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주에 만난 사람 … 마령면 박기춘 씨

▲ 박기춘 할아버지.
꼿꼿한 자세가 흐트러짐이 없다.
1일 진안고원길에서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신문 광고의 유혹에 한번 와본 것이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둘째 날인 8일 17킬로에 이르는 언덕길을 넘는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나뿐이 아니었다. 마령면에서 사는 그는 "앞으로 행사에도 계속 참여하겠다"라고 해 반나절만 걷고 빠지는 참가자들에게 부끄러움을 느끼게 했다.
일정한 보폭으로 빠르게 잰걸음을 재촉하는 박기춘(마령면)씨의 모습. 과거 걷는 것으로 교통수단을 해결해야만 했던 옛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어느 책에서 보니 100년 전의 사람들은 하루 100리 걷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고 한다. 40킬로를 걷는다는 것은 오늘날 극한의 상황에 견뎌야 생존하는 훈련병에게나 있음직한 일이다. 더구나 편해지고 먹을 것이 풍부한 오늘날은 나이를 먹을수록 관절이 약해져 몇 발자국 걷는 것조차 힘든 세상이 되었다.

86세의 나이.
참가자들이 그의 나이를 들었을 때 탄성을 멈추지 못했다. 다른 마을에서 참여한 76세의 '어르신'은 "나는 새 발의 피라 명함도 내밀지 못하겠다"라며 부끄러워했다. "진안신문에서 보고 참가하게 되었다" 참가의 계기를 밝힌 그는 "이곳에 참여하는 것이 너무 즐겁다. 다른 모임에서는 나이가 많으니 안 된다는 이야기만 들어왔다. 여기에서는 참여해주어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더 기운이 난다"라고 행사참여에 대한 느낌을 밝혔다.

고원길 정병귀 사무국장은 "이번 행사에서 최고령 참가자의 기록이 깨졌다"라며 고원길 장기걷기 프로젝트의 역사가 열리는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분위기 탓도 있을 것이다. 쉬는 시간에도 큰 목소리로 주변 문화와 자신의 경험을 참가자들과 나누는 일이 자연스러웠다.
기자라고 하니 부탁이 있다고 했다. 지역출신의 국회의원이자 대선후보인 정세균 씨의 생년월일을 알아달라고 했다.

"늙은이가 어디에 부탁할 곳이 없다. 진안이 발전하려면 큰 인물을 한번 내야하는데 대선 출마할 때 날짜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역학을 공부한바 있어서 과거 대통령도 출마선언 날짜를 맞추어 본적 있다. 좋은 날을 잡으면 대통령이 되는 데에 충분히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귀가 어두워 집에 있는 전화통화도 힘들다고 하여 지난 2회차 때 만나 정세균 의원 홈페이지를 통해 얻은 생년월일 정보를 적어 드렸다. 고맙다고 하시면서 또 다시 부탁을 했다.
"대선후보 출마선언 기간이 있을 것이다. 그 기간을 알려주면 기간 동안에 좋은 날을 한번 알아보겠다. 수고스럽지만 다시 한 번 부탁한다."

대선은 일 년이 넘게 남았다. 벌써 이렇게 꼼꼼하게 준비하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 정말 지역을 위한 헌신이 아니라면 노인의 바람을 설명할 길이 없어 보인다.

3회차에 나가서 부탁을 들어드리기는 힘들 것 같다. 바쁘다는 핑계로 예비후보 등록기간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탓이다. 정보검색능력의 부족일수도 있다. 노인의 소원인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혹시 아시는 분. 제보 바란다. 그리고, 박기춘 어르신. 건강하게 완주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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