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주에 만난 사람 … 정천면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일하는 김영익 씨

▲ 김영익씨
인터뷰하자는 전화는 항상 쑥스럽다.
"만나고 싶습니다? 데이트 한번 하실래요?"
"솔선수범하신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받는 이가 무덤덤하다.

"(인터뷰 대상이)내가 맞습니까?"
처음 제보를 받은 것은 정천 면사무소 근무하는 공무원에게서였다. 다른 일로 만났다가 갑자기 생각난 듯 김영익(74)씨를 알려준다.
"그 양반이 솔선수범의 대명사다. 누구도 하지 않는 때에 일찍 눈치우기나 마을 앞 청소나 회관청소를 묵묵히 하신다"라고.

눈 대신 비가내리는 계절을 지나 낙엽이 쌓이는 계절이 되었다. 집 앞 눈도 치우지 않아 서로에 불편을 주는 경우가 많아 치우지 않으면 처벌을 하느니 하는 세상이다. 집 앞뿐 아니라 마을 공공기관의 너른 마당을 혼자서 치우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는 이니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런 이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정치적 수완이 좋고 좋은차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대중에게 드러나게 마련이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드러내지 않으며 일을 하는 이는 찾기 힘들다. 드문 일이다.

대문을 들어서면 화분에 담긴 식물들이 가득하다. 화초가 아니다. 가지, 고추, 토마토 등이다. 각 그루마다 화분에 담겨 있다. 마당은 시멘트포장이 되어 있어 흙이 보이지 않는다. 도시의 아파트 베란다가 이렇게 가꾸어져 있으면 '도시농업'의 선구자라고 지칭할 일이다. 이곳저곳에 잔뜩 무엇인가가 쌓여 있는 '농가'와는 다른 느낌이다. 꽉 차 있지만 말끔하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그 느낌은 더하다. 마루위에도 신문 쪼가리 한 장도 눈에 띄지 않는다. 한쪽 벽에 가득한 자손들의 액자가 들어찬 느낌이고 그 외에는 없다. 표장과 감사패가 가득하다. 역시나 소개하는 것은 본인이 아니라 아내 황정님(70)씨다.

역시 과묵한 성격이 맞다. 질문에 이은 답도 단답형이다. 난감하다. 그는 물에 잠기기 전 조림초등학교 36년간 근무했다. 1963년부터 1999년까지. 은퇴하고 1년간 뉴질랜드에 다녀왔다. 살러갔다가 "도저히 못 살겠다" 돌아왔다.
"고향이 최고더라구요. 비록 수몰되었지만 이곳에 살던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이 그곳에서 말도 안 통하는 사람들과 사는 것보다 훨씬 낫지요."

뉴질랜드의 기후이야기로 시작해서 그들의 문화와 정책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느긋한 문화가 충격적이었다고. 지나가다 길을 건너는 사람이 보이면 무조건 정차해서 건너게 한 다음에 출발한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볼 수 없는 자동차 문화다. 물론 이에 비하면 국내 자동차문화는 후진국수준이다.

"먹고 버리는 곳이 정해져있어요. 쓰레기를 챙겨서 가져가는 이는 별로 없네요. 치우는 앞에다 보란 듯이 버리는 사람이 있어서 뭐라고 했더니 이렇게 버려줘야 당신 같은 이가 먹고 살지 않느냐라고 하더라구요."
그가 말하는 '쓰레기 포인트'는 농협이나 마트 등에서 1~1.5km 구간이다. 아이스크림, 우유, 음료수병 등이 찻길가로 쌓이기 시작한다.

"욕도 나오고 하시겠어요."
"뭐 하러 욕을 해요. 그냥 치우면 되지."
부끄러운 질문에 호방한 대답이다.
오늘도 정천면 구석구석은 그의 경운기가 누비고 다니며 깨끗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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