 혼자만의 것은 아니었지만 뜻이 있는 반면교사(反面敎師)는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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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취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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