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인터뷰 … 진안교육지원청 제19대 교육장 안종호

진안교육이 어렵습니다. 줄어드는 학생 수. 이에 따라 통학거리는 멀어지고 아예 이른 나이에 인근 도시로 유학을 택하고 있습니다. 원거리 출퇴근 하는 교사들은 그만큼 아이들에게 투자할 시간을 잃습니다. 시설이나 교사 당 학생 수가 적어 교육환경이 훨씬 좋고 이웃하는 자연에서 체험교육 등으로 '혁신'에 대한 조건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대도시의 교육행정을 좆기에 바쁩니다. 한민족 교육이 낳은 폐해는 다문화 시대의 현실을 좆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앞으로 사회적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어울리지 못하면 사회에서는 가능성이 더 낮을 것입니다. 전국적으로 이루어지는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는 경쟁에 취약한 시골아이들의 상대적 박탈감만을 키웁니다.
지난 1일 전북도는 전면적인 교육계 인사를 시행했습니다. 진안교육의 수장인 교육지원청의 교육장도 바뀌었습니다. 신임 안종호 교육장에게 진안 교육의 비전과 방향을 물었습니다. /편집자 주

▲ 안호종 교육장
◆고향 진안의 교육에 애정
연휴가 끝난 14일. 통화조차 힘들었다. 부속실에서 "전화가 왔었다고 전하겠다"라는 말을 반복해서 들었다. 반나절이 지나서야 직접 교육장과 전화통화를 할 수 있었다. 부속실에서 군 체육회와 면담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시간동안 설명 자료를 받았다. 꼼꼼하게 기입한 자기소개와 이력서 등은 정리가 잘 되어 있었다.

핵심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비전인 '새로운 학교, 행복한 진안교육공동체'만이 눈에 들어왔다.
안종호 교육장은 지난 1일 취임사에서 "진안은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라며 "교사로 17년, 교장으로 5년여 근무하면서 돈독한 애정을 쌓아왔다"라고 했다.

교육장의 역할은 지역 교육 공동체의 비전을 제시하고 공유하는 데에 앞장서는 것이리라. 그가 내세운 '새로운 학교, 행복한 진안교육공동체'는 무슨 의미일까. 취임사에 부연설명이 있다. 교육감이 내세운 학교문화의 혁신을 진안에서도 이루어보고자 하는 뜻이다. 혁신의 또 다른 이름 새로움으로 살짝 옷을 입힌 것이다. 이를 재임기간 동안 이루기 위해서라면 정말 혁신적인 '새로움'이 있어야 할 것이고 학생과 학부모가 느끼는 '행복'이 학교에서 드러나야 할 것이다.

안 교육장은 혁신학교와 상통하는 의미로 새로운 학교라는 표현을 썼다. 이를 통해 '안전하고 신뢰받는 학교, 진정한 배움이 살아있는 학교, 능동성과 자발성이 함께 호흡하는 학교'를 비전으로 내세웠다.
 
◆혁신학교, 정신이 중요
그는 혁신학교인 장승초등학교에 대한 관심이 컸다.
"한 학교가 잘 되면 이를 좆는 학교가 생기는 것은 금방이다."
모델을 내세워 혁신을 전파하겠다는 뜻이다. 내년까지 이루어지는 학교건물 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관심을 표현했다.

"어떻게 하라고 할 내용은 아니다. 학교에서 교사와 학부모등이 여러 차례 공간과 꾸밈에 대한 논의를 통해 이루어야 할 것이다. 잘 되어 활성화 되면 교사의 열정과 의욕적인 학부모, 좋은 시설의 삼박자가 맞아 대외적으로도 내세울만한 학교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시설만 좋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의욕이 충만한 교사들을 기본으로 관심과 열의가 있는 학부모가 결합해야 하는 것이 혁신학교라는 말임을 강조했다. 장승 초에 대한 기대의 이유다. 더불어 학교건물이 주는 이미지에서 과감하게 탈피할 것도 요구했다.

"여태 이래왔으니 이렇게"라고 설계할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공간에서 학생들의 창의력이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전북교육청의 관내 혁신학교 수 늘리기. 올해 신청한 학교 중에 본인이 교육장 취임 전, 교장으로 근무했던 마령초등학교에 대한 애정도 표했다. 11월에 혁신학교 선정 결과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했다. 가능성도 높게 점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 안호종 교육장
◆다문화 포용 위해 소통 필요
기자가 내년 입학생 중에 7할이 다문화 학생인 면단위 학교의 사례를 들었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싶다고 물었다.
안 교육장은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점과 학습부진의 사례를 보아 왔다고 했다. 무엇보다 학부모의 무관심이 영향이 크다고.

자신이 교장으로 있던 오천초등학교와 마령초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특수한 사례였다. 3, 4학년 때 "잡아주지 못하면 그 이후로는 안 되더라"라고 했다.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낸이가 쓴 <다문화코드>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다. 국내외 다양한 사례와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인 아빠에 필리핀, 베트남 등지에서 이주해 사는 엄마 밑에서 자란 아이는 우리말도, 엄마나라의 말도 잘 하지 못한다. 이를 위해 다문화지원센터에서 한글교육 등을 지원하지만 제한적인 시간 탓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면적인 교육과정의 개편과 교사들의 프로그램 연구가 필수적이다. 교육부의 지침과 방향설정도 있어야 할 것이다. 책에서는 '한민족'의 향이 짙은 교과서 내용도 수정되어야 한다는 지침을 제시한다.

안종호 교육장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고 해결을 위해 노력을 해야 하는 데에 동의했다. 남편교육의 필요성, 이를 위해 교사와 학부모등이 대화와 소통이 필요하다는 이야기 끝에 "현실은 어렵다. 엄마에 대한 아빠나 조부모의 대우가 아이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 우려스럽다"라는 말을 했다.
 
◆시설개선과 수업공개, 토론 등이 학생유출 막을 것
학생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다. 폐교위기의 학교들이 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할 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
안 교육장은 임실 대리초등학교의 사례를 든다.
2009년 이 학교 입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주민이 없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곧 '폐교'라는 선고를 받아야 할 처지였다. 주민들도 불안했다.

교장이 직접 나섰다. 마을 주민은 물론 동창회를 찾았다. 전주에서 학교 설명회를 가지기도 했다. 인근 군부대까지 찾았다. 우여곡절 끝에 6학급을 완성하고 지난해 혁신학교에 선정되었다. 산촌유학센터를 지었다. 주민과 학교의 소통과 화합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대리초등학교는 교육목표로 지속가능한 교육문화를 구축하는 데 두고 있다. 농촌학교와 농촌마을, 산촌유학을 활성화시키고 학부모의 역할과 교사의 자발성 확보를 그 근간으로 한다. 특히 '슬로스쿨'을 지향해 학교운영시스템과 지역과의 관계, 공동체적 교육과정, 친환경급식으로 배움과 여유가 함께 하는 학교로 정착하고 있다.

대리초등학교는 주민들과 손잡고 마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바로 '교육문화마을'을 만드는 일이다. 대리초등학교와 관촌중학교를 연결한 '연계형 혁신학교'를 통해 농촌교육의 장기적인 발전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지속가능한 농촌마을, 지속가능한 농촌학교로서 국내 최초의 '대리마을 농촌유학센터'의 모델이 된다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안 교육장은 "점수에 억매이지 않는, 행복한 교육"이 도시의 아이들을 불러 모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학부모와 교사가 끊임없이 만나고 잘하는 학교의 사례도 연구해야 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수업공개를 통해서 서로 신뢰를 쌓고 이를 통해 행복한 학교의 구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고 있는 듯 했다.

▲ 안호종 교육장
◆깨끗한 교육행정 강조
안 교육장은 만나자 마자 '깨끗한 교육행정'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이번 명절 때 '선물 안주고 안 받기'를 실천했다.
이상한 눈길로 진의를 의심하는 것에 대해 부담도 있으나 몸소 실천하지 않으면 문화로 정착하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에는 공감이 되었다.

금품, 청탁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이런 이들에게는 오히려 감점과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다. 열악한 교육환경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는 이야기다.
애정을 위해 시간을 투자할 공간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가족들을 데리고 와서 거주할 집이 없다"고 했다. 교사들이 진안에 거주하면 자연스럽게 학생과 고장에 대한 애정과 관심도 높아질 것이다. 이어 "내 자식을 여기서 가르치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도 실현이 힘든 현실을 지적했다.
주거지확보와 더불어 산촌유학센터 건립에 대한 투자도 지면을 빌어 건의하고 싶다고 했다.

저작권자 © 진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